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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이제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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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이제는 옛말?

2016.04.23 08:00

“불꽃에 달려드는 나방처럼”이라는 말이 곧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로등 같은 불빛이 넘쳐나는 도시에 서식하는 나방들이 불빛의 치명적인(?)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불빛을 피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스위스 바젤 및 취리히 대학교의 동물학자들이 밝혔습니다.


나방과 같은 야행성 곤충들은 불빛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현대 사회의 ‘빛 공해(light pollution)’는 야행성 곤충의 자연적인 낮밤주기를 깨뜨릴 뿐만 아니라 포식자에게 정체를 노출시키기도 하고 그 열로 그들을 태워 죽이기도 합니다. 야행성 곤충이 인공 불빛에 죽을 확률은 깜깜한 환경에 있을 때보다 40배에서 100배가 더 높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빛을 피하는 진화가 이루어진 도시 나방의 변화를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전했습니다.

 

실험에 사용된 작은 집나방 - F. Altermatt 제공
실험에 사용된 작은 집나방 - F. Altermatt 제공

바젤 및 취리히 대학교의 연구진은 나방이 불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10종의 집나방1 애벌레를 수집했는데요. 애벌레는 빛 공해가 거의 없는 지역과 장기간 심각한 빛 공해에 노출된 프랑스 동부 및 스위스 북서부 지역의 도시에서 수집했습니다. 연구진은 애벌레들을 자연과 유사한 환경의 플라스틱 상자에서 유럽산 참빗살나무를 먹여 키웠습니다. 그 후 고치에서 변태한 약 1,050마리의 나방을 끝에 형광관(螢光管)이 있는 실내 날림장(flight cage)에 풀어주었습니다.


그 결과, 도시의 공원이나 거리에서 수집한 애벌레에서 변태한 나방들이 작은 시골마을의 그것들보다 불빛으로 날아드는 습성이 크게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도시 나방의 암컷들은 수컷에 비해 빛으로 날아드는 확률이 현저히 적었는데요. 많은 종(種)에서 수컷들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이런 경우, 빛을 향해서도 더 많이 날아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빛으로 날아드는 습성은 평균 30%정도 감소했다고 하네요. 

 

이번 연구에 참여한 동물학자가 실험중인 모습 - A. Bieger 제공
이번 연구에 참여한 동물학자가 실험중인 모습 - A. Bieger 제공

빛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더 이상 날아들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나방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가 생태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습니다. 나방이 움직임을 최소화함으로써 꽃나무의 꽃가루받이2가 줄어들게 되는 것은 물론 박쥐나 거미 같은 식충동물의 먹잇감도 줄어든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최근 영국과학원의 생물학회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발표되었습니다.

 

 

1 집나방(ermine moth): 흰 바탕에 작은 흑반(黑斑)이 있는 나방, 학명 Yponomeuta cagnagella

2 꽃가루받이(pollination, 혹은 수분(受粉)): 종자식물의 수술에서 만들어지는 꽃가루 알갱이를 밑씨나 밑씨가 들어 있는 기관으로 운반하는 과정으로 꽃가루를 지니고 있는 수술의 꽃밥과 암술머리는 스스로 붙을 수 없으므로 식물들의 꽃가루는 보통 외부의 매개자인 곤충과 바람 등이 그 역할을 한다.

 

 

※필자소개

민혜영. YBM시사에서 각종 영어 학습 월간지 및 내셔널 지오그래픽 단행본의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외신 번역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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