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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을 떨칠 수 있는 심리학적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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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을 떨칠 수 있는 심리학적 방법은?

2016.05.31 14:07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계절이 다가오는 만큼, 어떻게 하면 비교적 쉽게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나에게는 규칙적으로 운동한다는 일이 너무나도 어려운 과제이다. 그리고 문제는 항상 ‘시작이 어렵다’는 데 있다. 한번 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별 문제 없는데 무거운 몸을 움직여 집을 나서 운동하러 가는 것 까지가 고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없는 의지력을 끌어 모으며 유혹과 가장 힘겹게 맞서 싸워야 하는 것도 이 때이다.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부터 해’라고 하는 유혹과 싸워 이기지 못하면 운동의 운자도 시작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의지력이란 늘 부족한 것이지 않는가. 결국 어제도 오늘도 실패하고 만다.


그런데 이렇게 한정된 의지력 때문에 유혹과는 항상 불리한 싸움밖에 할 수 없다면 아예 안 싸우는 방법은 없을까? 즉 애초에 유혹을 봉쇄해서 의지력이 필요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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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이런 생각을 한 연구자들이 쓸데 없는 유혹이 애초에 틈타지 않도록 원천 봉쇄하는 방법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하면 반드시~한다’식의 무조건적 명령문 만들기(if-then plan)이다 (Achtziger et al., 2008; Gollwitzer & Schaal, 1998; Wieber et al., 2011).


예컨대 운동이 목적인 경우 ‘운동을 열심히 한다’ 같은 추상적인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아침에 눈을 뜨면 무조건 팔굽혀 펴기를 10번 한다’, ‘계단 VS. 엘리베이터의 상황이라면 반드시 계단을 선택한다’, ‘수학 문제 하나 틀릴 때마다 무조건 앞구르기를 10회 한다’같은 구체적인 조건과 행동을 함께 묶은 행동 규칙들을 많이 만들어 두라는 것이다.


어떤 환경적 신호를 보면 바로 그 행동이 자동적으로 튀어 나갈 수 있도록 쉽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 포인트이다. 즉 원래 애써 머리를 굴려 하는 자기통제를 비교적 단순한 주변 자극들에게 위임하는 거라고나 할까?

 
좀 어렵게는 의지력을 통해 ‘머리에서 → 행동’ 방향의 하향식(Top-down) 명령으로 이뤄지던 자기통제를 ‘주변 자극 → 행동’의 상향식(down-top)으로 이뤄지게 만드는 거라고 이야기 되기도 한다. 신호등의 빨간 불이나 초록불을 볼 때마다 저 불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따라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머리를 굴린 후 행동하지 않고 불을 본 순간 자동적으로 멈추거나 걷게 되듯 특정 단서와 행동을 바로 연결시켜 놓으면 매번 애써 뇌를 사용할 필요 없이 바로 목표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운동의 경우도 이런 환경적 단서를 통해 시작하게 되면, 운동을 해야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 할 때마다 생기는 왜? 언제? 어떻게? 같은 질문들과 ‘꼭 오늘 해야 하나 내일 해도 되지’ 같은 잡생각들을 방지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결과 행동을 방해하는 수 많은 유혹과의 싸움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운동이나 다이어트 성공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즉 자기통제력을 쓰지 않고도 자기통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약한 의지력이나 부족한 에너지 앞에서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이 목표를 → 달성한다’ 정도의 생각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그 목표를 → 이런 저런 행동을 통해 → 달성한다’ 같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자잘한 행동 규칙들을 만들어 두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나의 경우 애써 운동하려고 노력하는 게 도무지 안 먹히다 보니 그 쪽은 그냥 포기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무조건 스트레칭을 한다’, ‘계단이 있으면 무조건 계단으로 올라간다’, ‘한 시간 정도 앉아있었다면 무조건 일어나서 가벼운 체조를 한다’ 등의 무조건적 명령문을 만들어 두었다. 헬스클럽에 등록하는 등의 그 어떤 시도보다도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면 이런 if-then 플랜을 ‘병원 가기’ (언젠가 한 번 꼭 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귀찮아서 웬만큼 증상이 심해지지 않으면 가지 않게 되는 그곳) 같은 영역에도 쓸 수 있다고 한다. 달력에 “XX일 X시 XX병원가기”라고 적어놓는 것 만으로 일정을 더 잘 지키게 된다고 한다. 한 연구에서는 if-then 플랜을 사용한 결과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Milkman et al., 2011)


심리학자 바우마이스터 “결국 자기통제에 성공하는 사람은 자기통제력(또는 의지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통제를 쓰지 않고도 자기통제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는 말을 했다. 귀차니즘과 정면으로 싸워서 이기기엔 우리는 너무나 미약하고 넘어지기 쉬운 존재이고, 자기통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예컨대 게임에서 보면 MP 소모가 무지막지하고 따라서 쓸 수 있는 횟수가 한정되어 있는 필살기와도 같은 고급인지과정이다.


따라서 긴긴 삶 속에서 매번 의지력을 꺼내 쓰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보다 if-then 플랜 등의 ‘좋은 습관’ 같은 자동항법장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귀차니즘이 발목을 잡고 있는 일이 있다면, if-then 플랜을 잘 활용해 보도록 하자.

 


※ 참고문헌
Achtziger, A., Gollwitzer, P. M., &Sheeran, P. (2008). Implementation intentions and shielding goal striving from unwanted thoughts and feeling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4, 381-393.
Gollwitzer, P. M., & Schaal, B. (1998). Metacognition in action: The importance of implementation intentio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2, 124-136.
Wieber, F., von Suchodoletz, A., Heikamp, T., Trommsdorff, G., & Gollwitzer, P. M. (2011). If-then planning helps school-aged children to ignore attractive distractions. Social Psychology, 42, 39-47.
Milkman, K. L., Beshears, J., Choi, J. J., Laibson, D., & Madrian, B. C. (2011). Using implementation intentions prompts to enhance influenza vaccination rat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8, 10415-10420.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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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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