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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 Y염색체에 네안데르탈인의 흔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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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1일 18:16 프린트하기

과학자가 되려고 했지만 결국 과학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된 필자는 가끔 씁쓸한 상념에 젖곤 한다. 그러다가도 최근 발표된 논문이나 관련 기사를 읽다가 기존 지식과 모순되거나 불분명한 내용을 접하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하나?’라며 사서 고민을 하기도 한다.

 

네안데르탈인 게놈 분석 연구결과가 그런 예다. 2010년 네안데르탈인 핵 게놈이 처음 해독됐을 때 현생인류의 게놈에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이 2% 정도 섞여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즉 대략 5만 년 전을 전후해 두 종 사이에 혼혈이 있었다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그 이전 네안데르탈인 미토콘드리아 게놈 해독의 결과는 이와 정 반대였다. 즉 미토콘드리아 게놈 서열을 토대로 두 종이 40만~80만 년 전에 갈라졌고 그 뒤 만나지(혼혈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약 30억 염기쌍인 핵 게놈은 1만 7000염기쌍도 안 되는 미토콘드리아 게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핵 게놈을 비교해 내린 결과가 정설이 됐지만 지금까지도 현생인류의 미토콘드리아 게놈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서열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영 찜찜한 일이다.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를 통해서만 전달되므로(난자의 세포질에 존재) 우리 가운데 누군가는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를 지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런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까지 수천 명 어쩌면 수만 명의 미토콘드리아 게놈이 해독됐을 텐데 이런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게놈은 크기가 1만7000염기쌍도 안 되고 유전자는 37개에 불과하지만 많은 핵 게놈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준다(1). 한편 핵 게놈 유전자 1500여 개가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관여한다(2). 이 가운데 76개는 미토콘드리아 게놈 유전자가 발현한 단백질과 복합체를 이루는데, 만일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복합체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3). - 네이처 제공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게놈은 크기가 1만7000염기쌍도 안 되고 유전자는 37개에 불과하지만 많은 핵 게놈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준다(1). 한편 핵 게놈 유전자 1500여 개가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관여한다(2). 이 가운데 76개는 미토콘드리아 게놈 유전자가 발현한 단백질과 복합체를 이루는데, 만일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복합체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3). - 네이처 제공

핵 게놈과 미토콘드리아 게놈 궁합 맞아야

 

그런데 지난해 9월 24일자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기사를 보다 문득 이런 모순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는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건 아니고 미토콘드리아치환요법, 즉 세 부모 아이의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한 내용이다. 미토콘드리아치환요법은 미토콘드리아 게놈에 심각한 결함을 지닌 여성이 아이를 갖고 싶을 때 미토콘드리아 게놈이 정상인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여기에 자신의 핵을 넣은 뒤 인공수정을 하는 방법이다.

 

기사는 이와 비슷한 처리를 해 태어난 새끼가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동물실험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즉 같은 종이지만 유전적으로 거리가 꽤 있는 초파리나 생쥐의 경우 미토콘드리아를 바꿔치기할 경우 생식력이 떨어지거나 대사증후군이 나타나고 때로는 면역반응도 유발된다는 내용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호흡, 즉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소기관인데 미토콘드리아 게놈과 핵 게놈 사이에 일종의 궁합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최근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그런 것 같다.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박테리아가 세포내공생을 통해 진화한 소기관으로 이 과정에서 수천 개였던 유전자가 소실되거나 핵 게놈으로 옮겨가면서 지금은 수십 개만 남아있다. 사람의 경우 핵 게놈의 유전자 2만 여개 가운데 약 1500개가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 단백질 76종은 미토콘드리아에서 미토콘드리아 게놈의 유전자가 발현해 만들어진 단백질과 결합해 작용한다. 따라서 이들 공동작업을 하는 단백질 가운데 어느 한 쪽의 아미노산이 바뀌어 구조가 달라질 경우 복합체를 제대로 이루지 못해 미토콘드리아가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기사를 읽다가 필자는 이 관계를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즉 N단백질(네안데르탈인 핵 게놈 유래)과 n단백질(네안데르탈인 미토콘드리아 게놈 유래)이 복합체 Nn를 이루면 문제가 없고, S단백질(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 핵 게놈 유래)과 s단백질(현생인류 미토콘드리아 게놈 유래)이 복합체 Ss를 이루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혼혈이 일어나 S단백질과 n단백질 조합이 되면 제대로 복합체를 만들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네안데르탈인 여성(NNn)과 현생인류 남성(SSs)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유전자쌍 가운데 하나는 N이므로 별 탈 없이 살수도 있지만(SNn), 1세대 혼혈 여성과 현생인류 남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핵 게놈 유전자의 절반만이 네안데르탈인의 것이다(물론 유전자쌍 가운데 하나로 굳이 표현하자면 3/2S1/2Nn). 2세대 혼혈 여성과 현생인류 남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핵 게놈 유전자의 4분의 1만이 네안데르탈인 것이다(7/4S1/4Nn).

