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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서는 ‘인간다움’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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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서는 ‘인간다움’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

2016.03.25 07:00

 2016년 3월 9일 오후 1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대국이 시작되었고 이제 막을 내렸다. 


이세돌 9단이 묵었던 방은 전 세계 바둑인들의 성지가 되었고 그가 먹었던 메뉴까지 사람들은 열광하고 예약하며 찾는다.  


필자는 바둑에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 그리고 컴퓨터나 과학 쪽과는 거리가 먼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관점으로 볼 때 이번 대국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드라마틱한 대국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한다.


알파고는 현재 구글딥마인드에서 만든 슈퍼컴퓨터다. 1000여 년의 기보를 모조리 습득하고 대처하게 되어있다. 이세돌 9단은 1983년생으로 바둑인으로 치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바둑기사이다. 그리고 전성기 시절은 어느 정도 지나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딥마인드는 왜 이세돌을 선택 했을까?

 

현재 세계바둑의 1인자는 중국의 18세 기사인 커제 9단이다. 그럼에도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이세돌 9단을 선택했다. 모두가 가지는 이 궁금증에 하사비스 CEO는 “이세돌 9단이 가장 창조적인 수를 두는 바둑기사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알파고는 바둑돌의 패턴을 읽고 한 수, 한 수를 둘 때마다 자신의 승패 확률을 바로바로 계산을 통해 알 수 있는 컴퓨터라고 들었다. 알파고에 비하면 이세돌 9단은 30수정도 앞을 예상하고 직관으로 승부하는 바둑기사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길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았다. 1-3국 동안 이세돌 9단은 내리 패하였고, 대국을 지켜본 사람들은 이제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고 앞으로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까지 비약하며 우려 섞인 걱정을 하였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3국 기자회견에 참석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3국 기자회견에 참석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 이세돌의 ‘인간다움’에 전세계가 열광하다

 

1-3국을 지고나서 이세돌 9단은 “인간 이세돌이 진 것이지 사람이 진 것 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사람이 기계에게 진 것에 대한 실망을 낮춰주기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승리 했을 때 전 세계의 사람들은 전율하였다. ‘인간이 승리했다!’ 이세돌의 승리는 곧 ‘인간의 승리’라고 너무나 크게 기뻐하고 이세돌 9단에게 감사의 마음까지 전했다. 5국에서 자신이 불리하면서도 흑돌로 승부한 이세돌 9단은 진정한 바둑을 사랑하는 인간의 존엄을 새겨 넣으면서 진 뒤에도 갈채를 받았다.


바둑은 정신예술의 극치로 불린다. 이세돌 9단이 1-3국 동안 얼마나 많은 고뇌와 승부를 가르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였을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알파고를 이기기 위하여 수많은 수를 둬가면서 집중 했으리라….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존경을 받고 위대한 바둑기사로 칭송 받는 것은 바로 가장 인간적으로 바둑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계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승률을 보고 모든 방점을 찍어 보며 가장 승률이 높은 쪽에 돌을 놓는다. 사람과 사람의 바둑 대결에서는 서로의 기백을 보고 그 날의 컨디션을 체크하며 자신의 직관을 믿고 돌을 놓는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에서 기백이란 있을 수 없으며 수를 잘 못 놓는 순간 오류라고 판명나고, 망가진 것으로 전락해버린다. 혹은 버그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기계에게 실수란 것은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경험과 실수와 실패를 바탕으로 발전한다. 창조적인 수를 만들기 위하여 사람들은 천 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없이 기보를 보고 학습하고 실패하고 지면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였을 것이다. 더 좋은 수, 묘수를 끊임없이 찾기 위해서….

 

예술이란 완벽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감정이 들어가고 사람을 이끄는 독특한 매력과 그 작품만의 감성을 이끌어내었을 때 비로소 예술은 완벽해진다. 기계는 그림을 누구보다 완벽하게 그려 낼 수 있으나 인간을 넘어서는 창조적인 것만은 만들 수 없다. 이 것이 신을 제외한 인간만이 지니는 고유한 영역, ‘인간다움’인 셈이다.

 

이세돌 9단은 바로 ‘인간다움’으로 1-3국을 내리지고도 드라마틱하게 4국에서 알파고의 약점을 간파하고 이겼다. 이것이 첫 번째 인간적인 승리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전부 파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알파고가 인간 이세돌에게 무너진 것이다.

 

5국 째에 이세돌 9단은 백돌로는 이겨봤으니 불리한 흑돌로도 알파고에게 이겨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계였다면 당연히 승률이 높은 쪽으로 기울게 돼 있다. 아마 알파고에게 선택지를 줬다면 알파고는 당연히 백돌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인간이었다. 인간은 확실한 승부를 가리고 싶고 또 도전하고 싶어 한다. 이세돌 9단은 인간으로써 가진 그 불리한 승률에서도 이기고 싶은 진정한 승부사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비록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1집 반으로 졌더라도 필자는 이것이 두 번째 승리라고 부르고 싶다. 인간은 언제나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존재기에….
      
앞으로 알파고가 스타크래프트라는, 바둑을 모티브로 한 게임에 도전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스타크래프트에 도전을 한다면 이 승부에도 우리나라 선수와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많다고 점쳐지고 있다.


세계 최강의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에서 유독 한국 선수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선수들이 잘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선수들이 창조적인 수를 많이 만들어 내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인은 내다본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우리 선수들은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사료하는 바다.

 

창조는 곧 예술과 직결된다. 앞으로도 이번 대결처럼 승부보다는 더욱 인간적인 대처와 창조적인 수로 기계와의 대결을 인간이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나아가길 필자는 기대해 본다.  

 

※ 필자소개

이득희. 화가. 강릉에서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하는 고달픈 40대 전업작가이다.

 

편집자주: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대국 전 예상과 달리 인공지능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났지요. 알파고의 승리 의미는 단순히 뛰어난 바둑 인공지능이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는 신호탄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앞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보는 인공지능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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