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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여행 (上)] 영랑호, 영금정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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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여행 (上)] 영랑호, 영금정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찾다

2016.03.04 13:00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 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시간이다.


<고! 하기 전> 속초 영랑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영랑호 ->  카페 (추천 : 나폴리아) -> 영금정


한때 아빠는 딸바보, 딸은 아빠바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 역시 아빠랑 결혼할 거라고 말하던 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거리감이 생겼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는 친구가 되었다. 아빠와는 점점 멀어졌다. 그러다 여행을 좋아하면서부터 아빠와 거리감이 좁혀졌다. 아빠도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뷰레이크 타임의 세 번째 질문 ‘아빠바보, 딸바보 시절로 돌아갈 순 없을까?’. 그 질문의 답을 찾고자 아빠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속초로 향했다. 

 

영랑호의 겨울,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철새들 - 고종환 제공
영랑호의 겨울,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철새들 - 고종환 제공

여행을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한다. 걷는 걸 좋아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는다. 아빠와 나의 공통점이다. 학교 다니고, 회사 다니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그런 걸 찾아볼 여유가 없었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아빠와 멀어진다 생각했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아빠와 닮은 점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된다.  

 

여행친구가 된 아빠, 아빠와 나의 추억을 기록해주는 카메라 - 고기은 제공
여행친구가 된 아빠, 아빠와 나의 추억을 기록해주는 카메라 - 고기은 제공

 

아빠와 함께 호수산책 시작 - 고종환 제공
아빠와 함께 호수산책 시작 - 고종환 제공

여행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어렸을 때 이곳저곳을 다녔다. 지금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건 그때의 정서가 마음에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빠와 함께 한 추억들은 수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표현에 서툰 아빠는 딸에 대한 사랑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이 그리웠다. 스무 살 이후로 아빠와의 추억이 멈춰 있었다. 서글펐다. 다시 아빠와 추억을 쌓고 싶었다. 아빠께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둘레 약 8km에 이르는 영랑호 - 고종환 제공
둘레 약 8km에 이르는 영랑호 - 고종환 제공

아빠와 함께 찾은 첫 번째 장소는 속초 영랑호다. 영랑호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호수다. 대표적인 석호 중 하나다. 좁고 긴 사주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어 형성된 호수다. 둘레는 약 8㎞.

 

속초 제2경 영랑호 범바위는 어느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보인다. - 고기은 제공
속초 제2경 영랑호 범바위는 어느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보인다. - 고기은 제공

호수의 이름은 화랑 영랑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호수를 보고 반해 서라벌(지금의 경주)로 돌아가는 것도 잊고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는 꽤 낭만적인 사람이다. 그에게서 풍경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배운다.

 

신라를 대표하는 풍류 화랑들, 영랑, 술랑, 안상, 남랑 - 고종환 제공
신라를 대표하는 풍류 화랑들, 영랑, 술랑, 안상, 남랑 - 고종환 제공

그에게서 아빠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빠도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우선 마음에 담는다. 그 다음 카메라에 담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의 모습이다. 오랜만에 그 모습을 보았다. 반가웠다.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멋지다. 그런데 아빠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고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의 모습, 오래오래 이 모습을 보고 싶다. - 고기은 제공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의 모습, 오래오래 이 모습을 보고 싶다. - 고기은 제공

그땐 아빠도 지금의 나처럼 30대였다. 낭만을 알던 아빠였다. 험한 세상에서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딸을 키우느라 늘어간 근심만큼 얼굴에 주름이 느셨다. 나 힘든 것만 생각했지 아빠 힘든 건 헤아리지 못했다. 내 나이만 먹는 줄 알았지 아빠 나이를 셈하지 못했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시간을 만들지 못한 후회가 밀려왔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아빠와 함께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래오래 함께 걷고 싶다.

