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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그림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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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그림책 한 권

2013.04.25 16:22
뇌과학의 모든것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뭐 이렇게 어려운 책을 봅니까?”

11일 저녁. 모처럼 지인과 만나기로 하고 커피 집에 앉아 두툼한 책을 읽고 있었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지인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묻는다. 들고 있는 책이 딱 봐도 어렵게 생겼기 때문이다. 똑똑한 척 좀 하고 싶어서 ‘재밌는데요.’ 라고 말해주고 한 번 씩 웃어준다.

물론 허세다. 쉬울 리가 없다. 거의 A4용지 사이즈인데 표지를 포함하면 한 800페이지나 된다. 전문서적 냄새가 풀풀 풍긴다. 표지에는 ‘뇌과학의 모든 것’ 이라고 적혀 있고, 인간의 뇌를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 보며 찍은 사진, 복잡한 그림, 도표 등도 가득 들어 있다. 공공장소에서 펴 놓고 읽고 있으면 뒤에서 ‘의산가봐’ 하는 소리도 들리기도 한다.

책이 생긴 것만 그럴까. 내용은 더 심하다. 저자는 책 소개에서 ‘뇌과학을 직접 공부하려는 사람을 타깃으로 했다’고 했다. 처음 책을 받아 든 날, 겁을 좀 집어 먹고 중간부터 펴서 아무 구절이나 읽어 봤다.

‘창백핵 내절에서 분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은 GAGB이며, 시상 복외측핵과 전복측핵을 향합니다. 많은 양의 GAGB가 시상 복외측핵과 전복측핵의 GABA 수용체와 결합하면….'

입에서 저절로 ‘아이!’ 소리가 튀어 나왔었다. ‘이 책 꼭 읽어야 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스쳐갔다.

물론 어렵고 골치 아프면 안 보면 그만이다. 아무도 강제로 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그래도, 며칠 째 계속 이 책을 짬날 때마다 읽고 있다. 허풍은 섞였지만 지인에게 한 말이 절대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말로 재미있다.

●초고난이도 전문서적… 그래도 읽힌다!

잠시 고민하다가 앞 쪽에서부터 책을 들여다봤다. 놀라웠다. 읽어진다. 그것도 술술. 간단한 원리다. 앞에서부터 보면 난해한 용어가 별로 없다. 설명을 하면서 하나하나 덧붙여 나가고 있다. 그러니 약간의 과학상식만 있으면 초반 부분은 ‘덤벼볼’ 만 하다. 그걸 읽고 또 읽다 보면 중간단계에 와서 ‘마치 외계어 같던’ 이 책이 대강 이해가 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된다.

저자인 박문호 박사는 사실 뇌과학 전문가가 아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근무하는, 정보기술(ICT) 분야 책임연구원이다. 하지만 그는 뇌과학으로 더 유명하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박 박사의 책은 잘 팔린다. 2008년 그가 내 놓은 책 ‘뇌, 생각의 출현’은 어림잡아 5~6개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국내 양대 인터넷 서점으로 꼽히는 YES24와 알라딘,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회에서도 2008년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아직까지도 스테디셀러 반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책이 어려워서 잘 팔렸을리는 없다. 어려운 책은 세상에 많다. 단순히 지식이 필요하다면 신경외과 외사들이 보는 전문서적을 보면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어렵지만 팔린다. 읽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그가 강연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그가 총수(?)로 있는 과학문화단체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박자세)’ 회원들은 뻔한 자기계발, 처세술 책보다는 진짜 과학에 빠져든다. 이곳에서 박 박사는 5년 전부터 ‘137억 년 우주의 진화’와 ‘뇌과학’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강의를 해 왔다. 회원 수만 2000명이 넘는다.

이 많은 사람들이 공연히 모였을 리 없다. 기자도 몇 차례 들어 봤지만 박 박사의 강의는 ‘어렵지만 나도 덤벼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준다. 글을 잘 쓰기보다는 강의 잘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뇌 생각의 출현’은 물론 이번에 발간된 책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도 마찬가지다. 그가 강의 때 쓰던 말투, 그 문체 그대로 책에 옮겨 놓았다. 읽고 있으면 마치 저자 본인에게 책을 앞에 놓고 직접 강의를 받고 있는 기분이 든다.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말한 건 그것 때문이다.

●과학에 관심있는 대학생부터 전문가 까지

사실 이 책은 그림책이다. 어느 페이지나 그림이 있다. 텍스트로 빡빡하게 채워두지 않고, 뇌의 구조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그 옆에서 설명을 덧붙인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에 발간된 뇌과학 책은 300종이 넘는다. 박 박사는 이런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했다. 그런 책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뇌과학을 알기쉽게 전하고 싶었다는 게 저자의 변이다.

박 박사는 “뇌를 공부하려면 먼저 뇌의 구조를 알아야 하고, 그 다음에야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의대 해부학 전문서적을 빼면, 지금까지 뇌과학 책은 이런 부분을 상세히 다룬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 1장에는 “뇌신경학을 공부하려면 교과서를 여러번 읽는 것보다 정확하게 한 번 그려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공부하면서도 뇌 구조를 계속 스케치 하는 식으로 공부를 했다고 했다. 이렇게 쌓인 그림수첩이 40권이 넘자, 그 중에서 600장을 뽑아 쓴 책이 이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이다.

책은 모두 14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신경, 2장은 뇌간, 3장은 근육운동의 메커니즘 등. 철저하게 해부학적 지식에서 뇌와 인체의 기능을 설명했다.

저자는 책머리에 ‘차례로 읽기보다는 읽고 싶은 장을 먼저 읽자’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해부학 용어에 익숙하고 생명과학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권장한다. 첫 장부터 천천히 공부하는 느낌으로 접근해 보길 권한다.

뇌과학에 흥미가 있는 대학생 이상 일반인부터 (신경외과가 아닌) 의료계 종사자까지, 공부를 목적으로 뇌를 알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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