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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1승]“정교하지 못한 알파고, 남은 대국 이세돌 승리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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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1승]“정교하지 못한 알파고, 남은 대국 이세돌 승리 가능성 높아”

2016.03.10 08:29

이세돌 9단이 1국을 졌다. 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알파고의 기량이 지난 10월에 비해 놀랍게 발전했다. 이 정도 기량을 꾸준히 보인다면 국내 랭킹 10위권에 근접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 9단이 평소 기량을 발휘했더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기에 더 아쉽다. 

 

1. 과도한 긴장 

큰 승부를 수없이 해본 이세돌 9단에게도 오늘과 같은 역사적인 대국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나 보다. 처음에는 긴장 되더라도 바둑이 일단 시작하면 이내 몰입하면서 긴장이 풀리는데, 초반 내내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세돌 9단이 입단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지도해서 그의 심리를 가장 잘 이해할 권갑용 8단도 “이세돌이 이렇게 긴장한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2. 왜 흑을 선택했을까?

돌가리기(홀/짝 맞추기) 결과 이세돌 9단에게 흑/백 선택권이 돌아갔는데 이세돌 9단이 흑을 선택한 것은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현대 바둑은 덤이 커서 흑이 초반 작전을 아주 잘 짜야 한다. 초반이 무난하게 흘러가면 백이 유리하다.

 

특히, 중국룰에서는 덤이 7집반이나 되는 관계로, 일류들의 바둑만으로 통계를 내더라도 백의 승률이 60%는 된다고 한다. 더구나 초반 작전을 구상할 때는 상대의 기풍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세돌 9단이 갖고 있는 정보는 알파고와 판 후위 2단과의 기보 5장뿐이다. 그것도 5개월 전의. 그 당시 기보로 봤을 때도 알파고는 단단하게 수비하다가 상대의 무리를 잘 응징하는 스타일이라 백 바둑이 훨씬 어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능력을 일찌감치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3. 이세돌 9단의 ‘신수’, 그러나 알파고에게는 이미 학습된 수

실전의 흑7은 프로 공식 대국에서는 나온 적이 없는 수다. 이 수가 놓일 당시 연합뉴스 스튜디오에서 생방송 대담을 하고 있었는데, 상변에 ‘변형 미니 중국식’을 펼친 것을 기록자가 우변에 잘못 표시한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수는 타이젬 9단(프로나 프로에 준하는 연구생 강자)들의 바둑에서 여러 번 나왔던 수라고 한다. 공식 대국과는 달리 부담이 없는 인터넷 대국에서는 포석 연구 차원에서도 신수를 많이 시도해본다.

 

알파고는 이번 시합을 앞두고 타이젬 9단들의 기보를 집중 학습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 기사가 1년에 공식 대국으로 100판 이상 두기가 어려운 반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10, 20대) 프로는 인터넷 바둑을 1년에 1만판 이상 둔다. 그러니 알파고의 학습에 필요한 16만판을 인터넷 대국이긴 하지만 프로의 기보만으로 어렵지 않게 채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세돌 9단이 초반에 들고나온 ‘신수’는 알파고에게는 이미 학습된 수였을 가능성이 높다.


흑9의 협공에 최근 많이 두어지는 수는 <참고도 1>의 백1 눈목자 씌움이다. 흑14까지 정석이 진행되고 보면 흑7의 기착점(세모 표시)이 빛나는 위치에 가 있다. 그러나 알파고는 정확한 파해법을 들고 나온다. 실전의 백22까지 진행되고 보니 우선, 흑21과 흑7의 간격이 너무 좁다. 흑7은 작은 자리고, 이 돌은 우하귀 소목에서 날일자나 눈목자 위치에 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흑5도 이상한 곳에 가 있다. 백18로 흑이 양분 돼서는 흑의 실패가 분명해진다.

 

이세돌 9단이 포석 문제를 냈는데, 알파고에게는 이미 기출 문제였던 셈이다.

