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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삶, 공동체에서 치유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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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삶, 공동체에서 치유 받아야"

2016.04.16 13:30


경기도 안산은 '세월호 참사'라는 상처를 공유한 도시다. 전체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 가운데 250명이 이곳 단원고 학생들이다. 내 아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손녀. 옆집의 인사성 밝은 아이. 우리 교회 인기 많은 오빠. 우리 가게 떡볶이를 좋아하던 여학생을 더는 볼 수 없다.

상실감과 상처는 길게는 수십년 동안 유지돼 온 지역 공동체를 뿌리째 흔들어 대립과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민과 관은 공동체 회복에서 치유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들이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울 채비를 하고 있다.

 

15일오전 4·16 가족협의회가 내건 펼침막이 단원고 정문 앞 전신주에 걸려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15일오전 4·16 가족협의회가 내건 펼침막이 단원고 정문 앞 전신주에 걸려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아물지 않은 상처

 

지난 15일 1년만에 다시 찾은 안산 고잔1동은 비교적 활기를 보였다.

 

고잔초등학교 옆에서 대단지 아파트 신축공사가 진행되는 탓도 있겠지만, 전과 달리 거리를 지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길을 걷는 노인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고 점심시간 단원고 후문 근처의 식당은 사람들로 붐볐다. 하교길에 오른 단원고 새내기들도 여느 청소년과 다를 바 없이 해맑았다.

 

상처가 아문 듯 보였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에게 지금 자신들이 어떤지는 들을 수 없었다. 기자가 세월호라는 말을 꺼내자 대부분 손사래를 쳤고 일부는 "왜 자꾸 찾아와 들쑤시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웃고 수다 떨던 학생들도 웃음을 그쳤다.

 

어렵게 말을 받아준 노년의 남성은 "원래 조용한 동네였지만 (세월호 참사) 더 조용해졌다"며 "올해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조금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걸(세월호 참사) 어떻게 잊겠나. 너무 아파 떠올리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라며 "주민들도 많이 힘들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단원고 인근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A씨도 "내가 사는 와동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세월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너무 힘들다 보니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문 듯 보인 상처는 살 속 깊이 파고들어 곪고 있었다. 너무 아픈 상처라 치유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눈에 보이지 않게 덮어둔 그대로였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 포커스뉴스 제공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 포커스뉴스 제공

◆치유의 씨앗, 공동체 회복

 

세월호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된 안산 단원구 고잔1동, 와동, 선부3동에는 10개 단체가 공동체 회복에 애를 쓰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 2년 동안 유가족은 유가족들끼리, 주민들은 주민들끼리의 공동체 활동을 만들어 왔다면 올해는 양쪽이 함께 하는 활동을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세월호와 관련 없는 사업을 진행해온 안산희망마을사업추진단도 올해 유가족들도 마을만들기 사업 공모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김도훈 단장은 "지난해에는 유가족들이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나눔행사를, 주민들이 동아리를 조직해 공연을 각각 했다"며 "올해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공모사업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참여에 적극적이다"며 "본인들도 주민들과 만나 함께 활동하고 이야기하는 게 갈등과 오해를 푸는 데 도움될 것 같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유가족과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치유를 돕는 온마음센터도 지난해 반응이 좋았던 '엄마와 함께하장'을 두 차례 계획하고 있다.

 

'엄마와 함께하장'은 유가족들이 목공품과 수공예품을 전시·판매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자는 취지의 장터다. 지난해 11월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에서 한 차례 열렸다. 유가족들은 장터에서 거둔 수익금으로 지역아동센터 난방비를 지원했다. 안소라 부센터장은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올해는 장터를 두 차례 열기로 했다"며 "유가족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자리라는 것과 유가족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게 주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에서 공동체 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힐링센터 0416 쉼과힘'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합창단 교육을 하고 세월호 행사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와동의 희망교회는 지역마다 이웃 간의 대화모임을 만들었다.

 

쉼과힘 임남희 사무국장은 "공동체 회복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안전한 상태로 가는 것"이라며 "삶 속에 스며들 수 있게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동체를 회복해 유가족과 지역 주민들이 삶 속에서 치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소라 부센터장은 "세월호에 대해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 사람이나 '계속 해야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결국 '지금 내가 힘들다'는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힘든 일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 차이는 서로 대화하고 겪으면서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과 주민들이 자신들의 공동체와 삶 속에서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며 "센터를 찾는 횟수가 점점 줄고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이상적이다"고 강조했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시민들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시민들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오해와 갈등, 그리고 상처…"공동체 회복으로 치유"

 

지역 주민들은 "잊자"고 이야기하지만, 유가족들은 "잊지 말자"고 말한다. 이들의 정신적 치유를 돕고 있는 안산온마음센터 안소라 부센터장은 "사고 이후 유가족들의 삶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을 보내기 위한 온전한 애도과정을 겪지 못했다"며 "지금은 아이들의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민들은 자신도 힘들지만 혜택이 없고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며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면하고 싫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쟁점화 되면서 희생자 배·보상 문제 등 왜곡된 소문이 낳기 시작한 유가족과 지역 주민의 불신·갈등은 최근 '기억교실' 존치 문제를 놓고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결국 종교계까지 나섰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재학생 학부모와 희생자 학부모 사이에 격한 언쟁도 오갔다. '쉼과힘' 임남희 사무국장은 "말을 바꾸고 미리 대응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었다면 이처럼 서로 상처 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임 사무국장은 "유가족과 생존학생 대부분이 2년 전과 같은 곳에 살고 있다. 이들은 삶의 공간에서 치유 받아야 한다"며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따뜻한 방이 기다리듯 지역 공동체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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