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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과학동아 Live’ ①] 과학자들이 본 알파고의 비장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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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5일 13:00 프린트하기

※ 편집자 주
바둑을 사랑하는 과학자와 바둑엔 까막눈인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만났습니다. 이 기사는 그중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예측한 부분을 모아 정리한 것입니다. 이 내용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튠즈☞팟빵에서 ‘과학동아 Live’를 검색해보세요.

 

※ 참여 감동근 아주대 교수, 김기응 KAIST 교수, 한보형 포스텍 교수, 송준섭 기자

 

알파고를 분석하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서울 홍대에 모인 세 명의 과학자. 왼쪽부터 김기응, 한보형, 감동근 교수. - 송준섭 기자 joon@donga.com 제공
알파고를 분석하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서울 홍대에 모인 세 명의 과학자. 왼쪽부터 김기응, 한보형, 감동근 교수. - 송준섭 기자 joon@donga.com 제공

송준섭(이하 준)

바둑을 이야기하려고 모였는데, 바둑 실력은 어떤가.
한보형, 김기응(이하 , ) 까막눈이다. (웃음)
감동근(이하 감) 바둑을 좋아해서 최근까지도 바둑을 계속 공부하고 있다. 급수로는 ‘아마 5단’이다.

 

 

알파고를 백만 번 꺾은 최종병기 알파고


알파고에 대한 프로 기사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일반적인 프로 기사보다 한두 점 정도 실력이 뒤진다는 것이다. 알파고가 프로 기사와 대결할 때 바둑돌을 한두 개 정도 먼저 두고 시합을 하면 박빙이라는 얘기다. 한두 점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인가?


꽤 큰 차이다. 한국 기원에 프로 기사가 300명 정도인데, 이 중 상금으로 생활하는 기사는 50명 정도다. 그런데 이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100위권 기사가 이세돌에게 한두 점을 깔고 바둑을 두면, 이세돌을 꺾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알파고가 유럽챔피언을 꺾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컴퓨터로 게임을 해결할 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트리 탐색’이다. 앞으로 게임이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 그 경우의 수를 나뭇가지 형태로 그려보는 것이다. 하지만 바둑은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모든 트리를 그리기가 어렵다. 많은 경우 중에서 중요한 경우를 집중적으로 탐색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미리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승률이 높은 경우를 주로 탐색하는 것을 ‘몬테카를로 트리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요한 경우의 수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알파고는 ‘KGS GO’라는 온라인 바둑 서버에서 고수들이 둔 기보 15만 개를 수집해 학습했다. 착수점만 3000만 개에 이르는 이 커다란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해, 고수들이 바둑을 어떻게 두는 지를 알아낸 것이다. 딥러닝으로 학습한 알파고는 고수들이 어디 둘지를 50% 이상의 높은 확률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흉내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알파고끼리 대결을 시켜 더 나은 전략을 찾았다.


알파고1과 알파고2를 만들어 대결시켰단 말인가.


알파고1은 현재의 전략을 고수하고, 알파고2는 알파고1을 이길 최선의 전략을 찾게 한 것이다. 이런 대결을 100만 번이나 했다.


숫자는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시간이 더 많이 걸린 것은 기보를 보며 학습하는 과정이다. 학습에 3주나 걸렸다.


그 정도면 빨리 학습한 것이다. 한때는 너무 학습 속도가 느려서 딥러닝이 사장될 뻔 했다.


딥러닝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기계 학습의 가장 큰 난관은 우리가 모르는 함수를 찾는 것이다. 간단한 함수를 설계하는 것은 쉽지만, 바둑을 이기는 법 같은 복잡한 함수는 수학적으로 풀기엔 너무 어렵다. 하지만 간단한 방법으로 근사를 반복적으로 하는 딥러닝은 충분한 데이터만 있으면 복잡한 함수도 추정해낼 수 있다.

