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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SE: 아이폰5에 6S를 집어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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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SE: 아이폰5에 6S를 집어 넣다!

2016.03.24 17:45

21일 애플은 아이폰SE와 새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했습니다. 제품들 자체는 소문을 확인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현장에 가보지 못했지만 왠지 이번 제품은 어떤 느낌인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 먹어봐도 아는 맛’ 같은 느낌이랄까요?


특히 아이폰SE에 대한 신제품을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저도 그 중 하나의 해석을 보태봅니다. 애플의 이번 봄 신제품은 시장이 원하는 제품, 그리고 실제로 많이 팔 수 있는 제품에 힘을 싣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appl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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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SE의 핵심은 가격


일단 아이폰SE의 중요한 건 가격입니다. 이제까지 애플이라면 아이폰SE를 100달러 정도는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전 세대인 아이폰6가 549달러에 팔리고 있는데 아이폰SE는 이보다 더 고성능입니다. 부정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애플 제품의 경쟁력은 가격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싸구려 제품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애플의 주력 제품은 이미지가 주는 과도함에 비해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아이폰SE의 가격은 파격적입니다. 이쯤 되면 가을 신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매출을 아주 강력하게 끌어낼 플레이어라고 보입니다.


애플은 제품의 가짓수를 줄이되 공들여서 1년에 한 가지 제품만 만듭니다. 심지어 그 디자인은 2년 동안 씁니다. 그 사이에도 유행에 뒤쳐지지 않도록 고급스럽게 만드는 게 애플의 디자인 경쟁력이지요. 2012년 정도까지 스마트폰은 어차피 비싼 물건이었고,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누구도 애플을 따르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폰5 이후 애플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시장은 클만큼 컸고, 이제 다음 성장하는 시장은 중국, 인도, 남미같은 신흥 시장입니다. 그런데 이 시장들은 새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층이 얕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들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로 합니다.


우선적으로는 기존 제품을 활용합니다. 애플은 대놓고 ‘보급형’이나 ‘저가형’ 제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가격 때문에 싸구려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일종의 자존심 같은 것도 있겠지요. 실제 애플이 저가 제품을 만드는 방법은 제품에 ‘시간’을 녹입니다. 기존 제품을 가격만 낮춰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지요. 저가 제품이지만 1년 전만 해도 이 회사가 가장 공들여 만들었던 프리미엄 제품입니다. 성능을 일부러 낮춘 게 아니라 한 세대, 두 세대 전의 제품이니 저절로 성능도 구분됩니다. 꽤 괜찮은 전략이지요.


그런데 그 규칙이 한번 흔들린 적이 있습니다. 2013년입니다. 이때 애플은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로 합니다. 이때 독특한 제품을 하나 냅니다. 바로 아이폰5c입니다. 당시 애플의 주력 기기는 아이폰5S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저가 제품으로 아이폰5가 깔려야 하는데 이때 애플은 아이폰5 대신 아이폰5c를 시장에 내놓습니다. 아이폰5의 성능에 케이스만 플라스틱으로 바꾼 것이지요.


아이폰5S는 아이폰5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산화 알루미늄 케이스는 가공 단가가 싸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도 아이폰5는 상당히 고급스러웠을 뿐 아니라 아이폰5의 A6 프로세서는 여전히 빨랐습니다. 그대로 냈다가는 아이폰5S의 판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물론 애플은 직접적으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폰5는 이례적으로 1년만에 퇴장했습니다.

 

appl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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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맞추는 애플만의 전략


아이폰5c는 간섭의 이유도 있었지만 중국 시장을 노리던 당시에 구형 제품보다 이왕이면 신제품이라는 효과를 함께 노린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아이폰5c가 싸구려는 아니었습니다. 알맹이는 아이폰5와 완전히 같았고, 케이스는 플라스틱이지만 상당히 고급 소재를 썼습니다. 결국 아이폰5c는 사람들의 인식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제품처럼 남긴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딱 적당한 역할을 잘 하고 물러섰다고 할 만 합니다.


애플은 이듬해인 2014년, 4인치 디스플레이를 버립니다. 아이폰6는 두께를 얇게 만들어서 커진 화면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덜어냈습니다. 시장이 원하던 더 큰 화면인 아이폰6+도 나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애플은 이른바 ‘대박’을 냈습니다. 시장이 원하던 제품이었던 것이죠. 묘한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제 주변에도 아직까지 4인치 아이폰이 편하다고 이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성한 소문속에서 애플은 정말 아이폰5를 되살려냅니다. 아이폰SE가 정말 나왔습니다. 애플의 필립 쉴러 수석 부사장은 SE를 ‘스페셜 에디션’의 약자라고 밝혔습니다. 아이폰5의 계열이라기보다는 다른 라인업이라는 것을 짚은 듯 합니다.


일단 이 제품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아이폰5S의 케이스에 아이폰6S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가격은 파격적으로 낮췄지요. 애플은 이 폼팩터를 이미 오랫동안 만들어 왔기 때문에 가격을 충분히 낮출 수 있습니다. 공정을 새로 꾸릴 필요도 없습니다. 신제품이지만 제품을 내놓는 설비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만들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아이폰SE를 ‘저가폰’ 시장에 분류하기는 애매합니다. 저가폰이라기보다 전략 제품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일단 애플은 이 제품으로 아이폰에 3가지 라인업을 깔게 됩니다. 물론 주력은 플래그십 라인인 아이폰6S지요. 그리고 그 아래 가격대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는 것이지요. 큰 화면에 성능이 약간 떨어지는 아이폰6, 아니면 작은 화면에 아이폰6S의 요소를 모두 갖춘 아이폰SE를 고르게 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아이폰SE는 아이폰6S급이기 때문에 보급형 제품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어렵습니다.

 

appl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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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시장 대응책


결과적으로 애플은 아주 현실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요즘 애플이 보이는 행보 중 하나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만든다’입니다. 제품의 가지수를 늘리는 한이 있어도 팀 쿡 CEO는 그 전략을 아주 잘 이끌어 갑니다. 네, 아이폰SE는 최근 또 다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하는 애플의 상승 곡선에 꽤 효과적인 양념 역할을 할 겁니다.


큰 화면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주 대상은 아닙니다. 물론 여전히 4인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많이 있겠지만 그들만을 위해서 만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큽니다. 정말 효율적으로 메인스트림 시장을 잡겠다는 쪽에 저는 무게를 더 둡니다.


일단 399달러라는 가격은 아주 공격적입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성능의 스마트폰을 중국산 스마트폰 가격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맞춘 겁니다. 구글의 넥서스와 비슷한 가격이지요. 게다가 이 아이폰SE의 케이스는 여전히 질리거나 낡아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주력 제품은 649달러의 아이폰6S입니다. 사실 549달러부터 시작하는 아이폰6가 조금 애매해지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399달러, 그리고 64GB의 499달러 가격은 분명 주류 시장에서 큰 파괴력을 보여줄 겁니다. 어떻게 보면 ‘꼭 잘 팔아야겠다’는 결의가 다 비춰지는 제품입니다.


아이폰SE는 애플이 저가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극단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아이폰SE는 잘 팔릴 겁니다. 새로운 제품만이 혁신은 아닐 겁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폰SE는 공정 관리 전문가인 팀 쿡이 시장을 흔드는 진짜 그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혁신’ 제품일 수 있습니다. 새롭지만 낯익은 이 아이폰은 다소 밋밋해진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흥분을 만들어낼 겁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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