 

이런 식으로 세대가 진행돼 핵 게놈이 희석될수록 Sn 조합인 비율이 늘어날 것이고 그 결과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겨 결국 이런 여성은 생식력이 떨어져 자손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즉 현생인류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가 솎아지게 된다. 현재 확보한 게놈데이터에 빅테이터 분석 기법을 쓰면 이런 시나리오가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네안데르탈인 Y염색체 게놈을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와 약 59만 년 전 갈라진 뒤 교류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교한 현생인류 게놈은 유럽인인 참조게놈(Reference)과 일부 아프리카인에게 발견되는 A00으로, 둘은 현생인류 등장 초기인 약 28만 년 전 갈라졌다. - 미국인간유전학저널 제공
최근 네안데르탈인 Y염색체 게놈을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와 약 59만 년 전 갈라진 뒤 교류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교한 현생인류 게놈은 유럽인인 참조게놈(Reference)과 일부 아프리카인에게 발견되는 A00으로, 둘은 현생인류 등장 초기인 약 28만 년 전 갈라졌다. - 미국인간유전학저널 제공

혼혈 남아 유산됐을 가능성

 

학술지 ‘미국인간유전학저널’ 4월 7일자에는 위의 필자 가설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즉 현생인류의 Y염색체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그 원인은 다른 상염색체의 유전자들과 궁합이 맞지 않아서일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다.

 

미토콘드리아 게놈이 모계를 통해서만 전달된다면 Y염색체는 부계를 통해서만 전달된다. 다만 감수분열 과정에서 일부 영역이 X염색체와 교차되기는 한다. 따라서 두 종의 혼혈이 일어났으므로 현생인류 가운데는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를 지닌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논문은 약 4만9000년 전 스페인 지역에서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남성의 Y염색체 게놈을 해독한 결과 현생인류와 약 59만 년 전 갈라졌고 그 뒤 교류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2010년 처음 핵 게놈이 해독된 뒤 지금까지 다섯 명의 네안데르탈인 게놈이 해독됐지만 공교롭게도 다 여성이었기 때문에 Y염색체 게놈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해독 결과 흥미롭게도 미토콘드리아 게놈과 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다. 현생인류의 Y염색체를 조사하다보면 언젠가는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를 지닌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역시 이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지금까지 해독된 수많은  남성들의 Y염색체 게놈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이런 경우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좀 더 가능성이 높은 설명으로 현생인류 여성이 네안데르탈인 남성과 관계해 남아를 임신했을 경우 자연유산이 되거나 생식력이 없는 개체를 낳았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즉 게놈을 비교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Y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가운데 세 개는 현생인류와 아미노산 서열이 다르고 하나는 아예 고장이 난 상태로 밝혀졌다.

 

그런데 앞의 세 유전자가 모두 ‘H-Y 유전자’였다. H-Y 유전자란 Y염색체 유전자 가운데 남성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다. 만일 임신한 남아의 H-Y 유전자에 특이한 변이가 있을 경우 엄마의 면역계가 외부항원으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켜 그 결과 유산이 될 수 있다. 실제 자연유산의 두 번째 원인이 이런 면역반응의 결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논문 말미에 “네안데르탈인 Y염색체를 지닌 개체는 생식력 또는 생존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가정은 ‘홀데인 법칙’과도 부합하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저명한 유전학자 존 홀데인이 1922년 한 논문에서 제안한 이 법칙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이형염색체배우자란 성염색체가 다른 성, 즉 사람의 경우 XY인 남성을 뜻한다.

 

“두 이종 동물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가운데 한쪽 성(sex)이 없거나 드물거나 불임일 경우 그 성은 이형염색체배우자 성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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