 

“일단 인공지능을 만들어라. 그리고 그 인공지능에게 다른 모든 문제의 해결을 맡겨라”_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 딥마인드 제공
“일단 인공지능을 만들어라. 그리고 그 인공지능에게 다른 모든 문제의 해결을 맡겨라”_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 딥마인드 제공

알파고의 스승은 일본의 바둑 고수들?


취재 중에 만난 프로 기사는 알파고가 돌이 깔린 모양을 보고 자기에게 유리한 수를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또 기존 바둑프로그램은 사람과 확연히 구분되게 돌을 두는데, 알파고는 기보만을 보면 누가 컴퓨터고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특징들이 알파고의 학습방식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사람의 기보를 보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사람과 비슷할 수 밖에 없다. 대신에 알파고에게 그렇게 두는 이유를 설명하라면 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연구하는 컴퓨터 비전(시각) 분야에서 예를 들어보겠다. 사람은 두 눈을 이용해 물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데, 단순히 한 픽셀의 정보로 물체를 보는 컴퓨터는 사진 속 물체의 거리를 알기 어렵다. 픽셀 별로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함수를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이것이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에게 문제와 정답을 잔뜩 알려주고는 학습시킨다. 그러면 컴퓨터가 알아서 사진 속의 깊이를 파악하는 함수를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컴퓨터는 사실 깊이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왜 그게 깊은지도 모른다. 그냥 사람이 그렇게 알려줬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기보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상황과 똑같은 상황이 실제 대국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 인공지능은 학습한 기보에서 조금만 달라져도 정답을 찾지 못해 엉뚱한 수를 두곤 했는데, 알파고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고수들이 둘 법한 수를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 거리가 다른 그림들을 보고 공부한 인공지능이 새로운 사진을 보고도 물체의 깊이를 유추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게다가 알파고가 학습한 것에는 그 사람의 독특한 기풍까지 포함돼 있다.


알파고는 KGS 서버에서 5~9단 사용자들의 기보를 참고했다. 그런데 이 서버는 일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버다. 이것 때문인지 알파고는 모양에 치중하는 1950년대 일본식 바둑과 기풍이 비슷하다.


공부를 할 때도 어떤 책을 읽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하냐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 같다. 구글에서는 KGS의 기보에 있는 3000만 개의 착점을 이용해 알파고를 학습시켰는데, 여기에는 감 교수님 같은 아마추어들의 기보도 포함돼 있다. 프로 기사들의 기보는 그것보다 훨씬 적다.


KGS로 하면 나도 7단이다. 나 같은 아마추어들의 기보를 보고 잘못 배웠을 가능성도 있다. (웃음) 한국 프로 기사들의 기보는 1만6000개 정도다. 왜 이런 고수들의 기보를 사용하지 않고, 아마추어들의 자료까지 참고한 걸까. 함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한 것 같다.


알파고는 13개의 층위로 이뤄져 있다. 네트워크 구조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이 정도 깊이를 가진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엔 학습으로 만들어야 할 함수의 변수가 1억 개가 넘는다.


층을 더 늘리면 더 정확한 함수를 찾을 수 있나.


그만큼 더 많은 학습 자료가 필요하다. 무작정 층을 늘렸다가는 자료 부족으로 더 엉성한 알고리듬이 만들어질 수도 있
다.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도 필요에 따라 6~7개에서, 많게는 20개까지 층을 다르게 조절한다.


바둑은 19×19픽셀에 검은 돌, 흰 돌, 또는 아무것도 놓이지 않는 세 가지 경우의 수밖에 없다. 컴퓨터 비전이 분석하는 일반적인 사진보다는 입력 정보가 확실히 적을 것이다. 때문에 그만큼 많은 계산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프로 바둑기사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김찬우 6단은 알파고가 초반에 착석을 할 때 예전에 사용되던 포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정상급 기사들이 잘 두지 않는 방식이다. 알파고가 ‘책’을 너무 많이 읽다보니 과거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바둑에서 모양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모양에서 벗어나야 할 때도 있다. 생사가 걸렸을 때는 모양보다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중요하고, 정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분적인 손해를 감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알파고는 판 후이와의 대결에서 이런 부분에 약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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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섭 기자

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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