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연의 모든 것을 다 알고 다스리는 것 같지만, 여전히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실체를 마주하지 못한 생물체는 존재하나 봅니다. 최근 바하마 제도에서 새롭게 발견된 보아뱀이 있어 소개합니다. 이 보아뱀은 은빛 찬란한 색상을 뽐낸다고 하는데요. 발견한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하버드대에서 석사 과정중인 학생들과 연구진이 바하마 제도 남부의 외딴 섬을 탐험하던 중, 그들 중 한 사람인 닉 허먼은 물가의 실버팜(Silver Palm, Cocothrinax argentata)을 오르고 있는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은빛의 보아뱀이었지요. 첫 번째 개체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는 다른 팀원들을 그곳으로 불러 모았고, 탐험단 중 한 사람인 인터아메리칸 푸에르토리코대의 교수이자 보아뱀 전문가인 알베르토 박사는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종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좀 더 체계적인 조사를 위해 비디오 장치를 설치한 후 관찰했습니다. 한밤중까지 네 종의 개체를 추가적으로 더 확인한 연구진은 장치를 그대로 둔 채 해변으로 내려와 새벽까지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렇게 연구진 중 한 사람인 그레이엄 레이놀드 박사는 해변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보아뱀 한 마리가 숲에서 내려와 해변을 가로질러서는 그의 머리 위를 기어갔습니다. 잠에서 깬 레이놀드 박사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식하고는 다른 동료들을 깨웠지요. 이렇게 그들은 여섯 번째 개체를 발견했습니다.

학교로 돌아온 후 연구진은, 그들이 획득한 조직 샘플에서 유전자 데이터를 조사하는 것을 비롯해 이 신종 뱀들에게서 수집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이 특이한 은빛의 보아뱀은 진짜 신종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아마도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다른 종의 보아뱀에게서 분리된 것이 아닐까 추정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보아뱀의 이름을 은빛의 색상과 첫 번째 시료를 발견한 위치에 따라 실버보아(Silver Boa, Chilabothrus argentums)로 명명했습니다. 조사를 위해 수집했던 실버보아뱀들은 전자 태그를 부착한 후 다시 바하마 섬의 숲으로 방생되었는데요. 실버보아뱀은 나무에 살며 주로 새를 잡아 먹는다고 합니다.

한편 밀워키 자연사박물관의 관장이자 보아뱀 전문가인 로버트 핸더슨은 “전세계적으로 신종 개구리 및 도마뱀은 자주 발견되는 편이지만 신종 뱀의 발견은 지극히 드문 일”이라 말하며 “바하마의 이 아름다운 실버보아뱀은 이미 멸종위기종”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 이유는 이 실버보아뱀들이 바하마 섬에 서식하며 돌아다니는 야생고양이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연구결과는 하버드대 비교동물학박물관에서 발행하는 ‘브레비오라(Breviora)’ 저널에 발표되었습니다.
※필자소개
민혜영. YBM시사에서 각종 영어 학습 월간지 및 내셔널 지오그래픽 단행본의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외신 번역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