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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여행下] 영암 호, 가학산 자연휴양림에서 지금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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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월 19일 15:00 프린트하기

※ 뷰레이크 타임 (View Lake Time) :  누군가를 챙기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당신에게 걸고자 하는 시간이다. 호수여행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 안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고! 하기 전> 영암호 뷰레이크 타임 코스  
코스 ☞ 가학산 자연휴양림 → 점심 (추천 : 독천 낙지마당) → 영암호 


지난주 해남 고천암호에서 일몰을 바라보고,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돌아보며 지금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뷰레이크 타임의 열 번째 질문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에 대한 물음을 안고 전라남도 여행은 계속되었다. 이번 주는 가학산 자연휴양림과 영암호에서 지금을 찾는 시간을 가져본다. 

 

영암호를 바라보며 바쁘게 사는 일상을 되돌아본다. - 고종환 제공
영암호를 바라보며 바쁘게 사는 일상을 되돌아본다. - 고종환 제공

☜고!☞ 가학산 자연휴양림 함께 지금을 걷다


초등학교 때 아빠가 일하는 하루를 체험하는 방학숙제를 한 적이 있었다. TV로만 아빠의 촬영 영상을 보다가 직접 촬영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아빠를 따라간 곳은 어느 시골 마을이었다. 아빠는 뙤약볕 아래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을 새 없이 촬영하셨다. 커다란 카메라를 짊어진 아빠의 뒷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왜 그렇게 피곤해하셨는지를 알게 된 하루였다. 그날 이후로 좀처럼 아빠의 하루를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타지로 간 후론 더더욱 그랬다. 전화통화도 자주 못 하고 살았다.

 

해발 650m 흑석산 능선에 있는 휴양림이다. 산세가 나르는 학처럼 생겼다 하여 원래 가학산이라 불리었다. - 고기은 제공
해발 650m 흑석산 능선에 있는 휴양림이다. 산세가 나르는 학처럼 생겼다 하여 원래 가학산이라 불리었다. - 고기은 제공

아빠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빠의 하루를 다시 본다. 아빠는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지만 여행가는 날은 더욱 부지런하다. 가학산 자연휴양림에서도 그랬다. 해남까지 5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하느라 피곤하셨을 법도 한데 새벽부터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카메라를 챙겨 함께 밖을 나선다.

 

조용한 쉼의 공간.황토와 통나무로 지은 숲속의 집 B동. - 고종환 제공
조용한 쉼의 공간.황토와 통나무로 지은 숲속의 집 B동. - 고종환 제공

지난밤 어둑어둑해서 보이지 않던 풍경이 아침이 되니 싱그럽게 펼쳐진다. 상쾌한 공기가 식전 애피타이저다. 입구에서 받은 휴양림 팸플릿 속 지도가 길을 헤맬 걱정을 덜어준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이른 시간이라 고요하다. 산림욕 베드에 누웠을 땐 자연휴양림을 통째로 전세 낸 기분이다. 공기 비타민인 음이온도 한껏 들이마신다. 계곡 물소리가 배경음이고 바람에 살랑이는 잎이 간간이 효과음을 낸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저 멀리서 무언가를 찍고 있는 아빠를 발견한다. 

 

산림욕 베드에 누워 자연을 그대로 느껴본다. - 고종환 제공
산림욕 베드에 누워 자연을 그대로 느껴본다. - 고종환 제공

아빠는 감흥을 주는 풍경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길, 만개한 철쭉, 풀숲에 피어난 은방울꽃.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행복이 돌아옴’이라는 은방울꽃의 꽃말처럼 아빠가 다시 행복을 찾은 것 같아서다.  


한때 ENG 카메라를 짊어지고 동분서주했던 아빠. 열정을 다해 일하던 아빠의 모습은 여전히 또렷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20kg에 달하는 카메라였으니 쌀 한 포대를 늘 어깨에 메고 일하셨던 셈이다. 그 무게보다도 아빠를 더 무겁게 한 건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게가 아니었을까 싶다.

 

매년 봄에 철쭉 축제를 한다. 올해엔 4월 29~30일 열렸다.(왼쪽) 곤충 조형물, 그네 벤치 등이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진 유럽정원.(오른쪽) - 고종환 제공
매년 봄에 철쭉 축제를 한다. 올해엔 4월 29~30일 열렸다(왼쪽). 곤충 조형물, 그네 벤치 등이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진 유럽정원(오른쪽). - 고종환 제공

자신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 지금을 느낄 겨를도 없다. 일이 힘들어도, 몸이 아파도 아버지라는 무게 때문에 쉬이 놓을 수 없었다. 몇십 년을 해온 일을 내려놓아야만 했을 때 그 마음의 무게는 또 얼마나 무거웠을까.

