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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vs 쿠팡: 기저귀 전쟁은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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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22일 15:00 프린트하기

훗날 유통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오늘날 쿠팡과 이마트의 경쟁에 이름을 붙인다면, 아마 ‘기저귀 전쟁'이라 부를 것 같다.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대표 상품 기저귀에 대해 이마트가 ‘유통 전 채널 최저가 기저귀'를 선언하며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기저귀는 쿠팡의 대표 상품, 플래그쉽 제품이다.

그런데 이것 기억하시는지? 기저귀는 본래 이마트의 대표 상품이었다.

 최근 두 회사의 기저귀 가격 경쟁을 보다 생각나서 예전 기사를 검색해 봤다.

 

이마트 개업 10년이 되던 2003년, 당시 10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하기스 기저귀'였다. 누적 매출 1650억원으로 하이트 맥주와 진로 소주, 신라면을 앞섰다.

(참고: ☞ 할인점서 잘팔리는 상품 '하기스 기저귀' 1위)


기저귀는 2001년에도, 2002년에도 이마트에서 연간 판매액이 가장 큰 제품이었다. 엄마들은 남편과 함께 이마트에 와서 기저귀도 사고 장도 보고, 남편이 좋아하는 술도 샀다고 볼 수 있다.

 

이마트는 자가용 보급이 대세가 된 90년대 초반, 차를 이용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쇼핑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열었다. 젊은 주부들은 남편과 함께 와 기저귀처럼 부피가 크고 자주 쓰는 육아 용품을 사고, 한 자리에서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과 물건도 구매했다.

 

그리고 이제 기저귀는 쿠팡의 대표 상품이 됐다. 반면 대형 할인점의 기저귀 매출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 이마트의 기저귀 매출은 전년보다 26% 줄었다.

 

소셜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기저귀를 대표 상품으로 민 것은 명백한 이유가 있다. 기저귀는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끊임없이, 수시로 재구매해야 하는 소모성 제품이다. 일단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하면 이후에는 대부분 같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한다. 품질과 규격이 표준화되어 있고, 주변 환경에 따라 품질이 영향을 받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 고객을 붙잡으면 지속적으로 구매가 일어난다.

 

유통 업체 입장에서 보자면, 기저귀는 유통 기한에 신경쓸 필요도 없고 보관도 쉬운 제품이다. 물류 창고에 쌓아두었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내보낼 수 있다. (식품이라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물류 센터에 온습도 조절을 하거나 재고 유지 기간에 신경써야 한다.) 부피가 커서 배송 수요도 높다.

 

20~30대 젊은 엄마들이 주고객층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전업 주부는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고, 직장맘은 퇴근 후 짧은 시간에 육아와 살림에 필요한 일들을 해치워야 한다.

 

PC 켤 여유도 없어 스마트폰 쇼핑 앱을 여는 이들은 모바일 쇼핑의 핵심 타겟이 됐다. 선별된 일부 상품에 초점을 맞추는 큐레이션 방식의 소셜 커머스는 화면이 작은 모바일 환경에 적합했고, ‘맘'들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 채널로 자리잡았다.

 

쿠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로켓배송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는 이들 ‘맘' 사이에서 나왔다. 로켓배송은 전체 쇼핑 경험의 혁신이라는 과제에 대한 쿠팡 방식의 대답이긴 하지만, 우선적 공략 대상은 젊은 엄마들이었다.

 

모바일 시대 유통의 최우선 공략 대상은 젊은 엄마층이라는 가설을 테스트해 긍정적 대답을 얻은 것이 쿠팡의 성공 스토리라 할 수 있다.

 

대형 할인점이 등장한 90년대 중반, 그리고 모바일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지금 2016년 모두 기저귀라는 키워드가 눈에 띈다.

 

마이카 시대, 스마트폰의 보급 등 당대의 기술적/사회적 변화에 대응해 영유아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의 필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큰 흐름에서 유통 사업의 성공 포인트라는 얘기다.

 

젊은 엄마들은 한창 씀씀이가 많이 들어가는 육아를 주도하고, 가정 소비 결정의 주체이며, 앞선 감각과 구매력을 모두 갖춘 계층이다. 아이와 남편의 소비에 모두 영향을 끼친다.

 

이마트가 할인점 전성 시대에 이 계층을 잡았고, 지금 모바일 쇼핑 시대에는 쿠팡이 이들을 사로잡았다. 쿠팡의 대표 상품이 기저귀라는 것이 그 방증이다. 기저귀의 ‘대표 판매 채널’의 변화는 핵심 소비자층에서 새로운 쇼핑 채널로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맘들을 붙잡지 못 하면 이마트의 고객 기반은 늙어갈 수 밖에 없다. 이마트의 공세는 대형 할인점에서 모바일 쇼핑으로의 쇼핑 패러다임 변화에 올라타려는 몸부림이다. 기저귀 다음 가격 전쟁 대상은 분유와 여성용품이라는 점도 이마트가 생각하는 타겟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준다.

 

공격 목표는 명확하게 잘 잡았다. 물론 공룡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 필자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한세희 디지털칼럼니스트

sehee.h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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