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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여행 (下)] 아바이마을, 청초호에서 어린시절의 표정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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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여행 (下)] 아바이마을, 청초호에서 어린시절의 표정을 되찾다

2016.03.11 13:00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 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시간이다. 
 


<고! 하기 전> 속초 청초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아바이마을 → 점심 (추천 메뉴 : 생선구이 or 아바이+오징어순대) → 청초호 

 

지난주에 속초 영랑호 뷰레이크 타임을 걸었다. 뷰레이크 타임의 세 번째 질문 ‘아빠바보, 딸바보 시절로 돌아갈 순 없을까?’. 그 질문의 답을 찾고자 아빠와 함께 속초여행은 계속되었다. 이번주는 청초호에서의 뷰레이크 타임이다.

 

아빠와 15년 만에 다시 찾은 아바이마을 - 고기은 제공
아빠와 15년 만에 다시 찾은 아바이마을 - 고기은 제공

☜고!☞ 다시 함께 오른 갯배, 아바이마을   


갯배에 올랐다. 15년 만이다. 갯배는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중앙동을 오간다.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배에 다시 오르기까지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이곳은 여전하다.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직접 와이어를 끌어당겨야 나아가는 것. 500원도 채 되지 않는 왕복 뱃삯. 드라마 가을동화의 애잔한 추억까지 그대로다.

 

속초에서만 볼 수 있는 갯배 - 고기은 제공
속초에서만 볼 수 있는 갯배 - 고기은 제공

필자의 시간만 직진했다. 내가 살던 세상은 누군가를 끌어내려야 올라갈 수 있었다. 협동보다는 경쟁을 강조했다.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올라가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누군가를 상처 주면서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으면서 내려가고 싶지도 않았다. 중간을 지키는 것이 욕심이라면 욕심이었다. 결국 나는 나를 끌어내리는 편을 택했다. 자존감은 낮으면서 자존심은 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갯배는 움직인다. - 고기은 제공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갯배는 움직인다. - 고기은 제공

6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 번 일자리를 옮겼다. 일이 손에 익을 때쯤이 떠나는 타이밍이었다. 그동안의 고생이 허사로 돌아가곤 했다. 진득하게 한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아빠는 그런 나를 나무라셨다. 그러실만하다.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딸이었다. 대학교에선 장학금 한 번 놓친 적 없는 딸이었으니 기대도 컸을 것이다. 졸업 후에 당연히 알만한 대기업에 취직하리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박봉인 일만 골라 했으니 크게 실망하셨을 법도 하다. 나 역시 그 무렵 아빠께 실망한 일이 있다. 아빠께서 친구의 딸 연봉 얘기를 하며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셨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죄송한 마음이 앞섰지만, 아빠가 미웠다. 많이 서운했다. 누구보다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아빠를 잃은 것 같아서다. 그날 이후 아빠와 더 거리감이 생겼다.

 

실향민들의 애환과 문화를 보존하고 아바이마을 - 고종환 제공
실향민들의 애환과 문화를 보존하고 아바이마을 - 고종환 제공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거리감은 여행이 도와주었다. 1년에 한 번씩 엄마의 여름휴가에 맞춰 가족여행을 갔다. 여행을 가면 아빠와 나는 한 곳이라도 더 마음에 새기려고 일찍 일어났다. 엄마와 동생들은 조금만 걸어도 금세 지쳤다. 끝까지 걷는 사람은 아빠와 나 둘뿐이었다.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아빠는 내가 고향에 오면 드라이브를 시켜주셨다.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가고, 전망좋은 카페를 데려가주셨다. 그러면서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가는 물꼬를 텄다.

 

카메라를 든 아빠 모습을 제일 좋아했던 딸은 점점 아빠를 닮아가고 있다. - 고종환 제공
카메라를 든 아빠 모습을 제일 좋아했던 딸은 점점 아빠를 닮아가고 있다. - 고종환 제공

갯배가 없었을 땐 50m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5km나 빙 돌아서 갔었다고 한다. 갯배가 생기고 나서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한결 편해졌다. 어쩌면 아빠와 나 사이에도 이러한 갯배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15년 만에 아빠와 다시 오른 갯배. 마음에도 갯배 한 척이 자리 잡는다.

 

 

☞스톱!☜ 꿀팁 3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 1076
<②큰술> 요금 : 편도 200원, 왕복 400원
<③큰술> 운영시간 : 04:30 ~ 23:00 (수시운행 / 승선 인원이 차는 대로 출발함)

 

 

☜고!☞ 있는 그대로의 나일 수 있길, 청초호


청초호는 속초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영랑호와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석호다. 둘레는 약 5km.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는 이곳을 양양 낙산사 대신 관동팔경으로 꼽았다. 경치가 매우 빼어난 곳이었음을 말해준다. 물론 지금도 아름답다. 그런데 본연의 아름다움은 잃어버린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려해졌지만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5㎞의 둘레에 잘록한 항아리 모양을 닮은 청초호 - 고종환 제공
5㎞의 둘레에 잘록한 항아리 모양을 닮은 청초호 - 고종환 제공

호수에 도착하면 호수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청초호는 그렇지 않았다. 우뚝 선 타워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엑스포타워다. 1999년 9월 이곳에서 강원국제관광엑스포가 열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높이는 약 74m. 이곳에 오르니 청초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와 바다의 경계가 더 모호해진다. 속초 시내는 물론 설악산도 보인다. 안내표지판에 맞춰 울산바위, 대청봉, 달마봉의 위치도 짚어본다. 