 

상쾌함을 전하는 계곡 폭포.(왼쪽)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함께 숲길을 걷는 시간.(오른쪽) - 고종환 제공
상쾌함을 전하는 계곡 폭포(왼쪽).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함께 숲길을 걷는 시간(오른쪽). - 고종환 제공

아버지의 사랑은 표가 나지 않아서 모른다. 혹여 위험하진 않은지 먼저 걸어가 보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알았다. 아버지의 사랑은 뒤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의 사랑은 뒤늦게 깨닫게 되나 보다. 더 늦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아버지의 지금을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함께 숲길을 걷는다. 지금을 걷는다.

 


☞스톱!☜ 꿀팁 6큰술 


<①큰술> 주소 : 전라남도 해남군 계곡면 산골길 306
<②큰술> 요금 : 입장료 무료. 주차료 4000원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 주차료 무료.
<③큰술> 이용시간 : 09:00 ~ 18:00 (7, 8월 08:00 ~ 19:00)
<④큰술> 매점이 없으니 필요한 물품 또는 먹거리는 준비해와야 한다.
<⑤큰술> 숙박시설 구비품목 : TV, 냉장고, 정수기, 취사도구, 에어컨, 침구류 등   
*매점이 없으므로 필요한 물품, 먹거리는 준비해와야 한다. 수건도 개별적으로 가져와야 한다.
<⑥큰술> 가학산 자연휴양림 안내 및 숙박시설 예약 홈페이지

 http://gahak.haenam.go.kr

 


☜고!☞ 영암호에서 지금을 다시 찾다 


산이배수갑문 전망데크에 올랐다. 호수와 바다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전망데크에 서면 왼쪽으론 영암호를, 오른쪽으론 서해를 바라볼 수 있었다. 전망데크 아래로는 차들이 달리고 있다. 분주하다. 목적지를 향해서만 달려간다. 풍경을 볼 여유는 없다. 빠른 속도에 맞춰 살아가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영암호는 영암 금호 방조제가 1996년 11월 준공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 고종환 제공
영암호는 영암 금호 방조제가 1996년 11월 준공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 고종환 제공

여행은 잠시 조수석에 앉는 시간이다. 손과 발이 자유로워진다. 눈도 자유로워지니 창밖 풍경을 볼 여유가 생긴다. 늘 운전석에 앉는 일상을 살다 보니 조수석에 앉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조수석에 앉은 엄마가 그랬다. 낯설었다. 엄마 역시 낯설어했다. 엄마는 늘 운전석에 앉는 사람이었다. 조수석엔 늘 챙겨야 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조수석에 앉아도 운전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영암호와 서해를 감상하고, 산책할 수 있는 전망데크 - 고종환 제공
영암호와 서해를 감상하고, 산책할 수 있는 전망데크 - 고종환 제공

차분하게 지금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 고종환 제공
차분하게 지금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 고종환 제공

느리게 가는 여행 시간에 익숙해지자 창밖을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학산’이라는 지명을 보고 웃는다. 강릉에도 같은 지명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지명이 있는 건 아닐까.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유심히 창밖을 본다. 그러다 교동과 옥천도 발견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다.

 

잠시라도 좋다. 창밖을 보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 고기은 제공
잠시라도 좋다. 창밖을 보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 고기은 제공

엄마가 창밖을 보는 시간은 곧 지금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엄마는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갈 것이다. 신호에 잠시 차가 멈추었을 때만이라도 좋다. 창밖 풍경을 보며 지금을 느끼면 좋겠다.

 


☞스톱!☜ 꿀팁 2큰술 


<①큰술> 주소 : 전라남도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영암금호방조제준공탑’검색)
<②큰술> 주차장 이용시간 : 평일 08:00~18:00
*휴일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개방시간 외에는 출입문이 잠겨 있다.


추천 맛집
▷ 독천 낙지마당
주소 :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영산로 15 / 전화번호 : 061-472-4057


영암에 왔다면 독천 낙지거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갯벌 속의 산삼’이라는 낙지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무안, 신안 갯벌낙지로 다양한 낙지요리를 선보인다. 그 중 낙지볶음을 주문했다. 탱글탱글한 낙지 비주얼에 일단 반한다. 양념도 순하게 맵다. 밥에 쓱싹쓱싹 비비는 중에 군침이 꼴깍 넘어갈 지경. 밥 한 숟가락에 힘이 불끈 솟는 것 같다. 이 외에도 호롱구이, 한우갈낙탕, 낙지탕탕탕, 낙지초무침 등이 있다. 낙지볶음(大) 5만 원, (中) 4만 원, 공기밥 별도 1000원.

 

기존에 먹었던 낙지볶음과는 비교 불가!(왼쪽) 밥 한 공기를 더 외치게 된다.(오른쪽) - 고기은 제공
기존에 먹었던 낙지볶음과는 비교 불가!(왼쪽) 밥 한 공기를 더 외치게 된다.(오른쪽) - 고기은 제공

영암호 뷰레이크 타임, 못다 한 이야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엄마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웃는 엄마에 덩달아 많이 웃는 여행이었다. 여행은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닌 나로,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닌 나로, 자신을 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의 답은 매일 다를 것이다. 지금을 잃지 않도록 매일 자신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아닐까 싶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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