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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②] ‘뼈가 들려준 이야기’의 저자, 법의인류학자 진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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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②] ‘뼈가 들려준 이야기’의 저자, 법의인류학자 진주현

2016.03.01 11:50

뼈 몇 개로 오래 전 죽은 이의 신원을 밝히고, 수십만, 수백만 년 전의 인류 진화를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공통적으로 고고학을 공부하다 땅에 묻힌 사람에게 눈을 돌린, 국내 대표적인 고(古)인류학자와 법의인류학자를 인터뷰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었고, 미국에서 세계를 대상으로 활약 중이다.

 

윤신영 ashilla@donga.com 제공
윤신영 ashilla@donga.com 제공

진주현 박사는 법의인류학자다.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DPAA)에서 미군 전사자의 유해를 찾아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 품으로 돌려주는 일을 한다. 6․25 전쟁 때 실종돼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미군은 총 7900명. 그 가운데 약 3000명의 유해는 한국에 있고 나머지 약 5000명은 북한에 있다. 한국에서는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지금도 계속해서 발굴을 하고 있고, 진 박사는 이 때 발굴한 유해 중에 혹시 미군의 유해가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매년 두 차례씩 한국을 방문한다.


2015년 상반기 발굴 유해를 점검하기 위해 지난해 말 방한한 진 박사를 서울에서 만났다.


“저 개인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진 박사는 북한에서 송환 받은 미군 유해 208구의 신원을 확인하는 ‘K208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90년대 초에 북한에서 4년에 걸쳐 받은 유해들이었는데, 6․25 흥남부두 철수 때 희생된 유해가 절반이었다. 흥남부두 철수는 1950년 말, 중공군에 밀려 미군과 민간인들이 배로 남하한 사건이었다. 진 박사는 문득, 할아버지가 실향민이라는 사실이 떠올랐고, 당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흥남부두 철수 때 미군의 도움으로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그때 두 분을 도왔던 분들은 남의 나라에서 희생됐고, 그 유해가 다시 돌고 돌아 제게 와 있는 거였죠.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해는,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한 상자에 한 구씩 고이 모셔져 있었고 군번줄도 있었다. 그런데 법의인류학자의 눈은 달랐다. 뼈가 뒤죽박죽이었다. 한 사람에게 오른 팔이 두 개 있는 일도 있었다. “뼈를 가지고 신원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어요. 당시 희생된 군인들은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20세 정도의 어린 백인 남자들이었죠. 성별, 인종, 키 등 인류학에서 다루는 전형적인 생물학적 프로파일로는 구분이 안 가죠.” 이런 상황에서 90년대의 인류학자들은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유해는 방치됐다. 아직 신원 확인에 DNA가 쓰이기 전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DNA 검사가 신원 확인에 쓰이기 시작했다. 실종자의 가족들로부터 미토콘드리아 DNA 시료를 채취했다. 6․25 때의 미군 희생자 7900명 중 7000명의 시료가 모였다. 하지만 그래도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다. 미토콘드리아 DNA가 같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 문제였다. 어떤 유전자의 경우 7000명 가운데 700명이 같은 유형을 지니고 있을 정도였다.


2011년 10월, 진 박사가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미토콘드리아 DNA로 유형을 나누고 전사 지역 별로 재분류해 700명 정도의 유해를 추렸다. 이 유해로부터 핵 DNA를 추출해 신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최신 기술이었다. 이렇게 해서, 작년 말까지 151구의 유해가 가족 품을 찾았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 최종 결과가 나오면 상사에게 보고하고 유족에게 돌려드려요. 그러면 유족 분들이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손을 잡고 고마워 하세요. 인수한 유해는 부모님 곁에 고이 묻습니다.”


진 박사를 만났을 때는 마침 저서 ‘뼈가 들려준 이야기’가 막 출간된 상태였다. 인터뷰가 한창일 때, 동석한 편집자가 전화를 받더니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책이 2쇄를 찍게 됐다는 소식이었다(책은 이후 더 많이 인쇄됐고, 연말에는 언론사에서 꼽은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됐다). 진 박사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진 박사는 이전에도 이미 몇 권의 인류학 책을 번역하고 쓴 작가였다. “제 꿈이 원래 기자였어요. 글 쓰는 걸 좋아했거든요.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뿌듯하고 재밌어서, 젊은 학생들에게 해볼 만한 일이라고 알리고 싶어요.”


책을 쓰는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뼈를 다루는 학자로서도, 유해를 만나는 법의 전문가로서도 하고픈 말이 많은 것 같았다. “제가 아는 걸 알리려면 좋든 싫은 언론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기자가 되고 싶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직접 책도 쓰고, 기자님하고 인터뷰까지 하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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