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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여행 上] 송지호, 청간정에서 초심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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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여행 上] 송지호, 청간정에서 초심을 묻다

2016.03.25 17:00

※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 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 안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고! 하기 전> 고성 송지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청간정 → 송지호 

 

무언가를 시작할 땐 의욕적이고 열정적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마음을 잃어버리게 된다. 뷰레이크 타임의 다섯 번째 질문 ‘어떻게 하면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고자 고성으로 향했다.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었으면 좋겠다. - 고기은 제공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었으면 좋겠다. - 고기은 제공

☜고!☞ 한결같은 마음 발견, 청간정


청간정으로 오르는 길. 소나무들이 맞이한다. 청간정에 이르니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손꼽힐만하다. 지금의 정자는 2012년에 복원한 것이다. 물론 옛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다웠을 테지만 지금 이 모습도 아름답다.

 

강원유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돼 있는 청간정 - 고종환 제공
강원유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돼 있는 청간정 - 고종환 제공

날씨도 한몫 거든다. 이 순간의 감동을 마음에 새긴다. 지금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카메라에 담는다. 카메라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가 없다면 이 풍경을 알릴 길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글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이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낼 자신은 없다.

 

청간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 고기은 제공
청간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 고기은 제공

이를 온전히 담아낸 사람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겸재 정선이다. 관동명승첩의  청간정도를 통해 지금까지도 그 감흥을 전하고 있다. 그는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뛰어났다. 열정도 남달랐다. 그는 평생 전국 각지를 여행했다. 뛰어난 경치를 발견하면 그림으로 남겼다. 그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변함없는 열정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어떻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에게 묻고 싶었다.

 

하늘과 바다의 조화. 그 가운데 죽도도 보인다. - 고기은 제공
하늘과 바다의 조화. 그 가운데 죽도도 보인다. - 고기은 제공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면서도 쉽지 않다. 흔들릴 때가 많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 문제다. 그랬으니 6년 동안 직장을 세 번 옮기고, 직업도 두 번 바뀌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생각되지만 변덕스러움은 풀어야 할 숙제다. 처음엔 좋아서 시작한 일이여서 날 새는지 모르고 몰두했다. 그런데 그 열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왜 그렇게 싫증을 잘 내는 걸까 돌이켜보았다. 그 시점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였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되는 것 같아서다. 그럴 때마다 가차 없이 등을 돌렸다. 사랑도 그랬다. 상대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마음을 닫고 돌아섰다.

 

청간정자료전시관에 가면 청간정을 담은 회화와 글을 만날 수 있다. - 고종환 제공
청간정자료전시관에 가면 청간정을 담은 회화와 글을 만날 수 있다. - 고종환 제공

그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문제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그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나를 관찰하는 글을 쓰면서 진짜 이유를 알았다. 누구보다 믿어야 할 나 자신이 나를 믿고 있지 않았다. 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정작 나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깨닫고 나니 누군가에게 존중받길 바란 마음이 몹시 부끄러웠다. 

 

자신을 꼿꼿이 세우고 살아야 함을 몸소 보여주는 듯한 소나무 - 고종환 제공
자신을 꼿꼿이 세우고 살아야 함을 몸소 보여주는 듯한 소나무 - 고종환 제공

정자 가까이에 있는 소나무를 올려다본다. 계절이 바뀌어도 한결같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다. 한 자리에서 묵묵히 성장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알아주면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꼿꼿이 세우고 산다면 흔들일 일이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스톱!☜ 꿀팁 3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동해대로 5110(청간리 89-2)
<②큰술> 관람 시간 : 09:00~18:00
<③큰술> 현재 걸려 있는 청간정의 현판은 고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다.

 

 

☜고!☞ 진짜 가져야 할 것을 찾다, 송지호


송지호로 향했다. 송지호는 이름처럼 소나무와 어우러진 호수다. 역시 이름대로였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따라 걷다보면 호수 전망데크에 이르게 된다. 맞은 편 언덕을 바라보니 송호정도 보인다. 전망데크에 가만 서서 물결을 바라보면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철새관망타워에서 내려다본 송지호. 이름대로 울창한 송림을 자랑한다. - 고종환 제공
철새관망타워에서 내려다본 송지호. 이름대로 울창한 송림을 자랑한다. - 고종환 제공

송지호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호다. 해수와 담수가 공존한다. 그래서 도미, 전어 등의 바닷물고기와 잉어, 숭어 등의 민물고기가 함께 산다. 이곳에 흘러내려 오는 전설도 흥미롭다. 전설은 조선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곳은 비옥한 땅이었다. 정거재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장님과 그의 딸이 동냥을 구하려 이 집을 찾게 된다. 정 부자는 이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종들을 시켜 이들을 흠씬 매질한 후 쫓아낸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고승이 사연을 듣고 정 부자 집을 찾아가 시주를 청한다. 정 부자의 행동은 더욱 가관이다. 시주걸망에 쇠똥을 가득 담은 후 매몰차게 내쳐버린다. 고승은 놓여있던 쇠절구를 금방아가 있는 곳으로 던진다. 그것이 떨어지자 갑자기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순식간에 정 부자의 집과 재산이 물에 잠기고 만다. 이것이 지금의 송지호가 되었다는 것이다. 

