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이재한 형사님, 과학수사 오류도 바로 잡아주세요”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6년 03월 13일 18:00 프린트하기

사이언스 제공
사이언스 제공

이번주 ‘사이언스’ 표지에는 똑같은 흔적이 남은 총알 여러 개가 나란히 자리했다. 이들을 보면 같은 종류의 총에서 발사됐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누가 쐈는지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총알로 용의자를 지목해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다. 11일자 사이언스는 특집으로 범죄 과학 수사의 허와 실을 소개했다.

 

● 잘못된 과학 수사로 억울하게 28년 감옥 생활…사형 선고 받은 무고한 사람도

 

지난달 27일 미국 법원은 연방수사국(FBI)의 잘못된 과학 수사로 감옥에서 28년을 보낸 산태 트리블 씨에게 컬럼비아 특별구가 1320억 달러(157조800억 원)를 지불할 것을 선고했다.

 

트리블 씨는 1978년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기소된 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를 근거로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31년이 지난 뒤 행해진 DNA 분석 결과는 달랐다. 증거였던 13가닥의 머리카락이 트리블 씨가 아닌, 서로 다른 사람 3명과 개 1마리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과학 수사의 오류가 트리블 씨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셈이다.  

 

잘못된 과학 수사 결과가 증거로 채택되면서 억울하게 28년간 감옥 생활을 한 산태 트리블 씨. - 이노센스프로젝트 제공
잘못된 과학 수사 결과가 증거로 채택되면서 억울하게 28년간 감옥 생활을 한 산태 트리블 씨. - 이노센스프로젝트 제공

과학 수사에 따른 체모 분석 결과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정확도가 과장돼왔다. 미국 사법부에 따르면 신뢰도가 낮은 체모 분석을 맹신한 결과로 수백 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투옥됐고 그 중 일부는 사형수 선고를 받기도 했다. 미국 국립연구회의는 발자국과 총알 자국, 혈흔 등에서 발생한 과학 수사 오류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유죄를 받았다고 2009년 보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2년 과학 수사의 맹점을 고발해, 과학 수사 오류로 잘못 기소돼 처벌 받은 사건을 찾기 위해 FBI와 사법부가 수천 개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를 하도록 이끌어냈다. 트리블 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게 된 것도 이 과정에서 이뤄진 일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억울하게 감옥 생활을 하는 피해자들은 극심한 우울증이나 약물 중독, 에이즈 감염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 화학 분석으로 립스틱 브랜드 알아내 수색범위 좁혀…미래엔 박테리아 DNA로 범죄자 추적도

 

다행히 정밀도를 높이는 새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과학 수사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대표적으로 통계학 기술은 지문과 같은 패턴에서 증거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하면 박테리아가 사멸한 시간을 통해 피해자의 사망 시각을 추정할 수 있고, 컴퓨터과학자의 도움 속에 목소리로 화자를 식별하거나 비트코인처럼 암호화된 화폐의 사용내역에서 범죄자를 추적하기도 한다.

 

립스틱 브랜드마다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크로마토그래피 기술로 성분을 분석하면 용의자의 립스틱 브랜드를 알아낼 수 있다. - pixabay 제공
립스틱 브랜드마다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크로마토그래피 기술로 성분을 분석하면 용의자의 립스틱 브랜드를 알아낼 수 있다. - pixabay 제공

브라이언 벨로트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 교수팀은 미국화학학회(ACS)가 13일(현지시간) 개최한 제251회 ‘ACS학술대회’에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범죄자의 립스틱 흔적을 분석해 어떤 브랜드의 립스틱을 사용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각 브랜드마다 립스틱의 성분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실제 범죄 사건에서 수색범위를 좁히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 분석법에는 혼합물에 섞인 성분을 분석하는 크로마토그래피 기법 3가지가 사용됐다. 기체 시료의 성분에 따라 흐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 가스크로마토그래피(GC)와 박층크로마토그래피(TLC), 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다.

 

벨로트 교수는 “X선 분석 등 고가의 장비와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한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간편한 방법”이라며 “우리가 논문으로 낸 연구 결과가 실제 범인을 밝히는 데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스 로페즈 미국 노바사우턴대 생명과학대 교수팀은 인체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혼합물의 유전체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실제로 2010년 컴퓨터 마우스에서 얻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전 정보가 사용자의 손가락 끝에서 얻은 것과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위키미디어 제공
위키미디어 제공

미생물학자인 잭 길버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한 사람의 생활 습관에 따라 몸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종류와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은 개인의 고유 정보가 될 수 있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 기술이 발전하면 범죄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언스 기자는 “잘못된 범죄 수사 과학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쳐놨다”며 “새로운 기술이든 기존의 기술이든 수사관과 변호사, 판사 모두 좀 더 과학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6년 03월 13일 18: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7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