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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여행] 의암호에서 양보의 의미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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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여행] 의암호에서 양보의 의미를 생각하다

2016.04.28 16:00

※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 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 안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양보하며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양보하는 사람만 늘 양보하는 것 같다. 양보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 자신보다 누군가를 챙기는 사람들이 그렇다. 뷰레이크 타임의 아홉 번째 질문 ‘양보하며 사는데 왜 손해 보는 느낌일까?’를 가지고 춘천 의암호로 향했다.

 

1967년 의암댐이 건설되면서 형성된 의암호. 인공호수지만 자연호수의 운치를 자아낸다. - 고기은 제공
1967년 의암댐이 건설되면서 형성된 의암호. 인공호수지만 자연호수의 운치를 자아낸다. - 고기은 제공

☜고!☞ 의암호 스카이워크, 공존의 길을 걷는 시간  


의암호를 처음 찾았을 때가 겨울이었다. 그땐 호수가 꽁꽁 얼어 있었다. 낚시터도 자전거길도 바람만 머물다 갈 뿐이었다. 스카이워크도 개방되지 않았다. 아쉬워야 또 찾아온다는 말이 맞다. 봄이 되어 의암호를 다시 찾았다.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스카이워크로 향하는 초입 데크길 - 고기은 제공
스카이워크로 향하는 초입 데크길 - 고기은 제공

풍경에 매료될 때마다 발걸음은 자동 멈춤이 되었다. 자전거 라이더들이 지나갈 때마다도 발걸음은 자동 멈춤이 되었다. 이 길은 자전거길이기도 하지만 산책로이기도 하다. 그런데 걷는 사람이 드물어서인지 서행하는 자전거 라이더가 드물었다.‘천천히’라 쓰인 표지판이 무색하다. 서로서로 양보하면 좋을 텐데. 길을 양보하는 건 걷는 사람의 몫이었다. 필자 역시 습관적으로 양보하고 있었다. 속도를 줄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 화를 내야 할 판인데. 아무 말도 못하고 양보하고 있는 내가 바보 같았다.

 

지난 겨울 꽁꽁 얼어 있던 의암호(왼쪽), 봄으로 물든 삼악산과 어우러진 호수 풍경(오른쪽). - 고기은 제공
지난 겨울 꽁꽁 얼어 있던 의암호(왼쪽), 봄으로 물든 삼악산과 어우러진 호수 풍경(오른쪽). - 고기은 제공

양보가 미덕이라는 말이 옛말이 돼 버린 듯하다. 요즘 들어 양보운전을 하지 않자 화가 나 보복운전을 하는 사건이 부쩍 빈번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난폭, 보복운전은 매일 17명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다.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도 전쟁이었다. 서로 타기 바쁘고, 내리기 바쁘다. 지옥철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양보는 실종된 지 오래다. 밀치고서도 미안한 기색조차 없다. 아침부터 얼굴 붉히는 일이 빈번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양보하는 운전자는 드물었다. 간혹 먼저 가라고 차를 세우는 운전자를 볼 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도 드물다. 필자의 기억에도 없었다. 씁쓸하다.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만들어 준 의암호. 춘천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 고기은 제공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만들어 준 의암호. 춘천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 고기은 제공

스카이워크에 도착해서야 찌푸린 얼굴을 펼 수 있었다. 입장한 사람은 필자뿐이었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보이지만 몇 분 동안은 스카이워크가 내 것이 되었다. 풍경이 주는 위로였다. 이 시간만큼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자신만을 생각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어느 위치에서든 자유롭게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잠시였지만 아무런 방해 없이 온전히 풍경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금 전 올라왔던 화가 누그러진다. 답답했던 마음도 누그러진다. 감사했다.

 

수면에서 12m 상공에 만들어진 스카이워크 - 고기은 제공
수면에서 12m 상공에 만들어진 스카이워크 - 고기은 제공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돼 아찔함마저 잊는다. - 고기은 제공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돼 아찔함마저 잊는다. - 고기은 제공

다시 길을 나섰다. 걷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다. 자전거 속도를 줄이는 라이더도 많아졌다.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걷는 라이더도 있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편하다면 누군가의 양보 덕분이다. 누군가가 불편해 보이지는 않은지 돌아보면 좋겠다. 공존의 길에서만큼은 말이다.

 

함께 가는 길은 혼자 앞서가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고기은 제공
함께 가는 길은 혼자 앞서가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고기은 제공

☞스톱!☜ 꿀팁 2큰술 


<①큰술> 의암호 스카이워크 가는 법 : 송암 레포츠타운(강원도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124-2)에 도착해 호반 낚시터를 지나면 데크길 초입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스카이워크가 나온다.
<②큰술> 스카이워크 이용시간 : 3~11월 오전 9시 ~ 오후 6시 
*단, 기상 상황에 따라 개방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의암호 뷰레이크 타임, 못다 한 이야기


양보하며 살면서도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던 건 상호적이지 않아서였다. 양보가 사라진 것도 안타깝지만 양보하는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이 더욱 안타깝다. 어릴 때 우리는 양보하라고만 배우지 않았다. 양보하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도 함께 배웠다. 누군가 양보를 하면 당연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고마워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갔었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몇 정거장 뒤 대여섯 살쯤 된 남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탔다. 임산부석이 비어 있었다. 엄마가 아이에게 그곳에 앉으라고 하자 아이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여긴 아기를 가진 사람이 앉는 거야.”


아이의 말에 필자는 물론 주위에 있는 어른 모두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반성하기도 했다. 아이는 내릴 때까지 임산부석 앞을 지켰다. 그 마음이 오래오래 지켜지면 좋겠다. 그 아이의 마음을 닮은 어른도 많아지면 좋겠다.    
 


▶ 보너스! 춘천 봄내길장터 축제 뒷이야기   


지난 4월 16,17일에 춘천 봄내길장터가 열렸다. 공지한 바와 같이 필자도 축제에 참여했다.
직접 만든 캘리향초와 여행사진엽서를 판매했다. 따뜻한 취지인 만큼 판매수익금은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캘리향초세트는 10세트 한정 판매했는데 3시간 만에 모두 소진되었다. 여행사진엽서도 호응이 좋았다. 즉석에서 캘리책갈피를 만들어드리기도 했다.

 

봄내길장터 풍경 스케치 - 고기은 제공
봄내길장터 풍경 스케치 - 고기은 제공

좋은 뜻에 동참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축제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와 준 지인들에게도 크게 감동했다. 따뜻한 마음이 모인 덕분에 총 9만 4000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뷰레이크 타임을 보고 찾아와준 독자는 없어서 준비한 깜짝 선물을 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새로운 인연을 알게 되는 귀한 시간이기도 했다. 마음이 배부른 하루였다.

 

필자가 직접 만든 캘리향초(왼쪽), 그동안 찍은 여행사진 중 몇 점을 골라 만든 엽서(오른쪽). - 고기은 제공
필자가 직접 만든 캘리향초(왼쪽), 그동안 찍은 여행사진 중 몇 점을 골라 만든 엽서(오른쪽). - 고기은 제공

기부금은 춘천 서면 복지민원담당인 김동한 계장을 통해 서면이장단협의회에 전달하였다. 기부에 동참해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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