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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르시시스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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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르시시스트입니까

2016.06.21 16:15

쉽게 좌절하고 화가 나고 자존감이 높았다 곤두박질쳤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우 자존감이 낮기보다 되려 자기지각의 내용이 비현실적이라서, 또 사람들의 이목을 지나치게 신경쓰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다음 문답을 통해 자신을 한 번 되돌아 보도록하자.

 

- 나는 사실 대단한 사람이다.
- 나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다.
- 나는 사람들로부터 우러러받고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 보통 어떤 일이 잘 되는 것은 나의 덕이고 실수는 꼭 타인에 의해 벌어진다.


위의 문장들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점수로 매겨 보자. ‘0=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7=매우 그렇다’까지 각 문장마다 점수를 매기고, 이 점수가 높을 수록 당신은 나르시시스트일 가능성이 높다.

 

● 스스로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


다수의 연구들에 의하면 나르시시스트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① ‘내가 최고’같이 비현실적으로 과하게 긍정적인 자기지각을 가진다.

② 자신을 높이려는 맥락에서 남들과 차별화/구분지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며 그 과정에서 타인을 무시하거나 낮추려 시도한다.

③ 타인으로부터 ‘추앙’받고 싶어하며 자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너네가 나한테 이 정도는 해야한다!)

④ 성과는 자신에게 돌리고 잘못은 타인에게 전가하는 편.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이렇게 나르시시스트들은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선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그 인정을 ‘강요’하며 남들보다 더 나아 보이기 위해 애쓰는, 전반적으로 ‘우월감’에의 욕구가 큰 경향을 보인다. 바꿔 말하면 자존감은 높을지언정 그 뿌리와 충족되는 방법이 ‘건강하지 않은 자존감’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실제로 많은 경우 자존감이 ‘낮은’ 사람보다 나르시시스트처럼 자기지각의 내용이 비현실적이고 ‘우월감’을 채우려고 힘쓰는 사람들이 관계에서 폭력성향을 보이고 반사회적인 성향을 보이는 등 문제를 보인다고 한다(Bushman & Baumeister, 1998). 인정 욕구가 좌절될 때 이렇게 대단한 나를 인정하지 않는 ‘너네’가 문제라고 화를 내는 것이 한 가지 예다.


또한 기본적으로 자기지각의 내용이 비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성취하기는 조금 어렵기 때문에 “와, 정말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군요!”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증명을 받아야만 그 높은 자기지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높고 위태위태한 긍정적 자기지각을 결국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의존해서 꾸려가기 때문에 주번 사람들을 무시하면서도 그 별 볼 일 없는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기 위해 애쓰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쯤에서 이런 타인의 평가는 자존감을 유지하는 방법 중 가장 위태롭고 불안한 원천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심리학자 크로커(Crocker & Park, 2004)에 의하면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기준, 예컨대 나는 미적 감각이 있으니까, 나는 화분을 잘 키우니까, 나는 동물과 잘 지내니까 등등의 내적 기준으로 스스로를 판단할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타인의 평가, 비교우위, 외모, 재력 등에 자존감을 거는 경우 언제든 ‘외적 상황’에 의해 자존감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일이 가능하다.


이렇게 자기지각의 내용과 기준은 드높고, 인정 욕구도 원대하지만 나르시시스트의 자존감은 태생적으로 그 원천이 불안하기 때문에 무너지기 쉽다. 그 결과 이들은 작은 평가 하나에 쉽게 좌절하고, 화를 내고, 부끄러움을 쉽게 느끼고,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태도와 불신을 잘 보이는 현상을 보이는 편이라는 연구도 있었다(Krizan & Johar, 2015).

 

● ‘높은’ 자존감과 ‘건강한’ 자존감은 다르다


심리학을 배우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냐는 질문을 들은적이 있었다. 나의 대답은 자존감의 ‘높이’는 되려 낮아졌고 그로 인해 다행히 현실화 되어 자존감이 건강해진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전에는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인 자기지각을 가지고 있었어서 살짝 나르시시스트에 가깝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제대로 아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처음 맡는 일에서도 ‘리더’자리를 맡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회의에서는 다른 사람들은 다 나보다 아는 게 적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관련해서 한 가지 마음이 찔렸던 연구를 소개하면 나르시시스트들은 업무의 ‘내용’과 상관없이 그 업무가 누군가를 돕는 것이거나 보조적인 것이면 하기 싫어하고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업무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는 등의 좋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Benson et al., 2016). 리더 같이 멋있어 보이는 역할만 하고 싶어 한다고. 나의 경우도 다소 그랬던 것 같다(왜 그랬을까…?).


지금 돌아보면 자기지각의 긍정적인 정도는 이전에 비해 살짝 낮아졌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수준이 되어 애써 내가 대단한 사람인 ‘증거’를 모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포장하고 화려해 보일 필요를 덜 느낌으로써 삶의 ‘피로’도 많이 줄게 된 것 같다.


또 외적인 기준보다 내적인 기준들(나는 혼자서도 잘 놀고 읽고쓰기를 좋아하고 덕질에 삼매경인 내가 좋다)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는 게 더 익숙해지면서 자존감이 단단해지고 출렁일 일 없이 안정적인 상태가 된 것 같다. 덕분에 정서적으로도 꽤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졌지만, 자기지각의 내용이 무지하게 긍정적일수록 좋은것만은 아니라는 것,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현실적인 수준을 기대할 것, 또 타인의 인정을 지나치게 갈구하는 것에서 조금 벗어나 내적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것들을 기억해보자.

 

 

※ 참고문헌
Bushman, B. J., & Baumeister, R. F. (1998). Threatened egotism, narcissism, self-esteem, and direct and displaced aggression: Does self-love or self-hate lead to viole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5, 219-229.
Crocker, J., & Park, L. E. (2004). The costly pursuit of self-esteem. Psychological Bulletin, 130, 392-414.
Krizan, Z., & Johar, O. (2015). Narcissistic rage revisite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8, 784-801.
Benson, A. J., Jordan, C. H., & Christie, A. M. (2016). Narcissistic reactions to subordinate role assignment: The case of the narcissistic followe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2, 985-999.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시공사 제공

※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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