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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텔로미어 내 손으로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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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텔로미어 내 손으로 자른다

2016.04.11 15:04

※ 필자 주: 이공계 관련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비유와 개그가 튀어나오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공계 관련자들만이 공유하는 ‘언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자는 2014년 과학동아에서 연재했던 ‘김주황의 이공계 언어 사전’ 연재를 동아사이언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연재에 앞서, 과학동아 2014년 7월부터 12월까지 과학동아에 실렸던 ‘김주황의 이공계 언어 사전’을 매주 선보입니다. 많은 사랑부탁드립니다.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트위터에는 온갖 ‘봇(bot, 마치 로봇처럼 특정 주제를 반복해서 이야기 하는 계정)’이 있습니다. 사실 하루 종일 떠들어서 타임라인을 정복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저는 봇 계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딱 하나, 팔로우하고 있는 계정이 있습니다. 바로 ‘이공계 봇’입니다. 약 2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는 이공계 봇은 과학 상식이나 이공계 관련 사람들이 일상 대화에서 내놓을 법한 에피소드를 짤막하게 소개합니다. 이공계 업종 종사자로서 보고 있으면 소소하게 웃음이 나오지요.


과학을 대중화하고 싶은 저도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사실 입담 좋은 기자들이 모인 편집부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알고 있는 과학 지식으로 개그를 만든다든가, 대화의 소재가 기본적으로 과학 소재인 식입니다. 그중에는 가끔 편집부 안에서만 공유하기 아까운 소재도 있습니다.


이번 호 마감은 어째선지 지나치게 힘들었습니다. 기사가 딱히 많은 것도 아니었고, 기사 준비도 일찌감치 시작했는데 제가 일을 진행하는 속도보다 시간이 더 빨리 가더라고요. 게다가 일을 벌리기 좋아하는 제 성격(?)도 한 몫 했습니다. 이공계 언어 사전을 이번 호부터 연재하고 싶다고 욕심을 부렸거든요. 흔히 하는 말로 ‘제 무덤 제가 판’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달랐습니다. 아마 이건 본능과 같은 것이라 생각해요. 제 입에서 튀어 나온 말은 “내 텔로미어 내가 자르는 것도 아니고…”였습니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 달려있는 핵산 서열입니다. 수많은 인체 정보가 담겨있는 염기 서열의 끝에서 ‘여기가 유전자의 끝이다’라고 알려주는 서열이지요. 인체 정보를 담고 있진 않지만 세포의 생존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포 분열이 거듭할수록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고, 완전히 사라지면 세포 복제가 멈추면서 사멸하기 때문이지요. 즉,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죽는 겁니다. 죽기 위해 제 무덤 제가 파는 것처럼 제 텔로미어를 제가 스스로 자르는 거지요.


텔로미어는 2009년 노벨의학상을 받게 한 소재기도 합니다. 무한 증식하는 암세포는 불공평하게도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불로영생이 인류의 꿈이라는데 암세포는 이미 그 꿈을 이룬 셈입니다. 암세포의 비밀은 미국 UC샌프란시스코의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하버드대 잭 조스택, 존홉킨스의대 캐럴 그라이더 교수가 밝혔습니다. 암세포는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를 만들어내는데, 이 효소가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도록 관리한 것이지요. 이 연구진은 이 공로로 2009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고, 그라이더 교수는 과학동아 6월호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인사하기도 했습니다.


제 텔로미어를 제 손으로 자르지 않기 위해서는 제 전용 텔로머라아제가 필요합니다.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잡지가 발간된 뒤 독자 여러분께서 편집부로 보내주시는 감상이 기자들에겐 무엇보다 성능이 뛰어난 텔로머라아제입니다. 짧은 감상은 기자를 춤추게 하지요. 그럼 텔로머라아제를 기다리며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김주황의 이공계 언어 사전이었습니다.

 

☞ [김주황의 이공계 언어 사전 1] 내 무덤 내가 판다, 내 텔로미어 내 손으로 자른다

 

※ 사연 제보 받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재미있게, 혹은 어이없게 웃었던 이공계 언어 사연을 오가희 기자(solea@donga.com, solea.oh@gmail.com, 트위터(@solea_oh)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기자의 정성이 담긴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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