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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에서 ‘VR’이 진통제로 쓰인다? 치유-회복을 위한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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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에서 ‘VR’이 진통제로 쓰인다? 치유-회복을 위한 VR

2016.04.07 18:00

가상현실(VR)은 사실 최근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님은 앞서 설명 드렸습니다. 이미 게임,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오랜 개발의 역사를 지닌 VR은 의료 분야에서도 지난 90년대부터 과학자와 의료 전문가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협업이 이뤄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의료 분야에서는 왜 VR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많았던 것일까요. 아마도 생명, 건강과 직결된 의료 분야의 특수성에 따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VR을 이용하면 △보다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질병이나 장애의 원인을 살펴보고 재현할 수 있다는 점 △사람의 인지구조에서 절대적인 시각과 뇌의 연계가 쉽다는 점 등이 의료 서비스에서 주목하는 배경일 것입니다. 또 게임 요소를 가미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의료와 VR의 접목은 크게 치료(재활)-진단-교육 등으로 나눠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VR은 일반 진료보다는 정신과, 신경학 측면의 질병 치료와 관련해 많은 시도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또 장애, 고령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얻고 있죠. 그들에겐 침대 위나 방을 벗어나 바깥 세상과 만나는 다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VR과 함께 두려움과 맞서다


노출치료(exposure therapy)는 고소ㆍ대인ㆍ폐소 공포증과 같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그 원인과 직접 마주하며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치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하지만 공포나 불안의 원인을 넘어서기 위해 실제와 같은 물리적인 환경에 다시 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실제 상황이라면 당시 위험요인에 다시 그대로 노출돼 통제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VR은 효과적인 대안이 됩니다. VR은 환자들이 특정 공포나 두려움에 맞설 수 있도록 통제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며 회피 습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더욱이 모든 환경과 설정은 개인적이고 안전할 뿐 아니라 체험과 중단을 쉽게 반복하는 장점도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지난 2000년대 초 한양대 의대에서 고소 공포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VR을 적용한 바 있습니다.
 

고소공포증 환자가 헤드셋을 착용하고 VR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 한양대 제공
고소공포증 환자가 헤드셋을 착용하고 VR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 한양대 제공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역시 VR 적용이 활발한 분야입니다.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의 참전 후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미 90년대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병원이나 클리닉 등에서 극한 상황을 겪은 이들을 위한 정신과적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VR PTSD 프로그램 ‘Virtual Iraq’를 시연하고 있다. - http://anton.treskunov.net/ 제공
미군이 VR PTSD 프로그램 ‘Virtual Iraq’를 시연하고 있다. - http://anton.treskunov.net/ 제공

이 외에도 공포 치료와는 다소 다르지만,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아바타를 이용해 주어진 사회적 활동을 수행하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VR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진통제가 된 VR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통증완화 방안으로 VR을 이용한 주의분산 치료(distraction therapy)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美 워싱턴대가 개발한 VR 영상게임 ‘스노월드(SnowWorld)’는 게임을 결합해 환자가 상처치료나 물리 치료의 고통을 이겨내도록 개발된 것으로 화상을 입은 군인 대상 임상실험에서 모르핀 보다 나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화상치료시 VR게임을 통해 진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워싱턴대 HIT랩 제공
화상치료시 VR게임을 통해 진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워싱턴대 HIT랩 제공

수술실의 또 다른 창, VR


메디컬 드라마에서 보듯 외과 교육은 주로 직접 시신을 접하거나 다른 숙련된 의사의 집도를 도우며 지켜보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VR은 학생들이 실제 환자를 다루는 부담을 벗고 실전과 유사한 수술환경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美 스탠포드대는 이미 2002년부터 촉각(햅틱)을 포함한 수술 시뮬레이션 환경을 도입, 활용해 왔습니다. 이 대학의 복강경 수술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환자의 CT 스캐닝 결과물을 3D로 만들어 교육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향후엔  헤드셋(HMD)를 착용한 학생들이 노련하고 경험 많은 교수진이 실제 수술 중인  환부를 지켜 볼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서 교육용으로 촬영된 외과수술 360도 영상. – Medical Realities 제공

 


재활의학에도 한 몫


뇌 손상이나 장애로부터 회복을 꾀하는 재활의학에서도 VR의 활용이 적극 모색되고 있습니다. 특히 재활치료는 그 특성상 특정 동작을 익히는데 수만 회 이상의 반복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 VR을 접목하면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선 최근 스위스의 스타트업 MindMaze 가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는 뇌졸중 환자에게 마비된 신체 일부의 동작을 반복적으로 보여 줘 환자의 실제 동작을 유도하는 VR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Mindmaze 제공
Mindmaze 제공

의료를 넘다


진단과 치료, 재활, 교육 등 주요 의료 서비스 분야 외에도 일상생활 속 건강을 위한 VR 제품과 서비스 역시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VR과 만난 오큘러스 리프트용 명상 애플리케이션 ‘딥(Deep)’처럼 말이죠. 명상은 정신 건강과 불안 해소, 숙면 등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자기 훈련법 중 하나로, 딥은 헤드셋과 가슴에 착용하는 호흡 측정 밴드를 활용해 게임을 하듯 호흡과 명상을 익힐 수 있도록 개발됐습니다.


VR은 또 장애인들을 위한 도구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뇌성마비 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거나 특정 동작을 할 수 있는 제어 시스템을 구현한 VR사례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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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시선추적 시스템이 적용된 VR헤드셋을 이용해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도록 한 ‘Eye Play the Piano’. - FOVE 제공


많은 이들의 치료와 치유, 회복을 위한 VR의 발전과 변신…역시 이제 시작입니다.

 

 

필자소개
이정환. 10여년간 전자신문 취재기자로 인터넷, 모바일, e비즈니스 등 분야를 담당했다. 이후 SK를 거쳐 지금은 판교밸리 미디어 밸리인사이더 대표 에디터 겸 IT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아날로그적인 삶을 꿈꾸지만 늘 IT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모바일 푸어 홍과장, 모바일 천재가 되다」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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