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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Home’스크린이 앱의 공동 묘지가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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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Home’스크린이 앱의 공동 묘지가 되는 이유

2016.04.13 07:00

 

가로 세로 정렬하여 서 있는 비석이 마치 홈스크린에 정렬된 앱과 유사해 보인다.  - pixabay 제공
가로 세로 정렬하여 서 있는 비석이 마치 홈스크린에 정렬된 앱과 유사해 보인다.  - pixabay 제공

“바로 지금 당신의 스마트폰을 열어 홈 화면에 가보자. 일목요연하게 정렬되어 있는 무수한 앱들. 그러나 당신은 그 중에 몇 개의 앱이나 실제 쓰는가? 일목요연의 뜻(한 번 보고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뚜렷하다)이 민망할 정도로 존재감 없이 홈 화면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는 수많은 앱들. 우리는 그곳을 앱의 공동 묘지라 부른다. 당신이 앱 개발자나 사업가라면 아마도 성공의 꿈은 그 공동 묘지에 당신의 앱이 안장되면서 함께 생매장 당했을 수 있다. 나의 앱이 계속 사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빗장을 열고 스마트폰의 저택으로 들어간다. 저택 앞마당에는 마치 각자의 삶의 복잡도를 산정하여 잡은듯한 평수 만큼의 대지(垈地, 집터로서의 땅)가 펼쳐진다. 필자의 스마트폰 앞마당에도 제법 넓은 대지 면적(screen area)이 펼쳐져 있다. 필자는 지금 그 대지를 검지와 중지의 두 손가락발로 천천히 걷다가 평시에는 그냥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갔던 앱의 아이콘을 하나씩 바라보며 이내 짧은 묵념을 올린다. 이곳은 다름아닌 앱의 공동 묘지이므로. 

 

홈 스크린은 집(home)이란 표현 답게 앱이 나의 스마트폰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곳이다. 따라서 인간의 공동 묘지란 은유가 잘 맞지는 않는다. 공포 영화의 설정이 아닌 바에야 공동 묘지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삶은 그렇게 흔한 건 아니니까. 그럼에도 홈 스크린을 공동 묘지라 굳이 칭하는 건, 홈 스크린에 있는 상당수의 앱이 사실은 실제 쓰이지 않고 영원히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콘이란 비석을 세워두고.

 

지금 자신의 스마트폰 홈 화면을 연 다음 거기에 매트릭스 구조로 일목요연하게 설치되어 있는 앱들 중에서 몇 개나 실제로 활발하게 사용하는지 세어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앱이 일목요연(一目瞭然, 한 번 보고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뚜렷하다)이란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존재감 없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성공의 기원이 담긴 앱은 열심히 만들어져 앱스토어에 올라간다. 1500만 개가 넘는 앱(2015년 6월 애플 앱스토어 기준)이 상시 대기 중인 그곳에서 사용자에게 나의 앱이 선택되어 다운로드 되는 건,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1억 개의 정자들 중에서 단 한 개가 난자를 만나는 것과 비슷한 확률의 영광 이리라. 그렇게 어려운 경쟁률을 뚫고 고개의 스마트폰에서 탄생한 영광의 앱은 그러나 얼마 못 가 사용자로부터 버림 아닌 버림을 받고 태어난 자리에 영원히 잠드는 슬픈 운명을 맞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홈 스크린이 스마트폰 앞마당에 펼쳐진 앱의 대지(大地, 좋은 묏자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매일 새로이 출시되는 앱 중 몇 개나 성공할 수 있을까 - pixabay 제공
매일 새로이 출시되는 앱 중 몇 개나 성공할 수 있을까 - pixabay 제공

 

 

많은 상품이 서비스화를 추구하는 요즘의 패러다임에 맞게 상업적 앱은 기업의 사업 모델이 실체화된 서비스 채널 역할을 한다. 서비스의 성공은 서비스 사용자에 해당하는 가입자의 규모와 지속적인 사용 여부에 달려 있다. 카카오톡이 국민 대표 메신저로 자리잡은 것은 스마트폰 이용자 대다수가 가입자라는 엄청난 규모의 경제력에 날마다 사용되는 지속성이 동반한 덕택이다.

