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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된 미래를 그린 영화 ‘엘리시움’과 스위스의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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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된 미래를 그린 영화 ‘엘리시움’과 스위스의 ‘기본소득’

2016.06.18 11:00

 

기본소득 논쟁으로 최근 화제가 된 스위스. - 위키비디어 제공
기본소득 논쟁으로 최근 화제가 된 스위스. - 위키비디어 제공

세계적으로 지금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경제 관련 담론 하나만을 고르라면, 아마도 기본소득(Basic Income)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지급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시행되고 결국 부결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면서 경제학자나 정책입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필자가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를 통해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던 2013년 11월만해도, 그 진행자들 조차도 기본소득이 다소 황당하지만 색다른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소개했었다는 사실이다. 그로부터 불과 2년 반만에 스위스와 같은 선진국이 도입 여부를 국민투표로 묻는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


물론 예상했던 것처럼 부결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이라는 것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아왔던 많은 국가의 정부, 정당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스위스의 시도를 계기로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확산이 가져올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한 ‘제2의 기계 시대’(왼쪽)와 극도로 양극화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엘리시움’. - 청림출판, 소니픽처스 제공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져올 경제적 문제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한 ‘제2의 기계 시대’(왼쪽)와 양극화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엘리시움’. - 청림출판, 소니픽처스 제공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제2의 기계시대’

 

특히 기술의 발달에 따라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대체하고, 전 지구적으로 통합된 경제 시스템에 하에서 이른바 슈퍼스타 기업들이 가치 창출의 대부분을 독점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기본소득은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특이점에 다다르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새로운 혁명을 겪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베스트 셀러 ‘제2의 기계 시대’(The Second Machine Age)의 저자인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의 경우, 그 책에서 슈퍼스타 이코노미의 시대가 가져올 자본주의의 실패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로 기본소득을 제시했을 정도다.


물론 기본소득이 궁핍은 해결할 수 있지만 권태와 방탕은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역소득세(Negative Income Tax)도 함께 소개하긴 했지만, 자본주의의 핵심 동인인 소비의 근간을 마련하고 궁핍을 해소할 대안의 시발점으로 테크노 경영학자들이 기본소득을 언급한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양극화된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엘리시움’

 

사실 인공지능의 효용성이 극대화되고 로봇의 성능이 극적으로 향상된 어느 미래에 부가가치 생산 대부분을 소수의 상위계층이 독점하게 되는 상황은 SF영화에서도 많이 다루어져 왔다. 최상위 계층은 지구 궤도를 도는 최첨단 우주 정거장에 살고 대부분의 하위 계층은 지구 빈민촌에서 사는 상황을 다룬 닐 블룸캠프 감독, 맷 데이먼 주연의 2013년작 ‘엘리시움’도 그 중 하나다. 

 

최첨단 우주 정거장에서는 최상위 층이 쾌적한 환경에서 질병을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치료기까지 집집마다 두고 살지만, 지상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 하에서 극빈층의 삶을 살며 로봇들에 의해 통제 받는 2154년의 지구가 이 영화의 배경.

 

영화적으로야 이러한 설정이 매우 유용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최상위 층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근본인 시장과 그 시장에서 대중들의 소비가 담보되지 않아 근본적으로 유지가 불가능한 체계라는 문제가 있다.

 

최상위 소득 계층만이 살게 되는 영화 엘리시움 속 우주 정거장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제공
최상위 소득 계층만이 살게 되는 영화 엘리시움 속 우주 정거장 - 소니픽쳐스 제공

●기술 혁명에 가져올 거대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

 

기본소득은 개념적으로 그러한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모든 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되, 그 재원의 마련을 위해 세금 제도와 사회 복지 제도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1차 기계혁명 가져온 문제를 부가세의 도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가지고 의무교육과 사회복지를 제공함으로써 풀었던 경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영화 엘리시움 속에 등장하는 극도로 황폐화된 미래의 LA 모습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제공
영화 엘리시움 속에 등장하는 극도로 황폐화된 미래의 LA 모습 - 소니픽쳐스 제공

하지만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민 5000만명에게 월 50만원씩만 지급하려 해도 연 300조원(참고로 2016년 대한민국의 정부예산은 400조가 조금 안됨)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계산만으로도 현시점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아직 오지도 않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를 과도하게 우려한 나머지 너무 실험적인 제도를 도입하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마치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공산주의가 필요하다는 마르크스의 이론과는 달리 자본주의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던 러시아에서 시작된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거대한 실험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것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에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소득불균형과 장기적으로 기술 혁명이 만들어낼 거대한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본소득 및 역소득세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영화 속에서 하층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등장하는 로봇 경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제공
영화 속에서 하층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등장하는 로봇 경찰 - 소니픽쳐스  제공

※ 참고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기본소득 편
https://www.youtube.com/watch?v=aj-efAOFUug
https://www.youtube.com/watch?v=o92K_COkpuo
https://www.youtube.com/watch?v=7gtztRCQ6uM


☞ ‘엘리시움의 경제학: EconPop - The Economics of Elysium’

☞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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