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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속 악당이자 갑부인 렉스 루터가 OS 시장을 장악하고자 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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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속 악당이자 갑부인 렉스 루터가 OS 시장을 장악하고자 한 이유는?

2016.04.21 10:00

미국 현지에선 대선을 앞둔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 지명을 위한 경선 과정만큼이나 지속적인 관심을 끄는 정치적 이슈 하나가 있으니, 바로 애플과 FBI간의 아이폰 비밀번호 해제에 관한 대립이다. 특히 FBI를 도와 아이폰 5C의 비밀번호 해제 기술을 제공했던 이스라엘 보안 기업 셀레브라이트(Cellebrite)가 아이폰6의 비밀번호도 해제한 것으로 보인다는 뉴스가 며칠 전에 나오면서 상황은 더더욱 많은 이들의 주의를 끌고 있는 중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공의 안전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시작하여 죽은 아들의 추억에 대한 접근 권리와 해킹 방식의 공개 필요성까지, 이렇게 전선이 넓게 형성되어 있는 이유는 바로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극도의 개인성 그리고 그와 양립하는 극도의 대중성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애플의 입장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입장을 포기하는 순간, 시장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그런데 아예 강력한 OS를 새롭게 선보여 이를 시장의 표준으로 만든 후, 그를 이용하여 세상을 파괴하려는 원대하고도 극악무도한 의도를 가진 회사가 있다. 그 회사의 이름은 LexCorp, 슈퍼맨의 숙적이자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재벌 렉스 루터가 소유하고 있는 가상의 회사다.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LexCorp은 항공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거의 모든 산업 분야로 진출한 전세계에서 가장 큰 재벌 기업으로 묘사되고 있다. 메트로폴리스 인구 1100만 명 중 ⅔가 직간접적으로 LexCorp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을 정도. 예를 들어 슈퍼맨이 일하는 신문사 데일리 플래닛 역시 한때 LexCorp에 자회사였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그런 LexCorp에게 소프트웨어 분야에 계열사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개봉보다 훨씬 이전인 지난 해 말에 공개된 LexCorp의 홈페이지(https://www.lexcorp.io/kr/)는 문제의 Lex/OS를 선보이는 동영상과 함께 시작된다.

 

그 핵심 메시지는 “세상에서 가장 사적이고 안전한 운영체제이며, 여러분들에게 꼭 필요한 보안과 자유를 주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것. 작금의 아이폰 비밀번호 해제 관련 이슈를 미리 예견한 것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별도로 만들어진 Lex/OS 홈페이지(https://www.lex-os.io/)에서 Lex/OS를 세계 최초의 신경망 기반의 OS로 소개하고 사용자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간략한 퍼즐을 풀면서 가르쳐 주면 OS가 이를 배워서 인간을 위해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미 영화의 팬들 사이에는 향후 <저스티스 리그> 영화 시리즈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능을 갖춘 Lex/OS가 렉스 루터에 의해 매우 중요한 범죄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암시한다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벌인 악당이 새로운 시장의 기술 표준으로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만들어졌던 영화가 한 편 더 있었다. 바로 지난해 개봉해 큰 인기를 끈 <킹스맨>이다. 이 영화에서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의 창업자이자 CEO인 발렌타인(사무엘 L. 젝슨)이 특수 제작된 휴대전화 심카드를 무료로 공급하여 이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을 극도로 증대시켜 개인간의 살육이 벌어지도록 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이렇게 재벌이 IT기술을 악용하여 세상의 종말을 이끌어내려는 악당으로 그려지는 것은, 소련은 한참 전에 없어졌고 중동은 이제 식상하게 된 상황에서 새로운 악당 캐릭터를 원하는 할리우드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오랜 동안 검증된 ‘미친 과학자’(Mad Scientist)를 엄청 똑똑하지만 삐뚤어진 세계관을 가진 재벌기업 창업자로 바꾸어 탈현대식으로 재조명한 것.


그렇다면 렉스 루터는 얼마나 부자이기에 메트로폴리스를 쥐락펴락하면서 이런 계획을 실행해나갈 수 있는 것일까? <타임>이 나름 정리해서 쓴 슈퍼 영웅들과 슈퍼 악당들의 자산 순위 기사에 따르면, 렉스 루터의 자산가치는 무려 85조 원(750억 달러)으로, 1위인 블랙 팬서(575조 원), 2위인 토니 스타크/아이언맨(115조 원), 3위인 브루스 웨인/배트맨(92조 원)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재미있게도 그 85조 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현 자산규모 93조 원과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비슷하다.

 

※ 참고

☞ <와이어드>에 실린 렉스 루터의 가상 인터뷰

☞ <타임>에 실린 부자 슈퍼히어로들의 순위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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