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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16 ④] 애플 플랫폼의 미래를 이야기한 WW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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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16 ④] 애플 플랫폼의 미래를 이야기한 WWDC

2016.06.21 22:00

이제 숨을 조금 돌립니다. WWDC16의 키노트로 애플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요? 사실 애플의 키노트는 주제가 명확하고, 시종일관 여유로운 분위기에 적절한 유머가 더해지면서 한 편의 작은 공연을 보는 느낌까지 주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 WWDC의 키노트는 발표를 듣는 것만으로 그야 말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두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키노트 하루 전 터진 올란도의 총기 테러 참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행사는 그간의 흥분되고 즐거운 축제 분위기보다 차분하고, 할 이야기들을 빨리 하자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WWDC는 개발자 위한 행사”


사실 애플이 쏟아놓은 이야기는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팀 쿡 CEO도 키노트에서 “오늘 아침, 우리는 매우 바쁘다”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꺼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키노트 내용을 받아 적는 게 벅찰 정도로 많은 내용이 아주 빠르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받아 쓴 내용만 워드로 20페이지가 다 될 정도입니다. 어찌나 내용이 많았는지 끝나고 나서는 핵심 주제가 뭔지 짚는 건 둘째 치고, 나온 이야기들을 되짚어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WWDC 키노트는 어떻게 보셨나요. 인터뷰했던 한 개발자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밋밋했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굉장했다”라고 평했습니다. 예전에 맥프로가 발표되거나 스위프트가 나오고, 꼭꼭 잠궈두었던 API들을 풀던 순간처럼 키노트가 진행되지 못할 만큼 박수와 환호성이 나오는 순간은 없었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조금 심심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발자들은 몇 년 간 이런 WWDC가 없었다는 게 개발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행사는 개발자 행사니까요.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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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면 이번 WWDC의 키노트는 이용자들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도 개발자들에게 그 동안 준비한 여러가지 방향성을 빠르게 이야기해주는 게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만난 개발자들의 반응은 소셜미디어나 미디어의 반응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먼저 코멘트만 몇 가지 전해드릴까요? 아, 먼저 양해를 구할 것이 있는데, 현장에서 몇몇 개발자들이 짬을 내서 여러 의견들을 전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정책을 비롯해서 예민한 부분들이 있어서 코멘트들은 익명으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애플이 오랜만에 개발력을 과시했다”
“플랫폼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하다”
“개발자들에게 많은 부분을 열어주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애플 제품이 돋보이는 요소들이 많이 보였다”


저도 이번 WWDC의 중심은 아주 근본적인 고민으로 돌아갔다고 봅니다. 바로 ‘플랫폼’이라는 한 단어입니다. 플랫폼은 뭘까요? 여러가지 해석이 있고, 사실 근래 나오는 많은 기술들이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에 흔해진 말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말 만들기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플랫폼을 가진 회사는 그야 말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OS의 통합아닌 플랫폼 통합


플랫폼 관점에서 발표 내용들을 다시 되돌아봅니다. 4가지 플랫폼이 드디어 제대로 합쳐졌다는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서 iOS의 비중은 확연히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개발자도 "발표는 4가지 플랫폼을 이야기했지만 전략은 전체적으로 iOS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키노트만으로는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요소들보다, 애플 스스로의 제품과 서비스가 더 돋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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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플랫폼을 재래시장, 혹은 놀이터라고 해석합니다. 판을 깔아 놓고 그 안에서 공급자와 이용자가 주어진 환경을 즐기는 겁니다. 모바일 플랫폼은 결국 앱 개발자들이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에 녹여내고, 이용자는 그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치르고 결과물을 즐기는 겁니다. 플랫폼의 역할은 이들을 한 자리에 몰아주고, 공급자나 수요자가 개발, 유통, 구매 등의 일련의 과정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지루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라는 의미를 한번은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그 동안 애플의 발표는 각각의 운영체제를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각자 다른 제품에 따른 플랫폼이었던 겁니다. 물론 그 사이에 이들을 통합하려는 노력은 부지런히, 그러면서도 꽤 천천히 마련되어 왔습니다. 이번 WWDC 키노트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우리의 4가지 플랫폼을 소개합니다”라는 팀 쿡의 메시지입니다. 애플은 키노트를 통해 애플의 플랫폼은 iOS, 맥OS, 워치OS, tvOS 등 네 가지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고, 맥OS의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브랜드를 통합했습니다. 물론 각 플랫폼간의 통합은 더 끈끈해졌고, 이들을 이어주는 것은 서비스입니다. 개발자들의 해석도 비슷합니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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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으로 보면 애플은 비즈니스의 중심에 하드웨어가 있기 때문에 운영체제간의 경험을 비슷하게 맞추고, 그 안에서 서비스들을 통합하는 과정인 듯 합니다.”