 

가입자 규모는 앱의 사업 모델에 따라 생존에 영향력을 미칠 때도 아닐 때도 있다. 이를테면 메신저와 같이 네트워크 효과 (사용자 몰리는 상품일수록 사용자가 더 증대하는 현상)가 확연한 앱에서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한편으로 앱의 지속적인 사용은 사업 모델을 떠나 대부분의 앱의 생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이다. 앱이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선택되어 다운로드 되는 1차 관문을 통과하는 것 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 홈 스크린에 자리잡은 다음에는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앱을 사용해 주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앱의 지속적인 사용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아기가 태어나 100일이 지나면 백일 잔치라는 것을 한다. 백일 잔치는 아직 의술이 발전하지 못해 신생아의 사망률이 높던 옛날에 아기가 백일 간 무사히 생존한 걸 축복하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필자는 홈 스크린에 묻혀있는 앱들을 보면 이 유래가 생각나곤 한다. 앱도 100일간 잘 생존해 주면 잔치라도 해줘야 하는 걸까. 물론 의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의 백일 잔치에서 생존의 축하란 의미는 많이 퇴색했다.

 

그렇지만 이 100일이 생존만 뜻하는 건 아니다. 아기를 키워본 부모라면 잘 알겠지만 100일 동안 아기는 밤낮의 구분 없이 먹고 자고 싸고 울면서 부모를 정신없게 만든다. 부모는 하루하루 버티며 ‘백일의 기적’이 오기 만을 기다린다. 대개 아기들은 백일이 지나면 일반 성인의 생활 리듬에 맞춰 밤에 통잠을 자줄 뿐더러 부모와 눈을 맞추며 미소 짓는 사회적 웃음도 시작되고 살도 포동포동 찌면서 귀여운 꼬마의 모습을 갖춘다. 한마디로 아기는 100일간 끊임없이 진화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현대의 백일 잔치란 아기의 1차 진화의 결과를 축하하는 의례인 것이다.

 

앱은 어떠할까. 다운로드 된 후 사용자에게 쓰임을 받는 얼마의 기간 - 상징적으로 100일 이라 해보자 - 동안 앱은 진화하는가? 앱을 세상에 내놓는 출시자가 앱의 진화가 무엇이고 앱이 왜 진화해야 하는지를 이해 못한다면 그 앱은 100일을 못 채우고 홈 스크린의 공동 묘지에 안장될 가능성이 많다. 앱의 진화는 앱의 사용 경험의 진화를 의미한다. 그럼 앱의 사용 경험은 왜 진화해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용자가 진화하기 때문이다.

 

UX 분야의 몇몇 연구를 통해 사용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용자가 진화한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이를테면 카라파노스(Karapanos) 교수는 아이폰 구매자 6명을 대상으로 구매 전 일주일부터 구매 후 4주의 총 5주라는 기간 동안 실험관찰을 수행하여 아이폰 이용자가 ‘도입 - 적용 - 일체화’ 라는 3단계 경험 주기를 거치며 진화한다는 것을 규명한 바 있다.

 

첫 단계인 도입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이폰을 새로 배우고 익혀가는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인 적용은 일상 생활에서 아이폰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인 일체화에서는 이용자가 아이폰을 자기의 일부로 여기거나 동일시 하는 단계로 개인화 설정을 하는 등 아이폰 과의 밀착감과 유대감을 높여간다고 한다. 사용자는 이처럼 시간이 흘러가면서 상품에 대한 인식과 주된 사용 행태가 달라진다. 즉 사용 경험이 진화하는 것이다. 

수많은 카메라 앱을 다운 받아 보지만 결국 사용하는 것은 단 하나다.  - pixabay 제공
수많은 카메라 앱을 다운 받아 보지만 결국 사용하는 것은 단 하나다.  - pixabay 제공

 

필자 역시 연구원들과 함께 유사한 연구를 한 바 있다.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 뉴스 서비스, 온라인 뮤직 서비스, 지도 서비스 등 총 4개의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실험 참여자들에게 배정한 다음 8주 동안 이들의 사용 행태를 관찰하였다. 연구 결과 실험 참여자들은 앱을 설치한 이후에 일정 기간 동안 이런 저런 기능들을 써보는 소위 ‘탐색전'을 벌였다. 탐색전 기간이 지난 후에는 자신이 선호하는 몇 개의 기능들을 엄선한 다음 그것들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행태를 두드러지게 보였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탐색전이 벌어지는 기간 동안 사용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기능이 없다고 느끼면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고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기능이 없다고 느낀다' 라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기능의 부재일 수도 있다. 또한 기능은 존재하나 사용자가 그 기능을 발견하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사용자가 여러 기능을 탐색하는 과정 속에 기능 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내게 딱 필요한 바로 그 기능은 없네' 라고 간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분명 앱에서 그 기능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첫 번째가 기능의 부재(non-existence)라면 두 번째는 발견성(discoverability), 세 번째는 식별성(distinguishability)이란 경험 요소가 이슈가 된 것이다. 또한 이런 저런 기능을 알아보는 탐색전 기간 동안 사용자가 각종 기능의 사용법을 쉽게 배워 익히지 못하면 사용자는 탐색전을 벌이기에 너무 힘이 들고 머리가 아파 아예 서비스를 떠나버릴 수도 있다. 즉, 학습성(learnability)이란 경험 요소가 탐색전 기간 동안 앱의 생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경험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탐색전 기간이 지나고 나면 사용자는 몇 개의 엄선한 선호 기능만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 때는 발견성이니 식별성이니 학습성이니 하는 것들은 사용자에게 아무런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 요소로 전락(?)하여 무대에서 사라진다. 대신 접근성, 생산성, 효율성과 같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내가 원하는 기능을 구동 시키고 능률적으로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경험 요인 들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다.