 

참고도1 - 감동근 제공
참고도1 - 감동근 제공

4. 알파고의 투박하지만 정확한 부분 전투

흑23으로 붙인 수도 다소 과격하다. 컴퓨터는 장기적인 전략이 중요한 국면보다는, 국지적인 전투들로 판이 잘게 나뉘는 것을 선호한다. 탐색 공간이 제한된 영역에서의 수읽기는 컴퓨터가 제일 자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백24로 들여다보고 26으로 치받아 끊는 것은 과감했다. 떠올리기 어려운 반발은 아니지만, 사람이었다면 초반에 포인트를 올리고 있는 마당에 이런 투박한 수는 결행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흑23, 27 두 점이 축으로 잡히는 것이 싫어서 흑39와 백40의 교환을 한 것일 텐데, 결과적으로 이것도 손해 교환이 됐다. 흑47까지 된 후 수 나누기를 해보면 흑39와 백40의 교환이 자충이고, 이 교환이 없었다면 흑이 백40 자리에 건너 붙이는 수도 있었다.

 

흑61은 그냥 늘어서 뒀어야 했는데 도대체 무슨 의도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백68는 정확한 타이밍의 응수타진이었다. 흑77로 백 두 점을 소박하게 잡았는데, 이세돌 9단이 여기서 형세를 괜히 낙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5. 균형을 잘 맞춰가는 기풍

백80은 느슨한 수다. 어차피 흑37, 41의 두 점을 움직이기는 어려웠고, 백80이 와도 좌상귀 3-3은 여전히 비어 있다. 흑 두 점이 움직여 나와서 설령 중앙의 백 일곱 점이 잡혀도 집으로는 거의 30집에 육박하는 좌상귀 3-3보다 작은 자리다. 알파고는 전투가 일단락된 다음에는 단단하게 정리해두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즉, 균형을 아주 잘 맞춰가는 기풍이다. 이런 기풍은 약자를 상대해도 압도적으로 몰아붙여서 이기기보다는, 균형을 추구하므로 바둑이 또 그런대로 어울린다. 이 때문에 판 후위 2단과의 대국에서도 알파고가 실제 기력보다는 약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6. 번지수가 틀린 족보를 동원

흑81로 양걸침 당해서는 바둑이 갑자기 미세해졌다. 더구나 그 이후에 백의 처리가 너무 이상했다. 특히 백86으로 끊은 수는 족보에 있는 수이긴 한데 번지수가 틀렸다. 이 수는 <참고도 2>와 같은 배석일 때 많이 두어지던 수다.

 

백30과 흑31의 교환이 되면 백A가 선수로 들어서, 흑이 백34를 축으로 잡을 수 없다. 결국 흑B로 느는 정도인데, 백C와 흑D 교환 후 백 E로 씌우면 흑이 백 세 점(10, 16, 32)을 잡을 수 밖에 없을 때 중앙이 깔끔하게 봉쇄된다.

 

그런데 실전 흑93까지 진행되고 보니 백86과 흑87의 교환은 명백히 악수이다. 주위의 흑이 너무 철벽이라 백86을 달리 활용할 수도 없다. 좌하 방면 흑이 이렇게까지 두터운데, 화점의 백을 양걸침까지 하고 있는 실전 장면은 아마도 기존 대국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 닥치자 나름 그나마 비슷한 사례를 참고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학습된 패턴에 의존하지만 그 번지수가 틀렸을 때 갑작스러운 난조로 이어지는 컴퓨터 바둑의 특성이 확연히 드러났던 장면이다. 이제 바둑은 이세돌 9단이 확실히 좋다. 사이버오로 홍민표 9단의 해설에 따르면 흑이 반면 20집 이상 앞서있다. 백이 둘 차례이긴 하지만 초일류 레벨에서 극복하기 힘든 차이다.

 

 

참고도2 - 감동근 제공
참고도2 - 감동근 제공

 

7. 알파고의 승부수?

백102로 들어간 것이 승부수로 보도되는데, 이 수 자체는 별 이득이 없다. 흑115까지 진행된 결과 백이 실리를 조금 벌었지만, 흑105, 109와 교환되어 우하귀 흑 한 점이 이제는 쉽게 수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후 이 부근에서 이세돌 9단의 어이 없는 실수가 연달아 나온 것을 생각하면, 백102가 결과적으로는 승부수가 되고 말았다.


