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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2승][제2국 분석] 알파고에게 ‘당연한 수’는 당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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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2승][제2국 분석] 알파고에게 ‘당연한 수’는 당연하지 않았다

2016.03.11 07:00

 편집자주 3월 9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겁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력에 도전하는데 있어, 오랫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승리를 거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사라고 알려진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말이지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 팀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지도 모릅니다. 데미스 하사미스 딥마인드 CEO는 “(알파고를) 달에 착륙시켰다(We landed it on the moon).”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대체 알파고는 어떻게 이세돌 9단을 공략한 걸까요? 북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은별’을 우리나라에 보급하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김찬우 프로 6단이 이번 대국을 설명해 드립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2국은 바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한 판이라고 하겠습니다. 알파고는 이창호 9단의 두터움과 계산력에 이세돌 9단의 전투력을 모두 겸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둑의 고수가 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포석단계에서의 자유로운 발상은 인류가 만든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_김찬우 프로6단”

 

▶대국 일시: 2016년 3월 10일 오후 1시
▶대국 장소: 대한민국 서울 포시즌스호텔
▶대국자 : 이세돌 9단(백○) vs 알파고(흑●)

 

●흑 13수:

 

흑 1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1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제2국은 프로 기사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준 대국이었습니다. 바둑에서는 특정 상황에서 ‘당연히 이렇게 둬야 한다’는 수가 있습니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는 그런 ‘당연한 수’에 대해 ‘왜 당연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흑 13수는 알파고가 이번 대국에서 인간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변의 흑을 보강하지 않고 상변을 전개하였는데요, 일반적으로 바둑에서는 하변 흑 석 점을 보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당연한’ 수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 수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알파고 만이 알고 있었겠지요.

 

●흑 29수:

 

흑 29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29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실리를 챙기기 위해 3선으로 많이 둡니다만 알파고는 그런 ‘보통 수’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1국에서도 이미 증명됐던 균형을 맞추는 수를 선택했지요. 나중에 형세가 전개되는 것을 보면 지금은 이렇게 높게 두는 것이 주변 배석을 고려했을 때 매우 적절한 수법이었습니다. 아마 ‘보통’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 있는 고정관념이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흑 37수:

 

흑 3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3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37수를 처음 봤을 때, 여러 프로 기사들은 이 착점에 대해 의문을 표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당연하지 않고 이상한 수이지만 보면 볼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수입니다. 중국의 바둑 영웅 섭위평 9단은 이 수를 보고 알파고에게 경의를 보낸다고 하였습니다. 알파고는 ‘당연하지 않은’ 이런 수를 통해 인간에게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 주고 있는 듯합니다.

 

○백 40수:

 

백 4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4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여기까지 백(이세돌 9단)도 나쁘지 않게 진행해 왔습니다. 다만 우변 백 5점이 약간 중복입니다. 여기서 알파고의 패턴을 읽는 분석력이 빛납니다. 사람은 ‘중복이 되서 기분이 나쁘다’고 느끼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손해를 본 것인지는 평가하지 못합니다. 반면 컴퓨터인 알파고는 중복이 된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이를 통해 이길 확률을 점점 높여가고 있는 것이지요.

 

●흑 43수:

 

흑 4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4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1국과 달리 이세돌 9단은 아주 신중하게 대국에 임하고 있습니다. 어제와 달리 먼저 싸움을 걸어가지 않고 차분하게 국면을 운영하자 알파고가 먼저 도발해 옵니다. 이 싸움의 이해득실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백 62수:

 

백 62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62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싸움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어떨까요? 대국을 지켜보던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은 이세돌 9단이 조금 이득을 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좌변과 하변에 백집이 생긴 것에 비해서 흑은 곤마만 남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싸움의 결과로 백의 발전성이 사라졌습니다. 대국 당시에는 앞으로 전개될 방향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해설과 검토를 하던 프로들은 간과하고 있었지만 이세돌9단은 정확하게 알파고의 무서움을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흑 73수:

 

흑 7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7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여기까지 진행을 보면 흑돌은 백돌에 비해서 넓게 퍼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여기저기 이유없이 돌을 흩뿌려 둔 것처럼도 보이지만, 이 포석 덕분에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이 효과적으로 형세를 몰고가지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상대를 비효율적으로 몰아가는 알파고의 자유로운 발상은 프로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흑 81수:

 

흑 81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81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의 좌상귀 침입에 바로 대응하지 않고 날일자로 연결한 알파고의 발상은 정말 자유롭습니다. 보통 상대방이 침입해 오면 맞대응을 하거나 반응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런 ‘일반적인 수’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크게 상변 백 한 점을 공격하니 백 한 점이 의외로 수습하기 만만치 않습니다. 상대의 도발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이런 수법은 프로들도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매우 자유로운 발상입니다.

 

●흑 101수:

 

흑 101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101수 - 바둑의 제왕 제공


결국 알파고는 상변을 취하고, 급소라고 생각했던 중앙도 손이 돌아와 집으로도 앞서고 중앙도 두터운 형세가 됐습니다. 상대의 도발에 직접 대응하지 않고 자신의 돌을 보강하면서 상대가 틈을 보이길 기다려 이득을 취하는 알파고의 전술은 정말 놀랍습니다. 같은 상황이었을 때 사람은 알파고와 같은 수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

 

○백 108수:

 

백 10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10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이 돌파하기는 했지만 흑도 두텁게 한 점을 선수로 취했습니다. 집으로는 팽팽하지만 곳곳에 흑의 두터움이 이세돌 9단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서 후반전으로 돌입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인 알파고의 특징상, 초중반에 우세를 확보하면 종반에는 비교적 쉽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다소 불리한 상태에서 후반전을 맞이했습니다. “계속 알파고의 뒤를 쫓는 느낌”이라던 국후의 감상평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흑 127수:

 

흑 12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12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하변을 크게 부수며 엄청난 이득을 취한 이세돌 9단. 해설을 하던 여러 방송의 해설자들은 이번에는 이긴 것 같다며 이세돌 9단의 승리를 확신하는 멘트를 쏟아내고 있었는데요. 침착하게 지켜두는 알파고는 혼자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세돌 9단과 최정상급의 몇몇 기사들만이 알파고의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흑 157수:

 

흑 15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15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이 엷음을 방치하고 우변을 넘어가자 알파고가 결정적인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냅니다. 초반부터 많은 시간을 쓰며 알파고에 맞선 이세돌 9단이지만 알파고가 이 수를 두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알파고에 맞서 최선을 다해서 싸웠지만 제한된 에너지만으로 맞서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정해진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대국은 앞으로 사람이 바둑에 임하는 자세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한판의 대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에도 이세돌 9단이 60여 수를 더 버텼지만 결국 211수 만에 돌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필자소개
김찬우. 프로6단이자 ㈜에이아이바둑 대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바둑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현재는 바둑 대중화를 위해 노력 중. 누구나 쉽게 바둑을 배울 수 있도록 즐기며 바둑을 배울 수 있는 ‘☞바둑의 제왕’ 앱을 개발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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