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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아이에게 판검사-변호사 되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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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아이에게 판검사-변호사 되라고 해야하나?

2016.03.22 07:00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의 SF소설을 즐겨 읽은 필자는 항상 좋은 시나리오감이 없을까 생각해왔다. 인간은 고도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이고, 그에 대적할 생명체는 어디에도 없다. 왜 유독 인간만이 이렇게 발전해왔을까.

 

누군가 필요해 동물에 불과한 유인원을 개발하여 현재의 인간을 만들었고, 그 누군가는 인간에 의해 멸종되었거나 인간이 두려워 우주 멀리 떠나버린 것은 아닐지. 그 시나리오라면 인간도 인공지능인 것이다.

 

최근 구글(Google)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프로 9단 이세돌의 대국은 새삼 인공지능에 관한 놀라움과 공포를 양산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일을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도 디지털, 바이오, 물리학 등 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향후 5년간 일자리 510만개가 사라진다는 엄청난 발표가 있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또 다른 이는 감성을 담은 의사결정이나 표현이 필요한 일, 창의적인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며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한다. PC(Personal Computer), 모바일기기의 보급이 오히려 기존 업무량을 늘이고, 프로그래머, 프로게이머, 앱콘텐츠 개발자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내 아이에게 법조인 되라고 권해도 될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률전문가랍시고 살고 있는 필자도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뺏겨버리는 것은 아닐까 조금은 걱정이 된다. 최소한 다른 법조인처럼 자녀들에게 같은 일자리를 권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말이다.

 

인간 발달사를 보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켜왔다. 돌도끼나 화살촉은 분명 음식을 잘게 쪼개고 물고기나 짐승을 쉽게 사냥할 수 있게 하지만, 반대로 인간을 겨냥할 때에는 생명 신체를 훼손하기도 한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자율주행으로 졸음운전, 음주운전 차량사고를 피할 수 있고 노약자 등이 장애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화재, 홍수 등 재난현장에서 인명을 효율적으로 구조하기도 하고, 광물채굴 등 위험한 일을 대체할 수 있다.

 

반면에 인공지능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중에 잘못 설계된 프로그램 또는 바이러스, 해킹 등 부작용으로 인간을 공격하거나 다치게 하고 재산상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인공지능, 판사-검사-변호사 대체 어려워

 

그건 그렇고, 인공지능이 법조인을 대신할 수 있을까. 먼저 판사를 보자. 다행히 판사들은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인공지능이 클라우드 서버와 빅데이터를 통해 수많은 법령과 판례를 학습하고 기존의 다양한 민형사 기록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훌륭한 판결을 하기는 어렵다.

 

재판정에 오는 모든 사례가 동일한 것은 거의 없고, 혀를 내두를만한 새로운 형태의 범법행위나 계약위반행위,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기존 사례, 판결의 분석만으로는 재판당사자가 수긍할 수준의 판결을 할 수 없다.

 

또한 법에도 눈물이 있는데, 민사사건의 원피고나 형사사건 피고인의 처지를 잘 살펴줄 수 있는 것은 감정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들을 설득하여 서로 양보, 화해를 하게 할 수 있는데, 인공지능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장시간이 지나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기존 판례와 배치되는 새로운 판례를 만드는 일은 더욱 그렇다. 다만, 판사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여 기존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좀 더 좋은 재판 진행을 하고 판결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검사는 어떠한가. 인공지능이 범죄자를 잡고, 기소권을 행사하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닌가. 그러나 검사도 그리 걱정할 것은 없다. 범죄환경도 사건마다 다르고, 범죄수법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바둑의 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만,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기술을 이용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보충적으로 활용한다면 범인 검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무죄 확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미래의 범죄자를 미리 발견해 격리하는 일은 인공지능이라도 허용하기 어렵고, 해서도 안된다.    

 

변호사는 어떠한가. 필자의 관심사인데, 마찬가지다. 민형사 사건 의뢰인의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힌 억울한 사정을 들어보면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것도 있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추측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의뢰인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변호사와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말과 동작, 제공받은 서류로부터 사실관계를 파악한다. 의뢰인의 시각에서 사건을 보기도 하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들여다봐야 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연산을 잘하고 바둑을 잘 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일까지 하기는 힘들 것이다.

 

●법조계, 인공지능 때문에 일은 더 복잡해질 듯

 

물론, 변호사도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고, 판사, 검사나 상대방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하자나 약점을 공략하여 좋은 변론을 이끌어 의뢰인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인공지능으로 무장하는 동안, 잠재적 형사피의자나 민사 원피고들은 가만히 있을까. 이들도 범법행위를 계획, 실행하거나 거래구조의 결정, 계약서 작성, 협상 등 각종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완전범죄를 꿈꾸거나 상대방 보다 유리한 권리를 획득하고 의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민사나 형사법정의 판사 앞에서도 인공지능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있다고 당당히 주장할 지도 모른다. 결국,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들의 일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머리 아픈 일들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법복을 입고 판사, 검사, 변호사 행세를 하는 인공지능을 상당한 기간 동안은 보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인공지능을 악용하는 법조인이나 분쟁당사자의 등장이 우려되기는 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확보한 중요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가공하거나 해킹, 바이러스 투입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왜곡해 빅데이터 분석, IoT 활용 등을 하는 경우에 법과 정의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부작용들은 관리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인공지능에 대한 합리적이고 윤리적, 법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아울러, 지금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하기 보다는 인공지능 산업 및 문화, 법제도 발전을 촉진하여 홍익인간의 이념을 관철할 때다.

 

※필자 소개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로 방송통신팀을 이끌고 있다. 법률가지만 정보통신부(현 미래부)에서 규제 업무를 담당했고 KT 전무로 활동한 정보통신 전문가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대국 전 예상과 달리 인공지능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났지요. 알파고의 승리 의미는 단순히 뛰어난 바둑 인공지능이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는 신호탄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앞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보는 인공지능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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