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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거대한 플라스마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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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거대한 플라스마 실험실

2016.04.04 13:14

과학의 진보는 우주의 난제를 푸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태양 에너지가 어떻게 진공인 우주 공간을 지나 지구까지 전달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어떤 ‘물질’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명 에테르 가설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에테르가 없어도 빛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냄으로써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이라는 놀라운 과학적 진보를 이뤄냈다.


그런데 태양과 지구 사이의 에너지 전달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퍼즐이 남아있다. 태양 에너지의 1%는 빛이 아닌 플라스마라고 불리는 특별한 상태로 전달되는데, 그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1%의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또 한 번의 위대한 과학적 성취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GIB 제공
GIB 제공

우주의 99.99%는 플라스마 상태


우주의 거의 모든 물질은 플라스마 상태로 이뤄져 있다. 우주에 흩어진 수많은 별과 그들 사이를 채우는 성운, 블랙홀, 희박하긴 하지만 우주 공간의 입자가 모두 플라스마 상태다. 태양계에서는 태양 자체가 거대한 플라스마 덩어리다. 태양의 중심에서는 끊임없이 수소에 의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온도가 1500만K으로 올라가 내부 수소들은 모두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한다. 초고온의 플라스마는 태양 표면에서 고리나 불꽃 형태로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다. 우리가 홍염, 플레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플레어가 발생하는 태양 대기가 태양의 표면보다 온도가 높다는 점이다. 태양 표면의 플라스마 온도가 6000K인데 그 상층 대기라고 할 수 있는 코로나의 플라스마 온도는 100만~200만K에 이른다. 몇몇 태양물리학자들은 플라스마가 가진 자기력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확실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분명한 건 이 같이 독특한 온도 역전 현상은 코로나를 이루는 물질이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이런 높은 온도 덕분에 코로나를 구성하는 물질이 태양의 중력을 이기고 초당 수백t씩 빠져나와 태양풍이 만들어진다.


태양풍은 초속 수백km의 속도로 이동하며 1억5000만km 떨어진 지구에도 도달한다. 태양풍 플라스마는 전기적인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구 자기장에 의해 대부분 튕겨 나간다. 자기장이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구 자기장에 의해 지배되는 공간인 지구 자기권과 그 안쪽 대기인 전리권 역시 플라스마로 이뤄져 있다.

 


플라스마의 작품, ‘오로라’


이론적으로 지구의 자기장은 태양에서 온 플라스마의 진행 방향을 바꿀 뿐 에너지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따라서 태양풍 플라스마의 에너지가 지구에 전달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태양풍은 지구에 수백GW(기가와트)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는 마치 배트(태양풍 플라스마)에 닿지도 않은 야구공(지구 자기권 플라스마)이 홈런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증거가 오로라다. 오로라는 지구 자기권에 존재하는 플라스마가 태양풍의 에너지를 전달 받아 가속된 뒤, 자기장을 따라 지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기 입자와 충돌해 빛을 내는 현상이다. 지상에서 보면 높은 구름이 빛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도 100km 이상의 대기권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플라스마 입자들은 평상시에도 엷은 띠 형태로 북극과 남극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다 태양풍의 속도가 빨라지면(지구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세지면) 극지역에서 적도 지역으로 이동하며 아름다운 빛 자태를 뽐낸다.


태양이 강하게 폭발하는 시기에 지구에 전파 교란이 발생하는 것도 태양풍 플라스마의 영향이다. 태양풍 플라스마는 어떻게 직접 지구로 들어오지 않고도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걸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4개의 위성군으로 구성된 지구자기권 다중스케일(Magnetospheric Multi-Scale, MMS) 위성을 지난해 3월 발사했다. MMS 위성은 지구 주위를 돌면서 자기권 플라스마의 밀도, 온도, 자기장, 전기장을 직접 측정하고 있다. 위성이 4개나 되는 것은 사면체 꼴로 대형을 만들면 플라스마에 의해 발생하는 전류를 쉽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NASA는 2018년에도 솔라 프로브 플러스(Solar Probe Plus)라는 태양 플라스마 관측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 위성은 지금까지 인류가 시도한 어떤 탐사선보다 태양에 가까이(600만km) 접근해 코로나를 구성하는 플라스마가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아직 준비 단계지만 한국천문연구원에서도 태양 코로나 관측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러 개의 작은 위성을 이용해 오로라를 관측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우주 플라스마를 이해하기 위해 전세계가 경쟁적으로 뛰어 드는 이유는 우주 공간이 거대한 플라스마 실험실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지상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플라스마 현상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별의 탄생과 소멸을 이해하고, 산업에 응용되는 플라스마 지식을 쌓아나간다는 의미가 있다. 우주 플라스마가 품고 있는 난제를 풀었을 때 우리는 우주와 인류에 대해 더 큰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주 플라스마를 관측하고 연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 필자소개

이재진. 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UC버클리 우주과학랩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태양우주환경그룹장을 맡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우주 플라스마 관측 및 자료분석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으며, 우주환경 변화가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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