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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들이 모여 ‘ESC’를 만들었다... ESC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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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6월 18일 16:41 프린트하기

ESC 창립대회에서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가 사회를 보고 있다.   - 변지민 기자 제공
ESC 창립대회에서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가 사회를 보고 있다.   - 변지민 기자
2016년 6월 18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벙커1'이라는 카페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ESC'라는 모임이 출범하기 때문이란다. 이름이 'ESC'라니... PC 자판에서 많이 쓰는 키, 작업을 하다가 오류가 발생했을 때 자주 썼던 키인데!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일까.
 
ESC가 무엇인지, 왜 시작했는 등이 궁금해서 행사장을 찾았다. '과학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있는 학생, 교수, 연구자,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음료 한 잔 씩하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파티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의 행사장에서 윤태웅 ESC 대표(고려대 교수ㆍ사진)를 만났다.
 
윤태웅 ESC 대표 - 변지민 기자 제공
윤태웅 ESC 대표 - 변지민 기자   
▲ESC가 무슨 뜻인가요?
-'Engineers & Scientists for Change'의 첫 글자를 따서 ESC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법인의 이름은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입니다. 더 나은 세상과 더 나은 과학을 함께 추구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과학기술이 단지 경제성장의 도구로만 여겨지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어떻게 시작이 됐나요?
-지구 다른 쪽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고민하고 미래를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후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과학기술인들이 많습니다. 과학적 사유와 합리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잘 안 돼서 답답해하고 있던 분들입니다. 그러고 마침내 모여서 제대로 된 과학기술인 공동체를 꾸려보기로 했습니다. 이 모임을 꾸리자고 했을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회신이 왔고 창립을 하게 됐습니다. 이재웅 다음(Daum) 창업자 주선으로 제주도에서 모인 과학자들이 '어변정담(회 한접시 먹으며 했던 대화)'을 하게 됐고, 그 뒤에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기존 과학단체들도 있는데...
-이미 조직화된 과학기술인 사회를 보면 답답합니다.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과학기술인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과학기술 혁신과 미래창조를 위한 우리의 다짐'이라는 글을 보면 기가 막히기도 합니다. 발표에는 '국가번영의 원동력은 강력한 리더십에 있음을 주목하고, 과학적·합리적 국정운영을 펼치도록 적극 협조하고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단지 경제성장의 도구로만 여기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게다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과학기술인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며 공천을 요구 하는데, 이런 행동은 이익집단의 응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기존 과학기술인 단체들을 비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과학기술인들이 정말로 모여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만, 같은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동안 의지를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고민을 나누려고 했었는데, 서로 상처받는 일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ESC에서는 다양성을 가진 분들이 모여, 치열하고 날카롭게 비판은 하되 부드러운 말로 서로를 다독이면서 함께 가는 소통의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창립 선언문에 ESC가 할 일을 담았습니다. 첫째, 과학기술의 합리적 사유방식과 자유로운 문화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둘째로 과학기술이 권력집단이나 이익집단의 소유가 아니라 시민의 공공재가 되도록 대안적 과학기술 활동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시민 사회와 연대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여기 모인 분들의 다양한 전문성을 활용한 5개 '전문위원회'가 활동을 하게 됩니다. '크라우드 펀딩 위원회'는 시민이 원하는 과학기술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펀딩 활동을 할 것입니다. '과학문화 위원회'는 과학적 사유가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강연, 저술, 시민참여 활동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구요. '과학기술정책 위원회'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도록 공부하면서 뛸 예정입니다. '청년과학기술 위원회'는 연구현장에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하는 청년과학자들의 문제를 고민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응원하는 '해외한인과학기술 위원회'도 활발하게 움직이리라 생각합니다.
 
▲쉬운 일은 아닐텐데요.
-ESC가 잘 닦인 길을 걸어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함께 가다보면 길이 생길 것이라 믿습니다. 과학기술자, 과학기술에 대해 고민하는 학자 및 저술가, 과학교사와 언론인, 과학기술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믿습니다.
 
6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열린 ‘ESC’ 창립대회가 100여명의 과학기술인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윤태웅 ESC 대표가 창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변지민 기자 제공
6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열린 ‘ESC’ 창립대회. 100여명의 과학기술인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윤태웅 ESC 대표가 창립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변지민 기자 제공
●ESC에 대한 참석자들의 한마디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 관장) "ESC는 과학기술인들의 '작은' 첫 걸음이다. 하지만 그 끝은 아마 창대할…."
 
▲원종우('과학과 사람들' 대표) "ESC는 살아있는 모임이다. 그동안 과학기술인들이 상상만 하다 못한 일들이 여기서는 실현가능할 것이다."
 
▲김상욱(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ESC가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회로 가는 작지만 큰 첫 걸음이 되길 기원한다."
 
▲손향구(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 "과학기술인들이 ESC를 통해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을 매개로 우리 사회가 선진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게 기여할 것이다."  
 
▲이진주(소셜벤처 '걸스로봇' 대표) "과학기술계에서 소수자인 여성이 ESC에는 4분의 1 이상이다. ESC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조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강수(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운영실장) "과학기술인들이 같이 꿈을 꾸면서 꿈을 키워가는 장이 되면 좋겠다." 
 
▲서인호(서울 구암고 교사)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과학교사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남궁석(충북대 축산학과 교수)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 나갈지가 우리의 정체성을 스스로 설정하는 데 중요할 것이다."  
 

변지민ㆍ김규태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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