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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1승][제4국 분석] 알파고 무너뜨린 신의 한 수, 78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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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4일 07:00 프린트하기

“제4국은 인공지능 연구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한 판 승부였습니다. 딥마인드의 연구팀도 좋은 결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통한 딥러닝 기법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겁니다. 좀 더 근본적인 바둑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류가 존재하는 인공지능은 학습 방향이 잘못될 경우 큰 문제를 불러 올 수도 있으니까요. 좀 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알고리즘으로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바둑이었습니다. _김찬우 프로6단”

 

▶대국 일시: 2016년 3월 13일 오후 1시
▶대국 장소: 대한민국 서울 포시즌스호텔
▶대국자 : 이세돌 9단(백○) vs 알파고(흑●)

 

○백 20수:

백 2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2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딥 러닝으로 바둑의 원리를 깨달은 알파고. 딥 러닝은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리를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기본이 되는 로우(raw) 데이터에서 많이 나오는 패턴은 그 속에 담겨진 원리를 쉽게 찾는 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잘 나오지 않는 패턴과 관련된 원리는 찾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딥마인드에서도 이미 알파고 역시 그러한 부분에 약점이 있다고 했었는데요, 과연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약점을 찾았을까요? 오늘 제4국에서 이세돌 9단은 자신의 기풍을 버리고 바둑 원리에 충실한 수를 둬 알파고가 자신의 강점-원리를 무시하는 변칙 수를 상대한 것–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백 22수:

백 22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22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프로의 대국에서 서로 돌이 모두 안정된 뒤에는 공방의 가치가 없어지고 단순한 집 가치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상황, 예를 들면 아주 미세한 문제, 혹은 상대가 흔들릴 수 있는 곳을 찾아 수를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바둑은 상대방을 잡거나, 자신의 집을 넓게 만드는 게임이니까요.


지금은 대국 초반이기 때문에 알파고는 승리를 위해 즉, 자신의 집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딘가 공격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이 안정적으로 국면을 운영했기 때문에 알파고의 입장에서는 대체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즉, 이렇게 기다리면 알파고가 먼저 도발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 미세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 부분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 알파고도 제대로 학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흑 23수:

 

흑 2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23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알파고가 먼저 도발해 옵니다. 상대의 강한 돌에 가까이 가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기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공격해 올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두어 놓고 상대가 두기 어렵게 만드는 것을 ‘이정제동(以靜制動)’이라고 합니다. 이 뜻은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움직임을 제압한다는 뜻이지요. 태산이 앞에 있으면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세돌 9단의 역습이 기대되는 장면입니다.

 

○백 26수:

 

백 26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26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오늘 이세돌 9단은 평소답지 않게 매우 단단하게 두고 있습니다. 알파고와의 대결 이전에 이세돌 9단은 초반 포석이 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세돌 9단 같은 천재 기사들은 중후반에 워낙 강하기 때문에 초반 포석에서 다소 밀려도 충분히 만회합니다. 그래서 포석의 중요성을 다소 간과하곤 하지요. 이번 알파고의 대결을 치루면서 초반 포석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세돌 9단도 느낀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흑 29수:

 

흑 29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29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알파고가 먼저 무리하게 두고 있습니다. 사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은 사람이 정수대로 두고 있으면 먼저 무리를 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럴 때 조금씩 득점을 올리면서 승부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 갑갑해진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그리고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오면 말도 안되는 수가 나오지요.

 

그러나 사람이 둔, 그것도 다양한 의도가 담긴 수를 상대해 온 프로 기사들은 인공지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먼저 도발하고 의도를 가지고 시험해 보다가 망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알파고가 점점 두렵게 느껴질 수밖에요.

 

○백 40수:

 

백 4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4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좌변에서 이전 장면에서 끊고 싸웠으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는데요. 이세돌 9단은 아직 알파고에 대한 파악이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좌변에서는 참고 기다린 이세돌 9단이 상변에 침입해서 알파고를 흔들어 보고 있습니다. 드디어 반상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흑 47수:

흑 4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4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상변에서 이세돌 9단이 가볍게 자세를 잡으며 빠져 나오자 알파고가 우변에 어깨를 짚어가며 삭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의외로 알파고가 백을 양분하며 공격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대국을 보면서 알파고가 전체를 보며 국면을 운영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딥 러닝으로는 문제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얻기 힘들고 근사값 정도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백 62수:

백 62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62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상변을 모두 버리고 백 한 점을 살려 나오는, 이세돌 9단의 과감한 승부수가 나왔습니다. 많은 집을 갖기 위해 상변을 살리면 백이 빠져나온 곳에 있던 한 점을 흑이 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흑이 약한 곳이 없어 이길 수 없습니다. 40집이 넘는 돌을 버리면서 상대를 흔들어가는 이세돌 9단의 승부근성이 정말 대단합니다.