 

엑스포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청초호 - 고종환 제공
엑스포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청초호 - 고종환 제공

내 모습도 짚어본다. 어렸을 때의 나와 어른이 된 나를 생각해본다. 지금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해서 ‘우와’를 연발하는 아이처럼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웃음이 많은 아이였다. 표현을 잘하던 아이였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표현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선 좋은 걸 표현하는 일은 드물었다. 싫은 걸 표현해서는 안 되었다. 표정 관리를 못해 혼난 적이 많다. 거짓말을 못하는 표정을 탓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고쳐야 할 문제였다. 그래서 가면을 썼다. 집에서마저 힘든 표정을 들키기 싫어 가면을 썼다. 기분이 안 좋아도 애써 웃었다. 그럴수록 병드는 건 마음이었다. 몸도 자잘하게 아팠다. 공통으로 듣는 원인은 스트레스. 마음 좀 편하게 하라는데 주변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 투성이었다.

 

웃음꽃이 피는 여행길 - 고기은 제공
웃음꽃이 피는 여행길 - 고기은 제공

그럴 때마다 훌쩍 떠났다. 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탔다. 낯선 곳이 편했다.유일하게 가면을 벗어던져도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풍경이 주는 감동은 자연스레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좋으면 좋은 대로 표현했다. 웃음이 많던 나로 돌아갔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을 여행을 하며 경험했다. 그저 아는 거라곤 이름 뿐. 어떤 위치의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통하는 것이 중요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하나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친구가 되었다. 어떤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충분하다는 걸 가르쳐주었다. 

 

엑스포타워의 야경을 보며 속초 여행의 마침표를 찍다 - 고기은 제공
엑스포타워의 야경을 보며 속초 여행의 마침표를 찍다 - 고기은 제공

어른이 된 나는 다시 둘로 나뉜다. 여행을 좋아하기 전의 나와 여행을 좋아하는 나. 그동안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살았던 내가 여행이란 옷을 입고서야 편해졌다. 편해졌다고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여전히 불안하다. 그럼에도 지금이 좋다.

 

 

☞스톱!☜ 꿀팁 3큰술

 
<①큰술> 호수 및 엑스포타워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엑스포로 75
<②큰술> 엑스포타워 요금 : 어른 1,500원, 청소년 및 군경 1,200원, 어린이 800원 (강원도민의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면 50% 할인됨.)
<③큰술> 운영시간 : 09:00 ~ 21:30 (연중무휴) 

 

 

추천 맛집
▷ 88 생선구이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중앙부두길 71


생선 잔치가 열린 것 같은 한 상이다. 고등어, 황열갱이, 꽁치, 도루묵, 오징어, 삼치, 가자미, 청어, 송어, 메로, 새치를 모두 먹어볼 수 있다. 오징어젓갈이 숨은 밥도둑이기도 하다. 1인 주문은 불가라서 2인 이상이 가야 하는 단점이 있다. 생선구이 모듬정식 1만 2000원.

 

생선이 총집합한 한 상! 밑반찬도 굿!(왼쪽), 다양한 생선을 고루 맛볼 수 있는 생선구이 모듬정식(오른쪽) - 고기은 제공
생선이 총집합한 한 상! 밑반찬도 굿!(왼쪽), 다양한 생선을 고루 맛볼 수 있는 생선구이 모듬정식(오른쪽) - 고기은 제공

▷ 깜장기와집 미경이네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아바이마을길 18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는 속초의 별미다. 둘 다 먹고 싶다면 모듬 순대를 주문하면 된다. 새우튀김이 서비스로 나온다. 벽의 낙서들만큼이나 많은 추억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순대 한 점에 옥수수 생동동주 한 사발 들이키며 옛 추억을 떠올려도 좋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도 좋다. 모듬순대 대 3만 원, 중 2만 원, 순대국밥 8000원, 옥수수 생동동주 5000원.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둘 다 놓칠 수 없다면 모듬 순대 추천!(왼쪽), 동동주 한 사발에 추억을 살리고, 추억을 쌓는 시간(오른쪽) - 고기은 제공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둘 다 놓칠 수 없다면 모듬 순대 추천!(왼쪽), 동동주 한 사발에 추억을 살리고, 추억을 쌓는 시간(오른쪽) - 고기은 제공

속초 청초호 뷰레이크 타임, 못다 한 이야기

 

‘아빠바보, 딸바보 시절로 돌아갈 순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돌아갈 수 있다’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아빠와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발견했듯 말이다. 든든한 여행친구가 생겨서 좋다. 그리고 ‘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을까’에 대한 궁극적인 이유를 이번 여행을 통해 알았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던 진짜 이유는 그냥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사랑받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고, 웃음이 많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게 해준다. 오래오래 여행하고 싶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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