 

앞서 소개한 두 연구는 사용자가 제품/서비스를 처음 접한 후 구매하고 점차 사용해 가면서 상품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화려한 모션을 선보이는 GUI (Graphic User Interface)가 처음에는 큰 매력을 선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식상해져서 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데이터 자동 백업 및 복원’ 같이 처음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기능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도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품에 대한 사용자의 경험이 진화하면서 그 진화 구간 마다 UX의 품질과 사용자의 만족도를 책임지는 지배적인 경험 요소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곤 하는 것이다. 

 

앱의 사용자는 앱을 사용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앱에 대한 인식과 사용 행태가 진화한다. 사용자가 앱을 대하는 경험이 진화하는 것에 반해 앱은 출시 시점의 UX를 계속 고수하며 사용자 경험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초기에는 매우 만족했던 앱의 사용 경험이 점차 떨어져 마침내 버림을 받는 지경까지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공들여 만든 앱이 홈 스크린의 앱 공동 묘지에 안장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되기를 바란다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내 앱의 고객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면밀하게 파악하여 고객의 진화 구간마다 UX의 품질을 책임질 지배적 경험 요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또한 진화 구간이 바뀌는 것에 맞춰 경험 요소들이 서로 주조연 역할을 바꿔가며 사용자를 끊임없이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고객이 앱을 사용하며 점차 바뀌는 인식, 사용 행태, 관점, 가치에 맞게 앱이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앱의 UX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출시 전의 UX만 잘 만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출시 후의 UX의 진화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진화한다. So as Experience (UX도 마찬가지이다.)

 

P.S: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달라지는 사용자에 맞춰 UX가 진화해야 한다’를 자칫 UI가 바뀌어야 하는 걸로 오해할 여지가 있어 덧붙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사용자가 많은 시간을 투자해 겨우 학습하여 익숙해진 UI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걸로 바뀌어 있다면 사용자는 더 불만스럽지 좋아할 리가 없다.

 

UI와 UX는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UI는 사용자 조작에 해당하는 입력과 이에 따른 기기의 반응에 해당하는 출력으로 국한된다. 즉 사용자 조작의 I/O (Input/Output)에 대한 것이다. UX는 UI를 포함하되 제품/서비스가 고객에게 선사하는 가치, 상품을 통해 사용자가 느끼는 자아 의식과 정체성, 사용 전중후 시점의 전체 수명주기(lifecycle)에 걸쳐진 사용성 등 보다 광의적 차원에서의 경험의 범주를 다룬다. 따라서 사용 시간이 흘러도 UI는 바뀌지 않지만 사용자가 상품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의 변화에 따라 UX는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소개

김성우.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대학원 인터랙션 디자인 교수. “기술 너머의 철학 (Philosophy beyond Technology)”을 추구하는 경험 디자인(Experience Design)의 구도자로 경험 생태계, 기업의 전략적 UX 경영, 공공 서비스 디자인, 차세대 콘텐츠 경험 등을 연구한다. 다학제적 융합과 통섭이 요구되는 경험 디자인을 업으로 삼다보니 자연스레 국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와 현업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왔다.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 U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KT에서 UX 연구와 개발을 하였고, 싱가포르에서 필립스 디자인(Philips Design)의 UX 디자인 컨설턴트로도 근무하였다. 학부 및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과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전공하였으며 현업 시절 UX 경영 공부를 목적으로 MBA 과정을 밟았다.

 

편집자주: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주변에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인체공학적, 사용자친화적…. 사람이 이용할 때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통틀어 UI 혹은 UX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UI(User Interface)는 사용자가 대상물을 통해 과업을 수행하고자 할 때 조작하게 되는 부위와 조작의 결과로 나오는 대상물의 반응을 설계하는 분야, UX(User Experience)는 UI를 포함해 사용자가 어떤 대상을 접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상과 느낌의 축적. UX 디자인은 그런 인상과 느낌을 설계하는 분야라는데, 대체 무엇이고 어디에 어떻게 적용되는 걸까요? 김성우 국민대 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으로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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