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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날마다 금고를 턴다…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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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날마다 금고를 턴다…대체 왜?

2016.03.04 07:04
미국 인증기관 ‘UL’ 기술자들이 금고 설계도를 토대로 각종 도구를 이용해 금고의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테스터들의 ‘공격’을 얼마나 오랫동안 막는지에 따라 금고의 등급이 결정된다. - 유투브 캡처 제공
미국 인증기관 ‘UL’ 기술자들이 금고 설계도를 토대로 각종 도구를 이용해 금고의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테스터들의 ‘공격’을 얼마나 오랫동안 막는지에 따라 금고의 등급이 결정된다. - 유투브 캡처 제공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국내에도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현금을 집 안 금고에 보관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일본에선 금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5배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금고의 생명은 단연 안전이다. 영화에서 종종 도둑이 갖은 방법으로 금고를 여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금고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기준이 궁금해진다. 실제로 금고의 안전 등급을 인증하는 미국 기관 ‘UL’에는 매일 금고를 뚫는 시험을 진행하는 기술자들이 있다.

 

● 3.6㎏ 해머에 15분 버텨야 ATM 합격

 

금고 기술자들은 시험할 금고가 오면 설계도부터 분석한다.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 공략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금고 설치 장소와 용도에 따라 기술자의 수를 조정한 뒤, 이들이 금고 속 내용물을 꺼내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일반 가정용 금고는 기술자 1명이 1.36㎏ 미만의 가정용 망치와 멍키스패너, 소형 전기 공구로 5분 동안 열리지 않아야 한다. 24시간 운영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기술자 2명이 15분 동안 금고를 여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때 쓰이는 도구는 가정용 금고보다 크고 무겁다. 3.6㎏ 미만의 큰 해머와 길이 1.5m 미만의 절삭기, 지름 12.7㎜ 이하의 드릴 등의 공격에 버텨야 한다.

 

상용 금고는 등급이 더 세분돼 있다. 절도에 대한 ‘방도(防盜) 등급’과 불에 견디는 정도를 나타내는 ‘내화 등급’으로 크게 나뉜다. 방도 등급에서 가장 낮은 ‘TL-15’는 기술자 2명이 망치, 전기톱과 같은 기계 공구를 이용해서 15분을 버틴 금고를 뜻한다. 30분을 버티면 ‘TL-30’ 등급에 해당한다.

 

금고의 허점은 문이 아닌 다른 쪽에 있을 수도 있다. 위아래, 상하좌우 총 6면 어디를 공격해도 안전하다면 ‘X6’이라는 등급이 덧붙는다. 산소용접기 공격에도 버틴다면 ‘TR’ 등급이 따라붙는다. 방도 등급에서 최고 등급(TXTL-60X6)을 받은 금고는 전기톱이나 산소용접기 등 온갖 도구를 써서 금고의 모든 부분을 공격하더라도 60분을 견딜 수 있으며 화약(니트로글리세린) 110g을 터뜨려도 끄떡없다.

 

김대연 선일금고제작 품질부장은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상용 금고는 TL-15 등급”이라며 “기술자들이 설계도를 보고 약한 부분만 공략하는 데도 15분을 버티는 정도라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인증기관 ‘UL’에서는 금고가 화재에도 견디는 지 확인하는 내화성 시험을 진행한다. 시험 후 금고 내부의 온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 유투브 캡처 제공
미국 인증기관 ‘UL’에서는 금고가 화재에도 견디는 지 확인하는 내화성 시험을 진행한다. 시험 후 금고 내부의 온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 유투브 캡처 제공

● 서류 보관하려면 화재에도 177도 유지돼야 

 

금고는 화재가 발생해도 내용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금고의 내화성 시험은 5분 만에 온도를 섭씨 538도까지 올릴 수 있는 특수 용광로에서 진행된다. 금고 속에 CD나 필름, 종이 등을 넣고 최소 30분에서 최대 4시간 동안 섭씨 927~982도로 가열해 내용물의 상태를 확인한다.

 

가장 낮은 ‘Class 350’ 등급은 내화성 시험에서 금고 내부의 온도를 섭씨 177도로 유지하는 금고에 주어진다. 종이에 불이 붙는 온도인 섭씨 232도보다 낮은 만큼 현금이나 서류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Class 150’ ‘Class 125’ 등급은 내화성 시험에서 금고 내부를 섭씨 66도(화씨 150도), 섭씨 52도(화씨 125도)로 유지하는 금고로, 필름이나 전자 매체처럼 열에 약한 물체도 보관할 수 있다.

 

김 부장은 “국내에 아직 금고의 내화성에 대한 규정이 없지만 내화성과 방도성은 금고의 기본 성능”이라며 “최근엔 금고에 센서를 달아 외부 충격이 오면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보내는 기능도 개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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