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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차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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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차 한잔 하실래요~

2016.05.15 18:00
MID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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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차(茶)에 대한 과학책인 줄로 알고 집어 들었다. 제목이 ‘티타임 사이언스’였으니 말이다. 표지에도 오미자 차와 꼭 닮은 빛깔의 차가 형형색색의 꽃잎들 위에서 찰랑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 필자인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가 쓴 지난 책들의 제목은 그저 독자가 과학을 보다 쉽게 느낄 수 있도록 거드는 ‘왼손’일 뿐이다. 그의 이전 저서 제목이 ‘사이언스 소믈리에’라 해서 와인에 대한 책이 아니듯, ‘티타임 사이언스’라는 제목 역시 차 한 잔과 함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이란 뜻이다.

 

● 뜨거운 차를 마시듯 음미하며 읽어야


하지만 정말 ‘편하게’만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다소 당황할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에서 저자가 오랫동안 써온 에세이 ‘강석기의 과학카페’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소재가 친근하다고 해서 내용까지 만만하다고 생각해면 오산이다. 동아사이언스의 전문기자였던 이력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에세이 하나하나가 깊이가 있다.


차례를 훑다 ‘5월의 여왕’ 장미에 대한 에세이가 있어 서둘러 펴보았다. 241페이지다. 단편의 제목은 ‘장미는 어떻게 향기를 만들까’. 장미를 예찬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구로 시작한 글은 ‘조향은 장미향으로 시작해 장미향으로 끝난다’는 조향사들의 격언을 소개하며 과연 장미향의 정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합성되는 지를 찬찬히 짚어 나간다.


화학을 전공한 필자답게 어려운 화학분자의 이름과 대학 전공서에서 볼 수 있는 구조식을 예고 없이 던지면서도 ‘장미꽃잎을 증류해 얻는 정유가 금값보다 비싸다’는 토막 상식도 함께 들려준다. 에세이 한 편을 읽었을 뿐인데 아내가 식탁에 꽂아둔 장미의 향이 어딘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음~’ 로즈케톤(rose ketone)의 향이 느껴진 달까.

  

● 최근 이슈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책


책은 과학계 소식을 두루 담고 있다. 요 근래에 일어난 과학계 핫이슈까지 담고 있어 필자의 욕심이 느껴진다. 2월 라이고(LIGO)의 중력파 검출실험은 물론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여기에 현재진행형인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아쉽게도 출판일이 5월 2일인 만큼 이번 주 ‘네이처’에 실린 브라질과 미국 연구팀의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최신 실험 결과는 포함시킬 수 없었다. 브라질과 미국 공동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지카바이러스가 대뇌피질 형성을 방해해 소두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다루지 못한 내용과 앞으로도 발표될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실험결과는 아마 필자의 다음 책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과학의 최전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논란거리를 함께 담아 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유화제에 관한 갑론을박이나 육류가 과연 발암물질인지에 대한 진위 여부가 그렇다.

 

유화제에 대한 단편에서는 ‘가슴이야기’ 번역자로서 모유를 언급하며 독자들을 끌어들이더니, 지난해 출판된 ‘네이처’의 결과를 인용하면서도 실험의 한계를 함께 언급해 손쉬운 결론을 던져주지 않는다. 명쾌한 답을 원했던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과학이 원래 이런 걸 정해주는 데는 재주가 없다.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티타임 사이언스’는 ‘A는 B다’ 식의 교과서가 아닌 필자가 제공하는 과학적 근거와 함께 이에 얽힌 이야기를 음미하는 에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와 첨부물의 빈틈을 꼬집으며 육류를 발암물질로 규정한 건 무리수였다고 밝히면서도, 지구를 위해 육류 소비를 줄이자는 주장이 덧붙는 글에선 필자의 생각이 가득 묻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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