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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싸움…'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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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싸움…'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2016.03.16 18:16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3차 피해자 접수에 대해 추가 · 연장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에 가습기 살균제가 놓여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3차 피해자 접수에 대해 추가 · 연장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에 가습기 살균제가 놓여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지난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숨졌다. 


연이은 안타까운 죽음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고 그들의 죽음에는 ‘가습기 살균제’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5년이란 시간 동안 책임자 처벌도, 원인 규명도 명확하지 않았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수사가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 전담팀 꾸려 본격 수사 나선 검찰

검찰 - 포커스뉴스 제공
검찰 - 포커스뉴스 제공

지난해 12월 부임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 1월 그동안 경찰이 송치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해온 형사2부(부장검사 이철희)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실체 규명에 나섰다.

그동안 1명의 검사가 전담했던 사건을 부부장 검사, 평검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집중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그동안 형사2부가 맡아온 사건을 다른 부서로 재배당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전담팀이 구성된 후 검찰은 지난달 초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달 초 관련 업체 핵심 임직원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총 2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옥시레킷베킨저 본사, 롯데마트 본사 등 관련 업체 10여곳에 대한 1차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두 번의 압수수색 이후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살균제 원료를 제조한 SK케미칼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 취급설명서)에 해당 원료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이를 유해물질로 분류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이 제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말라”는 경고도 들어가 있었다.

해당 자료는 SK케미칼을 거쳐 약품 유통업체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납품업체, 판매업체 등 순으로 전달됐다.

검찰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관련 자료를 추가로 넘겨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같은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면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상당수에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 겉면에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구까지 적어 넣은 만큼 검찰은 허위로 안전성을 강조한 업체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들은 “법률상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없어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웠고 PHMG가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해명해왔다.

또 “극히 낮은 농도에서의 흡입독성은 문제되지 않고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사람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205명 고발'…전담팀 구성 후 피해자들도 '적극 대처’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 책임을 요구하며 SK케미칼 전·현직 임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 책임을 요구하며 SK케미칼 전·현직 임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검찰의 전담팀 구성 이후 긴 시간 진상규명을 바라며 지쳐가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환경보건시민단체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14일 오후 정용진 전 대표이사 등 이마트 임직원 5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앞서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해 소비자를 죽고 다치게 한 책임을 지라”면서 “살인기업을 구속처벌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마트는 SK케미칼이 개발해 애경이 인수한 ‘가습기 메이트’와 내용물이 거의 흡사한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를 지난 1997년부터 판매해 왔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정부 1·2차 조사에서 이마트 상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사망자 10명, 생존환자 29명 등 총 39명”이라며 “이중 2015년 12월까지 정부의 3차 신고접수와 2016년 1월까지 진행된 환경보건시민센터 피해건까지 합하면 사망 15명, 생존환자는 87명 등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이마트는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면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싹싹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이마트를 비롯한 롯데마트, 홈플러스, GS마트, 코스트코 등 자체 PB상품으로 사망자를 낸 재벌그룹 계열회사들은 쥐죽은 듯 입을 다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두 번 다시 생활용품으로 국민이 죽고 다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일말의 희망을 갖고 제품 판매시점인 1997년부터 현재까지 회사운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50명의 등기임원들을 고발해 살인죄로 구속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23일 옥시렌킷벤키저를 시작으로 롯데마트, 홈플러스, 애경, SK케미칼 등 관련업체 전현직 임직원 205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또 조만간 GS마트와 코스트코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고발장 접수도 진행할 예정이다.

◆ 환경부 "민사소송 시효 만료" 안내문 논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가습기 살균자 피해자들에게 민사소송 소멸시효를 알리는 안내문을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포커스뉴스 제공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가습기 살균자 피해자들에게 민사소송 소멸시효를 알리는 안내문을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포커스뉴스 제공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해당 업체 영국 본사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곧 민사소송과 관련해 잡음이 일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가습기 살균자 피해자들에게 민사소송 소멸시효를 알리는 안내문을 발송한 탓이다.

1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 등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 2일 피해자들에게 기술원 명의의 등기우편물을 발송했다.

안내문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발생한 이후 이뤄진 최초 정부조사와 판정도 어느새 2년이 흘렀다”면서 “그간 정부는 가습기 피해에 대한 규명과 함께 피해를 입은 분들의 긴급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해왔고 환경보건센터를 설치해 건강영향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말로 시작됐다.

그러나 곧 안내문의 본 목적이 서술돼 있다.

기술원은 “원인기업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2014년 12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 중에 있다”면서 “구상금 청구소송은 최종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만큼 정부는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을 언급했다.

이후 “피해자분들의 손해배상에 대한 민사소송은 민법 제766조에 따른 소멸시효 이내에만 가능함을 알려드리니 소멸시효 경과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유의하라”며 해당 규정을 서술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며 이를 행사하지 않을 때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해당 조항 아래 “법률자문 결과 통상적으로 피해자가 정부로부터 피해단계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계산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단순한 안내라고 넘길 수 있는 문제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이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피해자 가족 모임을 대표하고 있는 A씨는 “피해자 신규신청을 하려고 하면 ‘배상이 법원에서 확정 판결된 경우 지원이 종료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사실상 소멸시효 전 빠르게 소송을 제기해 이후 지원은 종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피해규제를 위해 노력해온 B씨도 역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어떤 계획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소멸시효만을 안내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가족들은 단순한 안내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소멸시효 안내는 피해자들의 문의가 있었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분들도 많아(1~2단계 피해자 221명 중 70여명 정도 추산) 피해자들이 소멸시효를 놓쳐 소송 자체를 제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자문을 받아 안내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문을 발송한 기술원 측도 역시 “단순한 안내 차원에서 발송한 것일 뿐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면서 “오히려 일종의 서비스 차원이었고 이런 사실(소멸시효 만료시일)을 알게 돼 고맙다는 피해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 계속되는 수사에도 업체는 '모르쇠' 일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 책임을 요구하며 SK케미칼 전ㆍ현직 임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 책임을 요구하며 SK케미칼 전ㆍ현직 임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배출한 옥시레킷벤키저는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행보로 비판을 받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품을 시중에 팔기 전 독성물질에 대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물실험 시행 여부는 제품의 위해성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했는지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다.

결국 제품의 위험성을 미리 알지 못한 단순한 업무상 과실로 끌어가려는 의도가 있는 셈이다.

이들이 시행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실험은 지난 2001년 가습기 살균제 발매 당시 원료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에 대한 ‘흡입 독성’ 동물실험이다.

원료를 제조한 SK케미칼은 이미 2003년 PHMG의 유해성을 호주 국가산업화학물질 신고평가기관(NICNAS)에 보고서 형태로 제출한 바 있다.

따라서 동물실험을 통해 이에 대한 유해성을 인지했다면 상품화한 업체 측의 단순 과실이 아닌 살인죄 적용 가능성까지 생기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동물실험에 대한 내부 검토는 있었지만 당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동물실험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시행하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초반부터 꾸준히 주장해왔던 것”이라며 “업체 측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유해성을 알고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고의성 여부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업체 측은 계속해 자신들은 몰랐던 일이라며 단순 과실을 주장할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책임을 피하려는 면피 행태인데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인만큼 철저한 진상규명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업체 측의 책임있는 태도와 사과도 중요하다”면서 “더이상 책임을 피하려고만 하지말고 그들 스스로도 명확한 조사를 통해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숨지는 등 1200여명이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사건 발생 3년 이상이 지난 지난해 9월에야 해당 가습기 살균제 업체의 국내 대표 등에 대한 검찰 송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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