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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정부를 제소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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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8일 22:00 프린트하기

얼마전 테크 업계를 뒤흔들었던 애플과 FBI의 다툼은  FBI가 “애플 도움 없이 테러범의 아이폰 암호를 푸는 방법을 찾았다”며 소송을 철회하면서 허탈하게 끝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테크 기업과 정부의 충돌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4월 15일(현지 시각)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법무부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수사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버를 수색했다는 사실을 고객에 알리지 못 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정부를 고소했나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용의자의 이메일이나 메시징 내역, 인터넷 사용 내역 등을 조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수사 기관은 인터넷 기업이 고객에게 자신의 계정이 압수수색 당했음을 알리지 못 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전자커뮤니케이션프라이버시법(ECPA)에 따른 것입니다. 용의자가 자신이 조사받고 있음을 알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기한 주장은 이렇게 고객에게 알리지 말아야 할 경우에 대한 규정이 너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수사 기관 자의적으로 모든 서버 압수수색에 대해 영장 집행 사실을 영원히 알리지 못 하도록 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18개월 동안 당사자 통보 금지 조치와 함께 집행된 영장이 2600건이었고, 이중 3분의 2는 통보 금지 기간이 무기한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려는 자사의 의지를 방해하기 때문에 헌법 1조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며, 부당한 압수와 수색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4조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입니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널리 퍼지면서 새롭게 불거진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기업이 주로 자신의 서버와 시스템에 정보를 보관했습니다. 수사할 일이 있으면 경찰이 영장을 받아 문제가 되는 곳의 시스템을 바로 덮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자사 시스템과 서비스 운영 자체를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구글 같은 큰 회사의 클라우드 상품에 맡겨 버리는 것이죠. 여기서 빈틈이 생깁니다. 수사 당국이 어떤 기업이나 조직의 이메일이나 통신 내역을 수사할 때, 그 기업의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같은 회사의 클라우드 시스템만 조사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객에게는 영장 집행 사실을 알리지 못 하게 하면, 당사자는 자신이 수색 당했다는 것을 영원히 모르는 것이지요.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프라이버시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진 30년 전에는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것도 없었고, 대부분 조직은 자사 전산망에 자기 정보를 보관했으니 경찰의 압수 수색도 회사 안에서 이뤄졌습니다. 당사자가 모를 수가 없죠. 경찰이 외부 전산 시스템에 저장된 용의자 정보를 비밀리에 조사하는 일은 드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반화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자칫하면 수사 당국이 당사자에 통보 없이 마음대로 클라우드 시스템에 보관된 정보에 대한 조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가 정보를 자기 시설에서 클라우드로 옮긴다 해서 프라이버시 등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라며 “정부가 클라우드 확산을 기화로 비밀 수사 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넒히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져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의 비즈니스는 타격을 입습니다. 클라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는 분야입니다. 고객이 사생활과 정보 보호 이슈에 대한 불안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외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차단하는 일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총대를 맨 셈입니다. 그리고 애플에 이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멋진 기업으로 포장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제공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2014년 카카오톡 감청 이슈가 불거졌을 때, 경찰이나 검찰이 인터넷이나 통신 내역을 압수수색한 후 당사자에게 제대로 통보하는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에는 감청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후, 공소를 제기하거나 하지 않기로 결정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영장 집행 사실과 집행기관, 기간 등을 대상자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알릴 경우 국가와 공공 질서를 위태롭게 하거나 사람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통지를 유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리지 않을 경우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본인에게 통지되는 일은 거의 없는 듯 합니다.


최근 테러방지법이 통과되고,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 사건 때 포털이 동영상 게시자 정보를 수사 당국에 넘긴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도 나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에서의 개인정보 감시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통신사가 내 인적 사항을 정부에 넘겼는지 통신 자료 제공 사실 확인을 요청한 사람이 크게 늘기도 했습니다. 다만 ‘통신자료’는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인적정보를 말하며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전화했는지를 말하는 통신사실 자료와는 다릅니다.

 


기업, 시민, 정부의 더 격렬한 논란이 필요한 때


기술과 환경의 변화로 범죄의 양상도, 수사의 방법도 바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수사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막고 동시에 범죄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와 방법론을, 길게 보면, 수백년에 걸쳐 만들어 왔습니다. 이런 제도들이 최근 급격하게 발달한 디지털 기술로 인한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 하는 형국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논쟁과 갈등을 겪어가며 이 문제를 조정해 왔듯이, 앞으로도 논쟁과 갈등을 통해 균형점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 논쟁을 제대로 하는 것이 숙제일 것입니다. 현재는 미국의 대형 테크 기업들이 이런 논란에 앞장을 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원동력은 시장입니다. 시장에서 불신 받고 퇴출되는 일이 없도록 프라이버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검찰 영장에 불응하겠다는 극단적 대응까지 하게 된 것도 사용자가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블랙베리는 최근 캐나다 연방경찰이 블랙베리의 자랑인 메신저 보안을 해제할 수 있는 마스터 키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돼 곤욕을 치루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언제든 경쟁사로 이동할 수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톡 같은 인터넷 서비스는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에 적극적인 반면, 정부가 정한 제한적 경쟁 틀 안에서 사업하는 이동통신사는 정부에 보다 협조적이라는 사실도 시장 경쟁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시장과 기업, 시민의 이해관계와 정부의 입장 등이 서로 경쟁하며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 필자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한세희 디지털칼럼니스트

sehee.h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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