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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처분 실험 지하 120m 동굴 ‘KURT’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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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6월 03일 07:00 프린트하기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의 입구. 국내 유일한 지하연구시설(URL)로 향후 사용후 핵연료 영구처분 부지 선정 시에 도움이 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대전=권예슬 기자 yskwon@donga.com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의 입구. 이 곳에선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 물질이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열이 주변 지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실험이 진행된다. - 대전=권예슬 기자 yskwon@donga.com

“땅속 120m 지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회색빛 지하도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자 철문이 나타났다.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선 실험실에는 땅속에 묻어 둔 금속 통이 눈에 띄었다. 전선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었는데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달 31일 대전 유성구 덕진동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대형 인공 동굴을 방문했다. 지름 6m, 길이 543m, 지표 깊이 120m에 달하는 이 동굴의 이름은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이다. 김경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의 보관 안전성을 실험하는 곳으로 국내에 아직 없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만들기 위한 사전 연구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모의 핵연료 이용해 지하 환경 모니터링
 

KURT 내부에 위치한 공학규모처분시험장비. 전기히터로 핵 분열 시에 나오는 열과 유사한 열을 발생시키며 지하수의 변화를 살피는 장비로 지난 달 25일 첫 시운전을 시작했다. - 대전=권예슬 기자 yskwon@donga.com 제공
KURT 내부에 위치한 공학규모처분시험장비. 전기히터로 핵 분열 시에 나오는 열과 유사한 열을 발생시키며 지하수의 변화를 살피는 장비로 지난 달 25일 첫 시운전을 시작했다. - 대전=권예슬 기자 yskwon@donga.com 제공

KURT 내부엔 가상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한 장비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지름 90㎝의 구리 용기를 4m 깊이로 묻어 놨는데 그 안에는 섭씨 100~150도의 열을 내는 전기 히터가 사용후핵연료 대신 들어가 있었다. 주변에 있는 150개의 정밀한 센서는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의 압력, 온도 변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지난달 25일 처음 시운전을 시작했다는 연구진은 화강암 지형인 국내에서는 500m 깊이면 고준위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을 위한 용지를 선정하고 2053년부터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용후핵연료를 땅에 묻는 ‘심지층 처분’은 크게 2가지 방식이 있다. 지하 300~1000m 깊이에 핵연료를 심는 동굴 처분(Mined Repository)과 3~4㎞ 깊이에 묻는 심부 시추공 처분(Deep Borehole)이다. 방사능 물질은 깊이 묻을수록 유리하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주변 흙이 더 단단히 다져져 있기 때문에 지하수 유입이 적고 지진 등에도 안전하다. 하지만 심부 시추공 처분 방식은 한번 묻으면 핵연료를 다시 꺼내 재활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KURT와 같은 동굴 처분 방식으로 의견이 쏠리는 추세다.
 

김 부장은 “원자력 선진국들은 1970년대에 기초연구에 착수해 30년 이상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며 “금속의 부식 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확인해 1만 년 이상 먼 미래까지 책임질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5배 면적 필요, 충분한 논의 거쳐 선정해야

주요 원자력 국가의 공론화 과정. 원자력 선진국은 1970년대 이미 처분장에 대한 기반 연구를 시작했고, 2020년대에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운영까지 50년 이상이 시간이 걸린 셈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주요 원자력 국가의 공론화 과정. 원자력 선진국은 1970년대 이미 처분장에 대한 기반 연구를 시작했고, 2020년대에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운영까지 50년 넘게 걸린 셈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전 세계에서 원전을 운영 중인 31개 국가는 저마다 다양한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핀란드 등 10개국은 심지층 처분 방식을, 프랑스 등 8개국은 재처리 후 처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나머지 13개국은 결정을 유보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력발전소 내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데, 70% 정도 찬 상태이다. 2100년경이면 최대 9만 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한 층의 동굴에 처분하려면 약 20~25만㎢의 면적이 필요하다. 경북 경주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사일로’의 10배, 여의도의 5배 크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원자력연에선 동굴 처분 방식과 함께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핵연료로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번 쓴 사용후핵연료를 그대로 심지층 처분을 하면 10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지만 재활용에 성공하면 여러 차례 발전을 반복할 수 있다. 재활용 끝에 최종적으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3000년이면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고 처분장 규모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이기복 원자력연 정책연구부장은 “신(新)한미원자력협력협정 체결로 사용후핵연료 연구 개발 제약 요인이 일부 해소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향후 더 높은 수준의 재활용 권한을 얻어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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