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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파고(인공지능)가 두려워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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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16일 13:00 프린트하기

최대 44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 유럽과 서아시아, 북아프리카을 아우르는 넓은 영역. 당시까지 이룩된 가장 발전된 문화. 하지만 이제 그들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서진 뼛조각이나 돌조각이 그들의 자취를 희미하게 증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독일 네안더 계곡에서 처음 발견되어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그들의 능력은 실로 눈부셨습니다. 그들은 돌을 얇게 벗겨 만든 창으로 매머드를 사냥하였습니다. 가죽으로 옷을 짓고, 불을 사용해서 고기와 채소, 곡식을 조리했습니다. 아마도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병들고 늙은 동료를 돌보았습니다. 죽은 자를 땅에 묻으며 꽃을 헌화하고, 내세를 기원했습니다. 장신구로 몸을 치장하였고, 아마 벽에 그림도 그린 것 같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배를 만들어 지중해를 항해했고, 동물의 뼈로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약 6만 년 전, 그들은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에서 새로운 종족을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몸도 더 유약하고, 두뇌도 조금 작은 새로운 인간종, 바로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가냘픈 체구의 호모 사피엔스는 아주 영리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특출 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당시의 호모 사피엔스가 할 수 있었던 대부분의 일은, 네안데르탈인도 거의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일이라도, 호모 사피엔스는 훨씬 잘 해냈습니다. 말도 더 잘하고, 옷도 더 잘 짓고, 집도 더 잘 만들고, 그림도 더 잘 그렸습니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은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일대 일로 싸우면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은 절대 이길 수 없었겠지만, 불과 3만 년 만에 네안데르탈인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스페인의 한 해안에는, 약 2만 8000년 전의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마지막 잔해가 발견되는데, 그들은 상당히 오랫동안 굶주림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을 복원해 재현한 모습. - youtube 제공
네안데르탈인을 복원해 재현한 모습. - youtube 제공

네안데르탈인의 안타까운 결말에 대한 내용은 잠시 잊고, 최근 전세계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 Go)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4대 1 승리로 끝맺었습니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음울한 공상과학 영화를 떠올리면서, 일부 사람들은 이른바 ‘AI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통제를 위한 규범 제정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로봇이 인간을 노예로 삼거나 학살하는 수준의 걱정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항상 불안을 유발합니다. 예상치 못한 너무 빠른 변화에,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통제규범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인공지능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율성 문제뿐 아니라, 인공지능에게 인격권이나 도덕적 판단능력, 심지어는 로봇에게 선거권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습니다. 이를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을 넘어선 인격성(personhood beyond human)’ 문제라고 합니다. 아직 인공지능이나 사이보그 로봇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할 산이 많은데, 너무 이른 문제제기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알파고의 믿을 수 없이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면,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외국의 일부 인권단체는 킬러로봇반대(Stop Killer Robot)과 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대표적인 윤리적 이슈는, 첫째 인공지능에게 얼마나 큰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가? 둘째 어떻게 인공지능을 통제할 것인가? 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이슈는 인공지능에게 수술이나 항공기 조종 같은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두번째 이슈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정작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의술이 퇴보한다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인공지능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EU에서는 이미 2012년에 로봇규제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수술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에 대한 규제근거를 만들고 있고, 일본은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이른바 ‘2045 연구회’를 구성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구글은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인공지능 윤리위원회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서 인간과 기계 사이에 대전쟁이 발발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불완전함을 깨달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말살하고 로봇왕국을 건설하려고 할까요? 끊임없는 이민족의 침략과 전쟁, 노예생활로 점철된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낯선 이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을 통해서 우주 개발에 대한 꿈이 실현되던 1970년대는, 한편으로는 외계인에 의한 침략 위험을 ‘심각하게’ 걱정하던 시기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UFO가 ‘목격’되었고, 월등한 능력을 가진 외계인의 공격을 지극히 ‘인간적’인 용기와 재치로 물리치는 영화와 소설이 넘쳐났습니다. 인간에게 낯설다는 것은, 곧 두렵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소식은 세계적 권위지인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소식은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표지논문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 네이처 제공

다시 네안데르탈인의 이야기로 돌아와봅시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전쟁을 벌인 걸까요?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원시전쟁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을 무찌르고 승리한 것일까요?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힘세고 야만적인 네안데르탈인이, 연약하지만 지혜로운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서 패배하는 식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대규모로 싸웠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6만년 전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만났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유전자를 고루 가진 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서로 싸운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일부 유력한 가설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된 것이 아니라 현생 인류와 서서히 합쳐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추위에 강한 체질과 밝은 피부를 얻었고,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보다 정교한 인지능력을 얻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둘이 합쳐져서, 보다 강한 지금의 ‘유라시아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AI)은 분명 많은 면에서 인간보다 우월합니다. 무제한의 기억능력과 엄청난 속도의 계산능력, 그리고 이제는 인간의 전유물이던 학습능력과 창의력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로봇에 의해서 인류가 멸종하거나 혹은 채찍을 든 로봇감독관 밑에서 노예처럼 일하게 되는 일 따위는 아마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서서히 인류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융합해 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인공지능의 융합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글이 컴퓨터로 작성되어, 자동 맞춤법검사기에 의해 검토되고, 인터넷으로 송고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편집자주: 자동맞춤법검사기를 믿기엔 아직은 조금 이릅니다 ㅎㅎ)

 

 

※ 필자소개
박한선.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현재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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