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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주문진 여행] 향호, 주문진등대에서 지키고 싶은 것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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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8일 13:00 프린트하기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 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시간이다. 

 

 

<고! 하기 전> 주문진 향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향호 -> 주문진등대 -> 카페 (추천 : 카페 꼬세)

 

저마다 무언가를 지키며 살아간다. 가족, 연인, 꿈, 일, 애완동물 등등. 사랑하는 무엇. 소중한 무엇일 것이다. 그것은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뷰레이크 타임의 네 번째 질문 ‘내가 정말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고자 주문진으로 향했다. 

 

뱃길을 밝히는 등대처럼, 마음을 밝혀주는 등대 같은 사람들이 있다. - 고기은 제공
뱃길을 밝히는 등대처럼, 마음을 밝혀주는 등대 같은 사람들이 있다. - 고기은 제공

☜고!☞ 내 마음 속 향나무 발견, 향호


7번국도를 따라 주문진으로 향했다. 이때만큼은 눈이 차창 너머로 고정된다. 보이는 풍경에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음악을 틀지 않아도 괜찮다. 파도가 배경음이다. 주문진에 이르면 바다는 물론 호수도 만나게 된다. 향호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석호다.

 

왜 이름이 향호일까 궁금했다. 몇 가지 유래가 있다. 옛날에 향골의 1000년 묵은 향나무 10주를 호수에 묻었는데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마다 향나무가 묻힌 곳에서 빛이 비쳤다고 한다. 이는 조선시대 시인 안숭검이 지은 산수비기에 전해오는 유래다. 또한 1000년 된 향나무가 홍수에 떠내려와 이 호수에 잠기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찬찬히 걸으며 사색하기 좋은 향호 산책로 - 고종환 제공
찬찬히 걸으며 사색하기 좋은 향호 산책로 - 고종환 제공

오랜 세월 호수 어딘가에 묻혀있을 향나무를 생각해본다. 지금 눈으로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마을의 안위를 지키는 존재로 오랜 시간 든든한 힘을 주었을 터. 경외심이 절로 생긴다. 이를 느끼며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엄마였다.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듯한 철새들 - 고종환 제공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듯한 철새들 - 고종환 제공

내 마음 속 향나무는 엄마다. 엄마는 30년 넘게 바느질을 하며 딸 넷을 키우셨다. 어릴 땐 쉬는 날 없이 가게 문을 여는 엄마가 야속했다. 늘 가게 일이 우선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맞아주는 엄마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비오는 날 정문 앞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엄마들 사이에서 엄마를 찾을 순 없었다. 엄마와 함께 옷 가게를 가서 서로 옷을 골라주는 그 흔한 추억도 만들지 못했다. 겉으로 표현해주지 않는 사랑에 서운했다. 나에게 줄 사랑이 동생들에게 가는 것 같아서 속상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못했다. 어린 동생들 사이에서 나까지 투정을 부릴 수는 없었다. ‘엄마와 언제쯤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 시간을 그리며 살았다.  

 

정자를 처음 세운 이영부의 호를 따서 지은 취적정.지금의 정자는 향호를 정비하면서 다시 지은 것이다. - 고종환 제공
정자를 처음 세운 이영부의 호를 따서 지은 취적정.지금의 정자는 향호를 정비하면서 다시 지은 것이다. - 고종환 제공

이제야 알 것 같다. 엄마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불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우리를 지킬 수 있었던 엄마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헤아리는 나이가 되었다. 엄마의 진짜 사랑은 눈으로만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그렇게 우리를 지키느라 정작 엄마 자신은 지키지 못했다. 엄마에게 엄마 자신을 지킬 여유가 자리할 틈은 생길 수가 없었다. 아이 하나 낳아 기르기도 힘든 세상에서 네 명을 키우는 건 보통 무게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빠마저 회사 구조조정이 불어닥친 시기에 건강까지 안 좋아져 일을 그만두셨다. 엄마는 더욱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견디며 사셔야 했다.  

 

엄마니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바라기만 했던 내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여자다. 딸이다. 엄마는 육 남매 중 유일한 딸이기도 하다.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태어나고서야 외할머니께 ‘수고했다’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그만큼 귀한 딸이었다. 그걸 잊었다.

 

엄마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고 싶은 길 - 고기은 제공
엄마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고 싶은 길 - 고기은 제공

이젠 내가 엄마의 향나무가 되어줄 차례다. 엄마에게 여유를 찾아드리고 싶다.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다. 나 혼자 행복한 건 오래가지 않았다. 나 혼자 행복한 것도 죄송스러웠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용돈을 두둑하게 드리지 못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하루하루 마음이 풍요롭다. 함께 밥을 먹고, 번개시장을 가서 장을 보고,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감사한 하루하루다. 오래전부터 그려온 날들이라서 더 소중하다. 행복이 거창한 게 아님을, 멀리 있는 게 아님을 느낀다.

 

 

☞스톱!☜ 꿀팁 2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향호리
<②큰술> 편의시설 : 산책로, 관찰데크, 정자, 공중화장실 등

 

 

☜고!☞ 마음을 밝혀주는 빛, 주문진등대 


주문진등대로 향했다. 등대 가는 길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던 중 문득 뒤돌아 본 풍경에 한 번 반한다. 중간 쯤에 있는 전망데크에서 또 한 번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바다를 마음에 한껏 담기 좋은 명당이기 때문이다.

