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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광고’를 없앨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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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광고’를 없앨 수 있을까?

2016.04.02 07:00

“우리는 MS 엣지(Edge)에 내장된 광고차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드블록(AdBlock)이나 애드블록 플러스 같은 서드파티 앱들은 지원할 거에요.”

 

올해 3월 31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브라우저 엔지니어 제이콥 로시(Jacob Rossi)가 트위터에 부랴부랴 올린 글입니다.

 

엣지는 MS가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대체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 놓은 차세대 브라우저인데,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MS의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의 엣지 관련 세션에서 ‘브라우저 내 광고차단 기능 개발’이란 문구가 등장했거든요.

 

이 때문에 MS가 엣지의 다음 버전에 광고차단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고, 로시는 서둘러 ‘그건 오해’라고 밝힌 것이죠.

 

이 소문을 보도(http://www.zdnet.com/article/microsoft-plans-to-build-ad-blocker-into-its-microsoft-edge-browser/)한 언론사에도 MS가 메일을 보내 ‘잘못된 정보’라고 밝혔다고 하니, 엔지니어가 개인 자격으로 의견을 낸 것이라기보다는 MS가 직접 나서서 발빠르게 소문에 대응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애드블록 플러스 제공
애드블록 플러스 제공

●MS가 엣지 광고 차단 기능 보도에 서둘러 대응한 이유 

 

광고차단 애플리케이션은 우리가 브라우저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화면을 볼 때 콘텐츠 주변에, 또는 콘텐츠와 겹쳐 보이는 광고들을 보이지 않게 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보통은 브라우저 자체에서 이런 기능을 제공하지는 않고 브라우저 제작사가 아닌, 제3자가 브라우저에 붙여서 사용할 수 있는 별도 프로그램(플러그인) 형태로 제공합니다.

 

이런 것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로시가 언급한 애드블록이지요. 써 보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이게 사실 굉장히 편한 면이 있습니다. 사이트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가 모두 없어지면 글이나 이미지, 동영상을 볼 때 거추장스러운 것이 없어지죠.

 

이런 좋은 기능을 브라우저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할 거라는 ‘좋은’ 소문을 왜 MS는 이렇게 서둘러서 부인하고 나선 것일까요. 게다가 이미 일부 사람들은 알음알음 브라우저에 플러그인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그건 광고차단 문제가 인터넷 콘텐츠 이용자, 인터넷 콘텐츠 제공자는 물론이거니와 브라우저와 같은 플랫폼 운영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광고가 사리지면?

 

사실 인터넷 콘텐츠에 광고가 너무 많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때 사용자 경험의 수준이 저하된다는 것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광고를 브라우저를 통해 모두 차단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인터넷 콘텐츠 제공자, 특히 (인터넷) 언론사 같은 경우 거의 유일한 수익모델 중 하나를 상실해 버리게 됩니다.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대신 다른 수익모델을 개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인터넷 비즈니스 역사에서 성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 수수료, 아이템 판매, 광고 이 세 가지 외에 별다른 게 있었는가요?

 

광고를 포기하고 다른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이용자들과 플랫폼 제공자에게도 그다지 좋을 것이 없을 수 있어요. 수익모델이 망가지면 콘텐츠 제작사가 줄어들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사용자가 감상하고 즐길 콘텐츠가 줄어들겠지요. 그리고 이런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사람들이 플랫폼을 이용하는 빈도도 줄어들 겁니다.

 

이렇게 인터넷 전반의 생태계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기능이, 더구나 MS의 엣지라는 메이저 브라우저(플랫폼)에 내장된다고 하니 인터넷 업계가 빠르게 들끓었을 수밖에 없지요. 지난달에 오페라 소프트웨어가 자사 프리웨어 오페라에 광고차단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한 일이 있기도 하지만요.

 

●한국에서 유료 뉴스가 안되는 이유

 

그래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사용자가 불편한 건 사실이니 광고는 가급적 없애고 콘텐츠를 고급화, 차별화해서 유료 판매 모델로 변화하는 것이 좋다.” 참 좋은 이야기인데, 이것도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건 상황에 따라 이야기가 복잡해지니, 우리나라 뉴스 콘텐츠만 한정해서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애드블록 제공
애드블록 제공

현재 우리나라에 언론사가 수백 개가 넘습니다. 이 수백 개 언론사 대부분이 콘텐츠 고급화,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이 게을러서, 능력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좁아서 적당한 규모를 갖춘 언론 조직은 사실상 일반적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거의 전 영역의 뉴스를 커버할 수 있습니다.

 

서부지역 뉴스와 동부지역 뉴스가 다를 수 있는 미국이나 중국과는 다르지요. 정치, 사회, 경제 같은 주요 뉴스는 애초부터 언론사 간 기사 차별화에 제약이 있는 겁니다. 그럼 완전히 전문적인 영역으로 특화하는 건 어떨까요.

 

역시 시장이 좁기 때문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뉴스는 조직을 운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요새는 일반적인 뉴스 조직도 점점 더 전문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요. 

 

더 큰 문제는 뉴스 전문 통신사입니다. 원래 언론사에만 뉴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통신사가 포털 등에 뉴스를 직접 공급하고 있고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걸 공짜로 볼 수 있지요. 이들이 보도를 적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통신사도 있습니다. 기자 수가 다른 언론사보다도 많습니다. 단순히 다른 뉴스의 원재료가 되는 단순 팩트를 넘어 논평, 분석, 리뷰 등 온갖 기사들을 하루에도 수백개씩 내보내고 있지요.

 

전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국내 언론사들이 콘텐츠를 아무리 차별화해도 사서 볼 만한 사람 얼마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 콘텐츠에 돈을 쓰는 사람이 있겠지만 과연 그게 일정 규모 이상의 언론사 조직을 유지할 만큼의 규모가 될까요. 일단은 부정적입니다.

 

●유료화 모델, 정보 격차 문제 만들 수도

 

너무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만 이야기한 것 같은데요. 유료화 모델이 성공할 경우 콘텐츠 소비자 입장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감도 있지만 대표적인 문제는 ‘정보 비대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좋은 콘텐츠, 좋은 정보는 모두 돈을 주고 봐야 한다면, 경제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정보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번 MS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제기된 브라우저 광고차단 이슈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브라우저에서의 광고차단 문제는 점점 더 크게 불거질 사안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지금이야 어디까지나 전초전 단계라고나 할까요. 앞으로 이 문제가 인터넷 비즈니스의 형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필자소개

넓붉발. 학교생활도 적당히, 군대생활도 적당히, 기자생활도 적당히 하다 하던 걸 대부분 그만두고 글을 쓰기로 한 사람. 음악, 미술, 기예, 기술 등 모든 영역에 적당히 관심이 있으나 뭐 하나 딱 부러지게 잘하는 건 없다. 그나마 IT와 미디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편.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보려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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