 

걷다 발걸음을 멈춰 세운 글귀 - 고기은 제공
걷다 발걸음을 멈춰 세운 글귀 - 고기은 제공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영랑호 - 고기은 제공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영랑호 - 고기은 제공

☞스톱!☜ 꿀팁 3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 속초시 영랑호반길 140
<②큰술> 영랑호 화랑도 체험관광단지에서 승마체험, 활쏘기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동계 10:00~16:00, 하계 10:00~17:00에 운영된다. 요금은 별도다. 매주 월요일 휴무다.
<③큰술> 영랑정, 범바위 등 호수를 찬찬히 돌아보기 위해선 시간을 여유있게 잡고 오는 것이 좋다. 편안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영랑정, 범바위로 오를 때 조심조심 걷자.

 


☜고!☞ 잃어버린 소리, 다시 찾은 소리, 영금정

영금정에 오르니 겨울바다가 펼쳐진다. 선물 같은 풍경이다. 아빠는 저 멀리 지나가는 배를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는다.

 

바다의 절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영금정에 오르는 건 필수! - 고종환 제공
바다의 절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영금정에 오르는 건 필수! - 고종환 제공

 

배가 떠나가는 모습 순간포착! - 고종환 제공
배가 떠나가는 모습 순간포착! - 고종환 제공

영금정이란 이름은 파도가 바위산에 부딪힐 때마다 거문고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그런데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니 지금은 들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 때 속초항 방파제를 짓는 골재 채취를 위해 폭파했기 때문이다. 손을 쓸 방도도 없이 소중한 걸 잃고 말았다. 지금의 정자는 그 소리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소리는 잃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려다 본 바다는 변함없다. 절경이다.

 

한 폭의 그림같은 절경을 선사한다. - 고종환 제공
한 폭의 그림같은 절경을 선사한다. - 고종환 제공

영금정에서 내려와 동명해교로 발길이 향한다. 바다로 쭉 뻗은 다리는 바다 위를 걷는 듯한기분을 선물한다.


“기은아 거기 서 봐봐.”


잊고 있던 한 마디가 살아났다.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아빠의 부름에 카메라 앞에 곧잘 서서 포즈를 취하던 꼬마가 된 것 같다. 그 꼬마가 이젠 서른이 넘어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감사한 순간이다.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했던 순간 - 고종환 제공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했던 순간 - 고종환 제공

 

카메라에 더 많이 담고 싶은 아빠 모습 - 고기은 제공
카메라에 더 많이 담고 싶은 아빠 모습 - 고기은 제공

“아빠 잠시만요!”


내 목소리를 듣고 아빠가 뒤돌아본다. 나도 아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젠 아빠보다 내가 더 많이 아빠의 모습을 담고 싶다. 아빠를 더 많이 닮고 싶다.    

 

함께 여행하며, 더 많이 닮고 싶은 아빠 - 고기은 제공
함께 여행하며, 더 많이 닮고 싶은 아빠 - 고기은 제공

☞스톱!☜ 꿀팁 2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도 속초시 동명항길 35 (동명동)
<②큰술> 주차장 요금은 승용차 기준 최초 1시간까지 1,000원이다.


추천 카페
▷ 카페 나폴리아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 482-37


기타치는 엘비스프레슬리상이 제일 먼저 반겨주는 카페다. 하늘과 어우러지는 풍차는 그 다음으로 마주하는 감동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탁 트인 바다 전망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철썩철썩 파도소리가 배경음이 될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야외엔 산책로가 조성 돼 있다. 말을 비롯 다양한 조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커피, 음료는 물론 식사도 할 수 있다.

 

낭만을 더하는 풍차(왼쪽), 바다로 달려가는 듯한 말(가운데), 귀여운 찻잔에 미소 한번 더!(오른쪽) - 고종환, 고기은 제공
낭만을 더하는 풍차(왼쪽), 바다로 달려가는 듯한 말(가운데), 귀여운 찻잔에 미소 한번 더!(오른쪽) - 고종환, 고기은 제공

속초 영랑호 뷰레이크 타임, 못다 한 이야기


아직 속초여행은 끝나지 않았다.‘아빠바보, 딸바보 시절로 돌아갈 순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주 속초여행 2편에서 답하고자 한다. 영랑호에서 그 답의 힌트 하나는 찾았다. 아빠와 함께 걸으면서 알았다. 아빠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멀어진 건 나였다. 아빠와 함께 나란히 걷는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거리를 좁히는 시작이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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