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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두 정의의 충돌…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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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두 정의의 충돌…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

2016.04.03 18:00

 

배급사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운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만 ‘피식’ 웃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상대가 되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짱(?)이 격투기 세계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던진 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상영 중인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배트맨은 사실 초인(超人)으로 구분하기도 어설프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변신 자동차나 1인용 비행기 같은 고성능 장비를 이용해 활약할 뿐, 사실 육신 자체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슈퍼영웅을 차례로 줄 세워 놓으면 아마 꼴찌 그룹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인간 레벨에서 활약하는 영웅으로는 ‘어벤저스’의 블랙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나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기계로 만든 날개를 짊어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팔콘(안소니 마킨 분) 정도가 되려나.

 

반면 슈퍼맨는 언제나 ‘절대 영웅’ 그 자체로 묘사됐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데다 힘이 얼마나 센 지는 측정하기도 어렵다. 지구의 자전을 거꾸로 돌려놓는 모습이 나올 정도니 사실상 무한대라 해도 문제가 없다. 슈퍼맨이 배트맨을 이기고 싶다면 먼 발치에서 눈에서 뻗어 나오는 광선 한 줄기로 시신의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애당초 파워 밸런스로는 상대가 안 되는 시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 누구도 영화를 직접 보기 전엔 슈퍼맨의 압승이나 배트맨의 역전승을 점치기 어렵다. 이 아이러니한 승부의 향방이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관점이 아닐까.

 

●답이 없는 싸움, 영웅과 영웅의 대결

 

영화 속 ‘히어로’ 2~3명을 두고 누가 이기느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모습은 초등학생 조카와 조카 친구 두세 명만 함께 불러 앉히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어른들도 쉽게 입에 담질 않을 뿐, 이런 히어로들의 대결은 누구나 흥미를 느끼는 스토리다.

 

사실 두 히어로의 대결은 예정된 것이었다. 미국의 히어로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로 꼽히기 때문이다. 슈퍼맨의 첫 작품은 1938년, 배트맨의 첫 작품은 1939년에 나왔다. 물론 영화가 아니라 만화책이 먼저다. 각각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슈퍼맨), 밥 케인(배트맨)이라는 원작자가 그들을 창조한 신이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함께 등장한 작품은 적잖게 있었다. 영화보다는 주로 코믹스(만화책)와 애니메이션(만화영화)에서 이 둘은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justice league of america)’라는 초인 집단의 멤버로 활약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1940년대 이전부터 있던 시리즈이니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둘의 대결이 그리 생소하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이 이 시리즈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이니 우리나라가 전쟁 복구에 한창인 시절이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 코믹스에서도 비슷한 히어로들의 친목회(?)가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어벤저스‘다.

 

쉽게 말해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은 코믹스와 애니메이션 속 히어로를 영화로 끌어 들여 큰 재미를 보고 있는 마블의 독주를 보다 못한 영화업계의 강호 워너브러더스가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의 설정을 빌려와 견제 ‘잽‘을 날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두 영웅은 수많은 작품에 등장하며 자기만의 활약을 펼치기도, 또 서로 싸우거나 협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질 않으니 슈퍼맨을 좋아하는 작가는 슈퍼맨의 승리를 그려내고, 배트맨을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그의 승리를 묘사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승패는 묘연해 지기만 할 뿐, 결코 답이 나지 않는 싸움과도 같다. 두 히어로를 창조하는 신은 인간이다. 그리고 그 인간은 시대와 제작사에 따라 언제든 바뀌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회의 투영…“완벽한 존재는 없다”

 

여기까지가 과학기자의 한계이기도 하다. 어차피 영화적 상상력을 비교하는 자리에서 힘의 공식은 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화는 물론 원작 만화의 작가들이 이 터무니없는 대결을 성사시킨 이유도 파워 밸런스 때문이다. 이정도 불평등한 힘의 균형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를 놓고 적잖은 배려를 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사실 영웅물 좀 좋아한다는 독자라면 누구나 슈퍼맨의 약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기자도 슈퍼맨과 배트맨의 싸움을 놓고 ‘상대가 되나?’라는 말을 입에 꺼냈다가 ‘아, 크립토나이트가 있군’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슈퍼맨이 초인의 반열에 오른 건 그가 지구인과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가진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별에만 존재하는 크립톤 행성의 광물 ‘크립토나이트’에 노출되면 그는 힘을 잃고 쓰러진다.

 

이 영화에는 원더우먼도 등장한다 - 배급사  제공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에는 원더우먼도 등장한다. - 워너브러더스코리
아 제공

슈퍼맨의 이런 약점은 그가 등장하는 수많은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다. 영화에서는 악당들이 이런 약점을 이용해 위기에 몰아 넣기도 했고, 스스로 지구인으로 살기 위해 힘을 포기할 때에도 크립토나이트를 썼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배트맨이 크립토나이트를 써 슈퍼맨을 위기에 몰아넣는 장면이 등장했다. 반대로 평범한 인간인 배트맨은 더 약해질 것도 없는 처지다. 슈퍼맨을 얼마나 약하게 만드냐, 슈퍼맨은 그 뻔한 함정에 왜 걸려드느냐를 살펴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흥밋거리일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새롭게 느낀 사실이지만, 미국인들이 슈퍼맨과 배트맨에 느끼는 감정은 참으로 특별하다. 이들은 수많은 작품에서 언제나 승리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밝은 하늘 아래 공명정대하게 적과 싸우는 미국, 어둠의 그늘 아래서 적의 약점과 빈틈을 노리는 미국, 그 둘의 싸움을 미국 시민들은 어떤 감정으로 바로보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새삼 복잡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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