 

○백 70수:

백 7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70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이대로 상변이 고스란히 흑의 수중에 떨어지면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에 떨어진 이세돌 9단의 승부수. 자기 진영을 단단히 굳혀두고 적진에 특공대를 투입하여 구출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 돌을 수습하는 것을 타개라고 하는데요 이런 작전은 이세돌9단의 주특기죠.

 

○백 78수:

백 7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78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절체절명의 순간에 떨어진 백 78수. 지금 상황에서 흑이 제대로 받으면 그대로 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세돌 9단이 수순을 살짝 비틀었지요. 필자도 사실 이 수를 봤지만 잘 안되기 때문에 해설할 때는 얘기를 안 했었습니다.

 

●흑 79수:

알파고가 둔 흑 79수(왼쪽)와 제대로 받았어야 하는 흑의 자리 참고도(오른쪽) - 바둑의 제왕 제공
알파고가 둔 흑 79수(왼쪽)와 제대로 받았어야 하는 흑의 자리 참고도(오른쪽) - 바둑의 제왕 제공


계산에 없던 수를 당하자 알파고가 무너집니다. 이 수는 결정적인 실수로 백 78수를 받기 위해서는 참고도처럼 두었어야 합니다. 알파고는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두는 것이지 사람처럼 어떤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직으로 탐색하지는 못합니다. 여기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10여 수만 읽으면 됐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의외였습니다. 아마 이전 수부터 이세돌 9단의 의도에 제대로 수 계산이 안된 듯 싶습니다.

 

○백 82수:

백 82수 - 바둑의 제왕 제공
백 82수 - 바둑의 제왕 제공


꼼짝없이 외통수에 걸린 알파고. 이세돌 9단의 흔들기가 적중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알파고는 조금이라도 이길 확률을 찾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정상적으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꼼수’를 두게 됩니다. 상대가 정상적으로 받으면 이득이 없거나 손해를 보게 되는 수를 꼼수라고 하죠. 그리고 당연히 이세돌 9단은 ‘꼼수’에 넘어갈 만큼 만만한 기사가 아닙니다.

 

●흑 97수:

 

흑 9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97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이기는 길을 찾지 못한 알파고가 말도 안되는 수를 두어옵니다. 상대가 받아주면 엄청난 손해를 보는 수인데요. 이런 수가 왜 나오는지 알고 있는 필자는 승리를 단언하고 있었습니다.

 

●흑 101수:

 

흑 101수 - 바둑의 제왕 제공
흑 101수 - 바둑의 제왕 제공


알파고의 엄청난 실력만을 보아오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말도 안되는 수를 보여줍니다. 이 수는 바둑 입문자나 둘 법한 꼼수로 팽팽한 바둑이나 유리한 바둑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던 알파고가 두었다고는 믿기 힘든 수입니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확률에 기반했고, 단지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두기 때문에 이런 수가 나온겁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해 통계와 확률에 기반한 딥 러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알파고의 ‘꼼수’같은 실수를 막기 위해서는 딥 러닝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모든 부분에 적용 가능한 대전제를 하나 하나 찾은 뒤, 사례에 하나씩 적용해 나가는 연역적인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이후 계속 무리수를 두며 버티던 알파고는 결국 180수에서 돌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필자소개
김찬우. 프로6단이자 ㈜에이아이바둑 대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바둑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현재는 바둑 대중화를 위해 노력 중. 누구나 쉽게 바둑을 배울 수 있도록 즐기며 바둑을 배울 수 있는 ‘☞바둑의 제왕’ 앱을 개발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편집자주 3월 9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겁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력에 도전하는데 있어, 오랫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승리를 거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사라고 알려진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말이지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 팀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지도 모릅니다. 데미스 하사미스 딥마인드 CEO는 “(알파고를) 달에 착륙시켰다(We landed it on the moon).”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대체 알파고는 어떻게 이세돌 9단을 공략한 걸까요? 북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은별’을 우리나라에 보급하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김찬우 프로 6단이 이번 대국을 설명해 드립니다.


김찬우 프로6단

rabad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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