 

잔잔한 풍경에 지친 마음을 다독이기 좋다. - 고종환 제공
잔잔한 풍경에 지친 마음을 다독이기 좋다. - 고종환 제공

어디까지나 설이지만 이를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는다. 하나는 가진 게 많을수록 더 탐욕스러워진다는 것. 또 하나는 악한 마음은 결국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진 게 많을수록 베푸는 마음도 넓어지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더 많이 본다.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권력을 앞세워 갑질을 하는 경우가 그러하고, 재벌가의 재산싸움도 그러하다.

 

하늘을 나는 새떼들 순간포착! - 고종환 제공
하늘을 나는 새떼들 순간포착! - 고종환 제공

욕심 때문에 초심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경쟁사회에서 강하지 못하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필자에게 욕심은 덫이었다. 방송작가로 일할 땐 시청률이 곧 성적표였다. 밤낮없이 일해도 과정보단 결과였다. 시청률을 높이고 싶은 욕심에 더 자극적이고 센 사연과 기사를 찾는 내가 돼 있었다. 이 일을 하는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에디터로 일할 땐 효율성을 강조하는 상사로 인해 초심을 잃었다. 그는 수치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루에 몇 개를 제작했는지가 중요했다. 어떤 문구를 넣으면 좋을지, 사진을 어떻게 배열하면 좋을지, 상품 정보가 정확한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등의 고민을 하며 상품 페이지를 제작했다. 그런데 이를 수치화하고부터 그 과정이 무의미해졌다. 제작 직군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서로 고생하는 걸 알면서도 경쟁해야 했다. 좋은 사이마저 불편해졌다. 숨이 막혔다. 퇴사를 하고서야 불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것이 퇴사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일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었다.

 

전망데크 맞은 편 언덕엔 송호정이 자리하고 있다. - 고기은 제공
전망데크 맞은 편 언덕엔 송호정이 자리하고 있다. - 고기은 제공

요즘 시대에 욕심 없이 사는 것이 더 이상할지 모른다. 욕심이 없으면 자기 발전이 없다고들 한다. 초라해지게 될까 두렵다. 그래서 가진 것을 내려놓기 힘들다. 더 가지려 한다. 필자 역시 그랬다. 그 두려움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부딪쳐 봐야 알 것 같았다. 퇴사 후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돼서 좋았다. 그렇게 1년이 흘렀을 쯤, 공부를 더 이어갈 자신이 없어졌다. 길을 잃고 말았다. 내 자신이 한심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했다. 채용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어’하고 표정 짓는 상사가 떠올랐다. 그가 한 모진 말들이 다시 마음을 콕콕 찔렀다.  

 

솔향에 마음이 상쾌해지고, 호수 물결에 마음이 정갈해지는 시간 - 고기은 제공
솔향에 마음이 상쾌해지고, 호수 물결에 마음이 정갈해지는 시간 - 고기은 제공

그러다 도서관 홈페이지 여행작가 아카데미 공고를 보게 되었다. 수업료는 무료. 다행히 선착순에 들어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 첫날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나를 울렸다.

 

“길을 잃으세요.”
     
길을 잃고 헤매는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매주 화요일 10시가 기다려졌다. 내 글을 읽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선생님을 만났다. 계속 써보라는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늘 내 옆에 앉는 짝꿍과도 친구가 되었다. 20년이 넘는 나이 차이지만 나는 그녀를 언니라고 불렀다. 서로 고민을 들어주며 답답한 마음을 풀곤 했다. 힘든 시기에 의지가 많이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올 때 제일 아쉬운 점이 언니를 자주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길을 잃고 헤맨 시간은 곧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 고기은 제공
길을 잃고 헤맨 시간은 곧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 고기은 제공

여행을 좋아하고, 수업료가 무료라 고민없이 신청한 수업이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날 무렵 생애 첫 번째 여행사진전을 열었다. 여행 글을 연재하는 좋은 기회를 얻기도 했다. 길을 잃어서 오히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는 시간이었다. 내가 가야할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업 첫 시간. 길을 잃으라고 했던 선생님의 진짜 의미를 알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았을 땐 다른 사람과의 경쟁도, 더 가지려 하는 욕심도 무의미해진다. 나와 경쟁하면 된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그것이면 된다.

 

 

☞스톱!☜ 꿀팁 3큰술 


<①큰술> 주소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24
<②큰술> 철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송지호 철새관망타워를 관람하는 것도 좋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전망대에 먼저 오른 후, 한층 한층 내려오면서 전시관을 관람하는 것이 좋다. 관람 시간 09:00~17:20.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군인,어린이 800원. 
<③큰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송지호 산소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약 5.2km의 코스로, 약 2시간 소요된다. 송지호 철새관망타워를 시작으로 왕곡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고성 송지호 뷰레이크 타임, 못다 한 이야기


‘어떻게 하면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고성여행 다음 편에서 답하고자 한다. 이보다 먼저 초심을 잃어버린 이유를 아는 것이 순서였다. 송지호와 청간정에서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 자신을 꼿꼿이 세우지 못해 흔들렸다. 그리고 헛된 욕심 때문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는 시간이었다. 당신의 초심도 안녕한지 묻는다. 


 
필자 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현재는 전직 카메라 감독이셨던 아빠와 호수여행을 다니며 함께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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