 

등대를 오르던 중 문득 뒤돌아보고 반한 풍경 - 고기은 제공
등대를 오르던 중 문득 뒤돌아보고 반한 풍경 - 고기은 제공

 

나보다 먼저 도착해 바다를 담고 있는 아빠 - 고기은 제공
나보다 먼저 도착해 바다를 담고 있는 아빠 - 고기은 제공

다시 등대로 향한다. 주문진등대는 강원도 최초의 등대다. 1918년에 세워졌다. 다가오는 3월 20일이 생일이다. 높이 약 10m의 하얀 외벽. 첫인상은 멋스럽다. 헌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갖은 고초를 겪었을 세월이 읽혀진다. 등대는 여러 번 등명기(등대에서 불을 켜 비추는 기계)를 교체하며 세월을 견뎌냈다. 등대는 오랜 세월 묵묵히 주문진 앞바다를 지켰다. 한 자리를 진득하게 지키지 못하는 내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강원도에서 첫 번째로 세워진 주문진등대 - 고종환 제공
강원도에서 첫 번째로 세워진 주문진등대 - 고종환 제공

세상에도 등대 같은 사람들이 있다. 한 자리를 오래 지키는 사람들.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 묵묵히 누군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고 나온 한 편의 글이, 한 장의 그림이, 한 소절의 노랫말이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는 빛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 감독이셨던 아빠는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모범이 되어 두 차례 표창패를 받기도 하셨다. - 고기은 제공
카메라 감독이셨던 아빠는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모범이 되어 두 차례 표창패를 받기도 하셨다. - 고기은 제공

내 마음을 밝혀주는 사람들을 찬찬히 생각해본다. 회사를 그만둘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상사는 ‘취직하기 힘든 세상이다, 고정 수입없이 어떻게 살거냐’는 등 끝까지 모진 소리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전보다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을 벌지만 잘 살아가고 있다. 옷, 화장품, 가방에 여전히 관심없고 돈 욕심이 없는 것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든든하기 때문이다.

 

주문진등대 앞에 자리한 안택규 작가의 작품, 바다의 벗 - 고기은 제공
주문진등대 앞에 자리한 안택규 작가의 작품, 바다의 벗 - 고기은 제공

어떤 선택을 하든 내 편이 되어주는 아빠, 엄마, 동생들이 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는 멘토가 있다. 틈틈이 안부를 물어봐주는 사람들이 있다. 문득 책을 읽다가 내 생각이 났다며 연락해 온 친구가 있고, 피곤할 때 커피 한 잔 하라며 기프티콘을 보내는 친구가 있다. 넌 잘 될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고, 지금이 제일 행복해보인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 따뜻한 글을 전해줘서 고맙다는 언니가 있고, 내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선배가 있다.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묵묵히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다.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이 글을 빌어 깊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스톱!☜ 꿀팁 4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옛등대길 24-7 주문진등대
<②큰술> 등대 개방시간 : 하절기 06:00~18:00, 동절기 07:00~17:00
<③큰술> 야간에는 출입할 수 없다. 폭설 또는 안개 시에도 출입할 수 없다.
<④큰술> 비, 눈이 온 경우 매우 미끄러우니 조심히 걸어야 한다.

 

추천 카페  
▷카페 꼬세 (Cosse)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진리해변길 99-2


강릉과 주문진 사이 사천진 해수욕장에 자리한 카페다. 커피 좋아하는 아빠가 추천하는 맛집이다. 품질 좋은 신선한 원두만을 엄선한다. 로스팅 후 최대 3~4일 이내 커피만을 사용한다. 거기다 가격까지 착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이 1000원. 그 외 커피, 생과일 주스 등도 2000~4000원대다.

 

아기자기한 볼거리 가득! 카페 꼬세(왼쪽), 천원의 행복! 맛과 향까지 감동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오른쪽) - 고기은 제공
아기자기한 볼거리 가득! 카페 꼬세(왼쪽), 천원의 행복! 맛과 향까지 감동인 아이스 아메리카노(오른쪽) - 고기은 제공

카페 앞 백곰 조형물을 시작으로 내부엔 호랑이, 강아지, 코알라, 물개 등의 인형 친구들이 맞아준다. 홀로 커피를 마셔도 외롭지 않다. 2층엔 커피 리필 머신기도 있어 혹여 커피가 부족한 경우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한 남다른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다. 한번 가면 단골이 되어 또 찾게 되는 곳이다. 회원가입을 하면 VIP 회원이 되어 드립세트 20%, 원두 1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커다란 호랑이 인형이 반겨주는 1층(왼쪽), 곳곳에 있는 인형 친구들 덕분에 혼자 와도 외롭지 않다.(오른쪽) - 고기은 제공
커다란 호랑이 인형이 반겨주는 1층(왼쪽), 곳곳에 있는 인형 친구들 덕분에 혼자 와도 외롭지 않다.(오른쪽) - 고기은 제공

주문진 향호 뷰레이크 타임, 못다 한 이야기


‘내가 정말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행복을 지키고 싶다. 행복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행복은 가까이에 있었다. 내가 외면한 채 살았던 것이다. 하는 일이 있다는 것. 가족이 있다는 것. 친구가 있다는 것. 밥을 먹는다는 것. 걷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 숨쉬는 것. 너무 당연해서 행복인 줄 몰랐다. 감사한 줄 몰랐다. 이제야 깨닫는다. 감사히 여기는 것, 그것이 행복을 지키는 시작이다. 혼자만의 행복이 아닌 함께 행복하고 싶다. 누군가 내 마음을 밝혀주었듯,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밝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마음을 오래오래 지키고 싶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자 살아가는 이유라는 걸 알게되는 시간이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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