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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몸속 발암물질은 부모의 흡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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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몸속 발암물질은 부모의 흡연 탓?

2016.05.25 13:21

흡연자 옆에서 담배 연기를 직접 맡는 2차 흡연(간접흡연)은 직접흡연만큼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집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부모가 밖에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비흡연자인 자녀가 간접흡연을 하게 되는 ‘3차 흡연’의 위험성이 확인됐다.

 

<어린이과학동아>는 부모의 흡연이 자녀의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국립암센터,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함께 ‘우리 가족 금연 프로젝트’를 6개월 동안 진행했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흡연을 하는 21가족을 선정하고, 부모와 자녀의 소변과 머리카락 샘플을 채취해 금연 전과 후 몸 속 유해 물질 양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부모가 집 밖에서 담배를 피워도 자녀의 몸에 발암물질이 쌓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킨십이 많을수록 자녀의 발암물질 농도 높아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한 유해 물질은 소변에 들어 있는 NNAL이다. NNAL은 담배 속 발암물질인 NNK가 우리 몸에 들어간 뒤, 간에서 해독 작용을 거치면서 변한 물질이다. NNK에 비해 비교적 독성은 약하지만 여전히 우리 몸에서 암을 일으킬 확률이 높은 위험한 물질이다. 또 NNAL은 주로 흡연을 통해서만 몸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간접흡연 여부와 그 정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쓰인다.

 

‘우리 가족 금연 프로젝트’에 참여한 21가족의 금연 전 NNAL의 수치를 측정해 본 결과, 부모가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자녀의 체내 NNAL 수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부모가 하루 평균 20~30개비 정도를 피우는 경우 자녀의 체내 NNAL 수치는 1~2pg/ml 정도로, 1pg/ml 미만인 다른 자녀들보다 높았다. 심지어 흡연을 하지 않는 어른(0.00317pg/ml)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이 어린이들의 NNAL 수치가 높았던 이유는 부모의 흡연 습관에 있었다. 부모는 평소 담배를 많이 피웠고, 담배를 피운 이후 손을 씻거나 양치를 하지 않은 채로 자녀와 얼굴을 부비거나 껴안는 등 신체접촉을 자주 했다. 국립암센터 진단검사의학과 이도훈 박사는 “부모가 담배를 피우고 나서 샤워와 양치를 하더라도 NNAL은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자녀에게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담배 연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유해 물질은 폐의 깊숙한 곳에 쌓인 뒤 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날숨에 섞여 나온다. 만약 흡연자가 자녀를 껴안고 잘 경우 극히 적은 양일지라도 날숨에 의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GIB 제공
담배 연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 유해 물질은 폐의 깊숙한 곳에 쌓인 뒤 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날숨에 섞여 나온다. 만약 흡연자가 자녀를 껴안고 잘 경우 극히 적은 양일지라도 날숨에 의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GIB 제공


아빠가 금연하니 자녀의 발암물질 감소
부모님이 금연을 한다면 자녀의 몸속 유해 물질이 줄어들까? ‘우리 가족 금연 프로젝트’에 참여한 부모는 6개월 동안 금연클리닉에 참가해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하며 금연을 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21가족 중 13명의 아빠가 금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중 4가족은 자녀의 NNAL수치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도훈 박사는 “흡연자인 아빠와 자녀의 NNAL수치가 함께 줄어든 것은 아빠의 금연이 자녀의 NNAL 수치를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걸 뜻한다”며, “자녀들이 평소 생활을 하는 환경도 대부분 담배 연기나 유해 물질이 없는 깨끗한 곳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연에 성공한 4가족 부모의 NNAL 수치는 금연하기 전보다 평균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한 가족은 560pg/ml에서 4.24pg/ml로, NNAL 농도가 100분의 1 정도 줄어들기도 했다. 여기에 자녀들은 PC방처럼 담배 연기가 많은 곳에 가지 않거나 흡연을 하는 사람과 함께 생활하지 않는 등 일상생활에서 간접흡연을 하는 경우가 적다고 답했다.

 

 

 

 

'우리 가족 금연 프로젝트'를 통해 금연에 성공한 13명 아빠의 NNAL 수치는 금연 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왼쪽 빨간색). 그리고 이 중 4가족에서는 자녀의 NNAL 수치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오른쪽 빨간색). 반면 아빠의 금연에도 불구하고 NNAL 수치의 변화가 거의 없었던 자녀(오른쪽 회색)와 반대로 늘어난 자녀(오른쪽 파란색)는 아빠의 흡연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의 간접흡연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반면 부모의 NNAL 수치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NNAL 수치에 변화가 크게 없거나 심지어는 늘어난 경우도 있었다. 이도훈 박사는 이 결과에 대해 “어린이들은 영유아와 달리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공동체생활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이 경우에 해당하는 어린이 대부분이 담배 냄새가 나는 학교 선생님과 생활하거나 PC방 등에서 담배 연기를 맡는 등 집 밖에서 간접흡연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도훈 박사는 "이번 실험은 부모에 의한 3차 흡연으로 아이들의 몸속에 발암물질이 쌓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함께 사는 가족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집 밖에서도 흡연자나 담배 연기가 없는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 금연 프로젝트'를 통해 금연에 성공한 심유택 씨는 “평소 수영을 25m만 해도 숨이 찼는데 이제는 100m 이상 해도 거뜬하다"며, "가족들은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좋아하고, 금연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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