8. 이세돌 9단의 거듭된 실수

흑121은 이세돌 9단이 두었다고 믿기 힘든 큰 실수다. 어려운 장면도 아니었고, 시간에 쫓긴 것도 아니었는데……. 알파고의 느슨한 수(80), 명백한 실수(86)에 이어 승부수(102)도 별무신통으로 돌아가자 완전히 방심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백이 그냥 손 따라 받아주기를 기대한 것인데, 우하귀를 122로 먼저 공격하니까 흑135까지 선수로 당했다. 흑 집이 덤 정도는 날 자리였는데, 그게 다 없어지고 백 집이 그만큼 나버렸다. 15집을 선수로 당한 것이다. 흑123으로 붙여간 선택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경솔했던 실수를 깨닫고 흔들렸던 것 같다. 128로 모 붙여서 살아뒀으면 이 때도 형세가 나쁘지 않았다.

 

9. 끝내기가 정교하지 못한 알파고

백130은 알파고의 실수다. 그냥 132로 막아도 흑은 133으로 받아야 하고, 백134에는 흑135로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백130과 흑131의 교환은 백의 괜한 자충이다. 우상귀로 손을 돌리기 전에 얼른 백126의 한 점을 이어뒀어야 한다.

 

역으로 흑141, 143을 선수로 당하고 보니 두 집 손해를 보았다. 백136도 흑13을 단수 쳐서 잡았어야 한다. 괜히 흑 일부가 넘어가는 수가 남아서 한집 반은 또 손해를 봤다. 균형을 잘 맞춰가는 스타일은 끝내기가 정교해야 되는데, 알파고의 끝내기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끝내기 묘수를 당하면 어쩔 수 없지만, 앉아서 간단히 네 집씩 손해를 봐서는 여느 일류들의 바둑이었다면 승부가 역전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바둑은 이세돌 9단이 그 전에 워낙 큰 실수들을 해서 알파고의 끝내기 약점이 묻혀졌다.

 

 

이세돌 vs 알파고, 1차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했다. - 감동근 제공
이세돌 vs 알파고, 1차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했다. - 감동근 제공

 

10. 총평

알파고의 기력이 일취월장한 것은 분명하다. 국내 인터넷 대국 서버의 고급 기보로 학습한 것이 그 원동력으로 추측된다. 이세돌 9단 입장에서 초반의 변칙 작전이 알파고의 족보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쉽게 파해 되면서 불리하게 시작했고, 부분적인 접전으로 이끌고 간 선택도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중반에 균형을 맞춰가려는 알파고의 특성 상 느슨한 수(백80)가 나오면서 일순간에 호각이 됐고, 학습되지 않은 패턴이 나왔을 때 번지수가 틀린 족보를 따라 하면서(백86) 이세돌 9단이 상당히 유리한 국면이 되었다. 그러나 이후 이세돌 9단에게서 믿기 힘든 큰 실수가 거듭 나오면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끝까지 뒀으면 반면으로 흑이 1~2집 남기는 형세였다고 한다.

 

11. 남은 대국 예상

첫번째 대국이 알파고의 100% 실력이라면, 남은 대국은 이세돌 9단이 승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아무래도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할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승부에 진 것 그 자체보다 내가 어디를 잘못 둬서 졌는지 알 수 없을 때 승부사는 자신감을 잃는다.

 

그런데 첫 대국은 전혀 그러한 절망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정신력이 누구보다 강한 이세돌 9단이기에 2국에서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것이 이세돌 9단이 십수년간 세계 최정상권을 지켜낸 힘이기 때문이다.

 

P.S.

기풍의 측면에서 볼 때, 알파고가 역시 상대를 잘 골랐다는 생각이다. 두텁게 두면서 상대의 무리를 응징하는 스타일은 이세돌 9단 기풍과 상극이다. 오히려 박영훈 9단이 상대였다면 알파고가 한 판 이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둘 다 균형을 추구하다 보니 미세한 바둑으로 흘러갈 텐데, 끝내기에서 상당한 실력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니면 최철한 9단 같은 스타일도 알파고를 잘 잡을 것 같다. 더 두텁게 두다가 스케일 크게 싸우니까.

 

※필진소개.

감동근. KAIST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아주대 전자공학과에서 반도체 패키징과 전자파 장해를 연구하고 있다. 알파고를 이기겠다는 목표로 바둑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글은 감동근 아주대 교수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됩니다. 직접 가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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