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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봄날에 ‘시월의 하늘’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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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02일 07:28 프린트하기

[동아일보] 옛 소련이 쏘아올린 10월의 스푸트니크, 美 도전정신 일깨워
봄에 찾아온 알파고 ‘인간’ 돌아볼 기회… 교육 개혁 나설 때

학생들과 진로 얘기를 하다 보면 다양한 끼는 어디 가고 ‘기승전 의사’인 경우가 많아 놀란다. 훌륭한 의사는 나라의 보배지만 지나친 쏠림으로 보여서다. 다른 꿈을 꾸는 아이들이 별종 취급을 받기도 한다니….

그래서 좋은 봄날에 찾아와 열풍처럼 휩쓸고 간 알파고라는 손님이 반가웠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 뭔지 온 국민이 성찰할 기회였다. 바둑에서 선보인 능력으로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학습하면 최고 수준의 질병 진단을 해낼 것이고, X선 영상과 수술 결과를 대조하며 학습하면 족집게 영상 판독사가 된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이미 암 진단 정확도에서 숙련된 의사를 넘어섰다고 하고, 10년 뒤 의사의 역할은 달라질 거라 한다. ‘묻지 마 미래 설계’의 무모함을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잘 보여 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일어났으니 다행이다. 이제라도 교육과 사회 시스템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이젠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사건을 한국판 ‘스푸트니크’로 만들 차례다.

1957년 10월 4일이었다. 옛 소련이 역사상 처음으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지구 궤도에 진입시켰다. 영화 ‘옥토버 스카이(시월의 하늘)’는 미국 콜로라도 탄광촌 아이의 실화를 통해 이날의 충격을 묘사한다. 소년은 시월의 하늘을 날아 우주로 가는 스푸트니크와 인류의 우주 도전을 목도하고 심장이 멎을 듯 감동한다. 결국 예정된 광부의 삶을 거부하고 불가능을 넘어서 로켓 과학자가 되고 만다.

스푸트니크 사건은 20세기 미국에 큰 행운이었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냉전시대 적국의 인공위성 발사로 충격에 빠진 미국민을 추슬러야 했다. 국가 개조 수준의 대응이 뒤를 이었다. 연구개발 조직인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세운 건 당연한 절차였고, 이 정도로도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었으니 성공적인 위기 대응이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교육과정의 대수술에 착수해서 수학과 과학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국가경쟁력은 이 뉴프런티어 개혁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스푸트니크는 미국에 복이었다.

최근 알파고를 보는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인간의 존엄과 낭만을 논하는 호들갑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성찰로 깊어졌다.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걱정에서 부의 재분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제기됐다. 기계의 인간 지배라는 시각에서부터 인간 삶의 변화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미래 예측으로 이어졌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평균 노동시간은 줄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로봇 생산성 증가로 창출될 부의 재분배 논의를 제안한다. 대안 중 하나인 기본소득 개념을 일부 북유럽 국가가 곧 실험할 거라고 한다. 기존의 다양한 복지제도를 전폐하고 그 대신 전 국민에게 동일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인데, 혁명적이지만 노동의 가치에 정면으로 대립된다는 우려도 있다.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잘 따라 준다면 인간 노동의 총량이 줄더라도 개인의 수입과 여가는 늘 것이다. 지금의 교육 체계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 시간에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일을 찾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진보에 기여하며 기후변화 같은 지구적 문제를 뚫고 인류의 지속 가능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해 나갈 수 있을까?

휴대전화로 웬만한 지식은 얻어 낼 수 있고, 데이터만 충분하면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시대에는 지식 전수형 교육도 분명히 끝난다. 같은 직업에서도 필요한 전문성이 변해 가니 교육의 키워드는 맞춤형이 아니라 유연함이어야 한다.

단조로운 교과 내용을 반복하며 ‘실수 안 하기 전문가’가 되어 가는 아이들은 미래 직장에서 평생 처음 보는 일들의 해결을 요구받을 것이다. 교과과정의 ‘묻지 마’ 감축을 몰아붙여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무언지 모르는 아이들을 미래 세상으로 내몬다는 건 무책임하지 않나. 아이들이 뻔한 생각의 틀을 넘어서 모색과 해결의 통쾌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과 내용에 다양한 수준이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 외에 대안이 없다.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에 변화를 담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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