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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문화산책] ‘텔레파시스트’되는 가장 현명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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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문화산책] ‘텔레파시스트’되는 가장 현명한 방법

2016.06.12 18:00
마블 코리아 제공
마블 코리아 제공
※이 기사는 최근 개봉한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을 살아오며 겨우 찾아낸 귀중한 능력이다.”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인류의 갈등을 그린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새 작품 ‘엑스맨: 아포칼립스(이하 아포칼립스)’에서는 온갖 현란한 초능력이 화면을 수놓는다. 물건에 손도 대지 않고 움직이는가 하면, 눈에서 광선을 뿜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을 마음대로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악의 초능력자 ‘아포칼립스’는 돌연변이들의 리더 겪인 찰스 자비에(제임스 메커보이 분)가 가진 뛰어난 정신감응 능력, 일명 ‘텔레파시’ 능력에 주목한다.

 

●텔레파시는 ‘초감각’의 일종

 

텔레파시는 초능력의 일종으로 도구나 언어, 몸짓, 표정을 필요로 하지 않고 타인의 의사를 감지하고 또 전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가리킨다. 능력이 강하면 아주 먼 거리에서도 가능한 걸로 묘사되기도 한다. 초감각적 지각능력(ESP)의 일종으로, 비슷한 능력을 꼽는다면 사이코메트리, 투시, 독심술 등이 있다.

 

텔레파시라는 용어는 1882년 영국 심령연구학회(SPR) 창시자의 한 사람인 프레데릭 마이어스가 그리스어로 ‘먼 거리(tele)’와 ‘느낌(pathe)’을 뜻하는 단어를 합쳐 만든 용어로 알려져 있다. 또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초능력자를 ‘텔레파스(telepath)’, 혹은 ‘텔레파시스트(telepathist)’라 부른다. 같은 ESP 계열 능력자들을 ‘에스퍼(Esper)’라고 총칭해 부르기도 한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찰스 자비에는 ‘프로페서 X’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를 만들고 이들을 가르치면서 생긴 별명이다. 찰스 자비에는 영화 시리즈 내내 중심인물로 부각됐다. 적과 싸우는 전투 능력은 약하지만 대신 의식을 지배할 수 있을만큼 강력한 정신교감 능력을 갖고 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정신을 지배해 버리면 쉽게 이길 수 있으니 어떤 의미에선 최강의 능력을 가진 셈이다.

 

찰스 자비에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텔레파시스트는 영화 시리즈 내내 한둘 등장했지만, 모든 등장인물 중 그의 능력이 가장 특출난 것으로 묘사된다. 증폭장치를 이용하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초능력자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모든 인간의 정신에 간섭하고 조종까지 가능한, 실로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번 영화에선 무적에 가까운 전투 능력을 가진 아포칼립스가 찰스 자비에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진정으로 인류를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영화, 만화 단골 소재

 

굳이 엑스맨 시리즈가 아니어도 텔레파시는 수많은 영화나 만화 작품 속에 단골로 등장한다. 영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편에서도 텔레파시로 교감하는 장면이 나오고, 유명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종족 ‘프로토스’는 텔레파시가 기본 의사소통 방법이기도 하다. 중국 영화 등에선 무공이 뛰어난 사람이 남 몰래 먼 거리에서 대화를 주고 받는 수법인 ‘전음입밀’로 묘사되기도 한다.

 

현실에서 텔레파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과학적으로는 거의 다 거짓인 걸로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도 쌍둥이나 특수 감응능력을 가진 사람끼리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특별한 교감 능력이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를 믿는 사람들은 1950년대 미국 듀크대에서 초능력을 연구했던 라인 박사의 실험 결과를 근거로 든다. 라인 박사는 카드 숫자 맞추기나 주사위 굴리기 등을 통해 텔레파시를 실험했는데, 몇 만 번 이상을 실험하면 ESP, 즉 초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확률로 답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련 연구에 진척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테스트 당사자의 태도나 눈짓 등에서 힌트를 얻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한 장면. - 마블 코리아 제공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한 장면. - 마블 코리아 제공

●뇌파분석 기술이 가장 유력

 

초능력과 달리 텔레파시는 먼 미래에 과학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의 뇌파 역시 전기신호로 이뤄진 만큼, 이를 분석하고 전파에 실어 보내면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의식을 주고 받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비슷한 실험에 성공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알바로 파스큐얼 레오네(Alvaro Pascual-Leone)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팀은 뇌파 등을 이용한 비외과적인 방법으로 8000㎞ 떨어진 두 사람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 받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뇌파기록장치(EGG)와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을 이용했는데, EGG는 뇌파를 전자기적으로 읽어낼 수 있어 의료용 연구에 자주 쓰인다. TMS는 두피에 미세한 전류를 공급해 두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기기를 말한다.

 

실험에는 인도와 프랑스에 사는 4명의 건강한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인도에 있는 사람이 영어로 ‘헬로(hello)’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올라(hola)’와 이탈리아어 ‘차오(ciao)’를 8000㎞ 떨어진 곳에 있는 3명에게 약 85% 확률로 정확히 보내는 데 성공했다.

 

세상에 과학적으로 규명된 초능력은 없지만, 과학으로 점점 더 초능력과 같은 능력을 만들어 낼 수는 있다. 사실 100여년 전 사람이 보기에 인류는 이미 텔레파시에 필적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수 만㎞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친구와 언제든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초능력자가 되는 길은 어찌보면 과학기술의 발전에 숨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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