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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분석]콜버스 규제, 공무원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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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6일 10:22 프린트하기

▶선 한줄 요약 

‘규제를 잘 해야 한다는 말’ 의 의미는 ‘공무원의 규제 권한과 기득권의 시장지배력을 잘 유지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지난 1월에 동아사이언스 지면에 우버와 택시, 대중교통의 혁신 등을 주제로 시리즈 기사를 쓴 바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택시 앱 많이 있는데, 택시 잡기 편해졌나요?

☞경제를 결정하는 시장원리, 택시 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택시 시장, 잘 디자인된 규제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다

 

지난번에 ‘버스판 우버’라 할 우리나라 스타트업 콜버스를 둘러싼 논란을 소개하면서, ‘잘 디자인된 규제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다’라고 결론을 맺었습니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버스를 태우고,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최적 노선을 그때그때 변경해 가며 운행하는 ‘콜버스’가 시범 운행 과정에서 택시 업계의 반발로 불법 논란에 휩싸였을 때였습니다.

 

포커스뉴스 제공
포커스뉴스 제공

●콜버스 논란 핵심 요점 정리

 

우선 관련 이슈 복습 한번 하고 갑니다.

 

콜버스의 편의성은 명백합니다. 택시를 잡기 힘든 심야 시간대에 저렴하고 편리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습니다.

 

콜버스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의 모호한 지점에 있는 것도 맞습니다. 콜버스는 전세버스와 계약해 서비스합니다. 전세버스는 ‘노선’을 지정해 움직일 수 없습니다. 콜버스를 타면 ‘탑승지’와 ‘출발지’가 생기기 때문에 노선대로 움직이는 듯 합니다만, 이 노선은 정해져 있지 않고 손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노선’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전세버스는 1개의 계약 주체와만 운송 계약을 맺어야 하고 개별 탑승자로부터 운임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전세버스 사업자가 콜버스와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또 승객과 계약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콜버스는 전세버스와 전세버스를 공동구매하려는 사람들을 중개했을 뿐이라며 피해갑니다.

 

운임 수령은 어떤가요? 아직은 콜버스가 무료로 운영 중이라 뭐라 판단하기 힘드네요.

콜버스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승객 입장에서 편의성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택시 업계의 불만 역시 이해할만 합니다.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법의 회색지대를 틈타 새롭게 등장, 사용자에겐 가치를 기존 사업자에게는 위협을 주는 것이 콜버스입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밥그릇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이해당사자와 사회 전체의 효용을 잘 조율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규제 디자인’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택시 업계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콜버스 불법 논란이 일었고, 창의적 신규 사업자 진입을 입구서부터 막아버리는 정부 규제에 대한 역풍도 불었습니다.

 

국토부는 “심야 콜버스는 노선버스와 택시사업자 간에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나타난 새로운 형태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중교통 주무 부처로서 아무래도 기존 대중교통에 기우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어쨌든 국토부가 중간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으로 비춰졌습니다.

 

 

GIB 제공
GIB 제공

●창조경제 공무원의 창조적 규제

 

그러다 지난달 22일 국토부가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심야 콜버스 허용 방침을 밝혔습니다. 혁신의 손을 들어준 것인가요?

 

그.런.데.

 

바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보니, 기존 버스나 택시 회사와 같은 면허 사업자만 심야 콜버스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네요.

 

콜버스는 전세버스와 제휴해 서비스 하는데, 전세버스는 면허사업자가 아니라 등록사업자입니다. 그럼 콜버스는 어떻게 하나요? 택시 버스 회사와 제휴해서 하라는 의미인 거 같은데, 그들이 굳이 콜버스와 함께 하려 할까요?

 

콜버스는 사업 아이템 만들어서 공짜로 다른 사람들에게 줘 버린 셈이 되었네요. 국토부는 규제 완화하라는 대통령 말씀도 따르고, 혁신 방해한다는 비난도 피해가고, 자신들 ‘영역’인 대중교통 업계에 선물도 챙겨주고, 기존 규제를 피해가려는 신규 진입자에 경고도 날리고, 일석삼조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 창조적으로 잘 디자인된 규제입니다.

 

공무원의 밥그릇은 규제 권한이고, 규제 권한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점점 규제 대상과 오히려 유착한다는 행정학 이론의 좋은 실례가 된 듯 합니다.

 

물론 정부의 결정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안전 문제입니다. 국토부는 전세버스 기사가 심야에 콜버스 운행하고, 다음날 오전에는 학원 버스 운행하다 사고가 나거나 하는 경우를 염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이 버스를 사서 회사와 계약해 운행하는 ‘지입’ 전세버스가 많은데, 지입 버스는 사고가 날 경우 책임 소재가 애매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타당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꼭 이런 식의 진입 장벽밖에 없는 것일까요? 이 문제는 ‘우버는 정부가 자격을 인정한 택시 기사가 아니라 사기업이 계약한 일반인이 운전하기에 더 위험하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우버는 논란 속에서 점점 더 엄격한 사전 조회 절차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용자 별점이 제대로 매겨지고, 그 평가가 배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사들이 스스로 조심합니다. 요즘 미국에는 아예 우버 기사와 같은 프리랜서 온디맨드 서비스 종사자들을 안심하고 채용할 수 있도록 신원 조회를 대신해 주는 스타트업까지 나왔습니다.

 

수요가 있고, 경쟁이 있다면 해결책도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시장에서 선택을 받으려면 기사의 운행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일단 법으로 진입장벽부터 치는 것은 혹시 규제가 세야 공무원 권한도 커지기 때문은 아니겠죠?

 

사람들은 심야 시간에 택시를 잡지 못 해 고생합니다. 승차거부하는 택시 때문에 많이 속상해하죠. 반면 택시 기사들은 열심히 일하는데도 버는 것이 얼마 없어 힘듭니다. 이해당사자들마다 여러 사정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꼭 정부 규제로 진입 장벽을 쳐 놓는 것이어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하게 시도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성공한 시도에 대해서는 적절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지금 풀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도 해결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콜버스 사태는 새로운 시도를 막고, 성공 가능성이 있는 시도를 도리어 ‘처벌’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더 큰 걱정은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계속 이럴 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후 한줄 요약 

규제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공무원의 규제 권한과 기득권의 시장지배력을 잘 유지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 필자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한세희 디지털칼럼니스트

sehee.h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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