구글은 하드웨어보다 서비스가 중심이기 때문에 각각의 서비스들이 독립성을 갖고 쪼개져 있고, 안드로이드가 이를 묶어주는 데 반해, 애플은 하드웨어가 중심이고 그 하드웨어들을 묶는 게 서비스라는 관점입니다. 그리고 그 서비스들이 통합되는 데에는 결국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애플이 시리나 아이클라우드를 이용하듯, 기기마다 방법은 조금씩 달라도 결국 플랫폼간에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앱을 꾸리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게 결국 애플이 추구하는 플랫폼의 통합입니다. 운영체제의 통합과는 분명히 다른 부분입니다.

 


플랫폼 속 플랫폼


그리고 애플은 그 플랫폼 안에서 다시 굵직한 몇 가지 서비스를 다시 작은 플랫폼으로 꾸립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개발자들에게 놀 거리를 만들어줍니다. 애플이 메시지, 시리, 애플워치 등 자그마한 플랫폼들을 정의할 때 이용자들은 각각의 기능을 두고 ‘이건 어디에서 본 것 같은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지만, 플랫폼을 다루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시지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요? 그 동안 애플은 메시지에 꽤 공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iOS10과 함께 발표된 메시지 앱은 그 동안의 메시징앱과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갖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개발자도 “메시징 채널이 플랫폼으로 검증됐고, 이제 그 변화가 시작되는 단계”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메시지 자체는 이제 페이스북 메신저나 카카오톡처럼 굳어졌고, 포화 상태입니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메시징 앱은 충성도가 높고 플랫폼으로서의 검증이 됐다는 겁니다. 사용자를 묶어 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하지요.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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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그동안 아이메시지를 아주 점잖게 이끌어 왔습니다. 화려한 효과나 스티커는 커녕, 애니메이션 자체도 없었습니다. 문자메시지와 경험을 통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작한 서비스이다 보니, 텍스트 그 자체가 중요시됐던 부분도 있지요.


하지만 메신저 세상의 트렌드는 전혀 다릅니다. 다들 마찬가지일 겁니다. 애니메이션이 담긴 스티커를 보내고, 상대방과 채팅방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꾸미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 본 재미있는 사진이나 영상이 주로 공유되는 것도 소셜미디어라기보다 메신저입니다. 약속이나 일정에 대한 부분도 이 안에서 이뤄지지요. 아무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소셜미디어를 강조해도 사실상 이용자들은 메신저 창 안에서 아주 많은 것들을 처리합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래서 이 메신저 창 안에서 서드파티 앱들이 직접 이용자를 만날 수 있도록, 그러니까 대화에 서비스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올해 열린 개발자 행사의 공통적인, 그리고 아주 명백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방법에 차이는 조금 있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봇’으로 서비스를 직접 붙였습니다. 반면 애플은 앱스토어를 붙이는 전략을 썼지요. 머신러닝이든, 봇이든 앱 안에서 해결하라는 겁니다. 메신저 안에서 판당고로 영화를 예약하고, 오픈테이블로 음식을 주문하고, 애플페이로 돈을 보내는 등 대화창 그 자체가 앱이 ‘소비되는 하나의 틀’인 셈입니다. 중심은 앱이라는 것이지요.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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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소비처의 변화는 또 있습니다. 위젯과 알림입니다. iOS는 그 동안 위젯에 소극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iOS9에 들어서 그 용도가 확장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보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분위기가 있지요. iOS10에 들어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인터랙션 요소가 됩니다. 그러니까 앱을 띄우지 않고 알림이나 위젯에서 원하는 것들을 바로 해치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지요. 메시지에 답장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위젯에서 농구 점수를 보고, 중계 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앱이 바꾸는 운영체제 경험 겨누나


그리고 이 모든 기능들을 개발자들에게 열어주면서 또 하나의 시장, 그러니까 플랫폼을 열어주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이전에 없던 이모티콘이나 스티커를 마켓에 팔 수 있게 됐고, 메시지나 위젯, 지도, 그리고 시리와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대한 시나리오에 따라서 사업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결국 애플워치나 맥으로 연결짓는 것이 이번 WWDC 직후에 개발자들이 시작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애플은 여전히 기기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결국 그 기기의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것은 앱과 서비스이기에 개발자들에게 문을 열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WWDC를 돌아보면 계속해서 개발자들에게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조심스럽게 열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제 거의 다 열렸다고 볼 수도 있지요. 물론 다른 플랫폼들에 비해 늦게 열린 부분도 있어서 ‘왜 이제서야’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급격한 변화보다 서서히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개발자들의 반응은 그리 불편하지 않습니다. 올해 발표된 변화만으로도 벌써 많은 기업들이 사업 전략을 새로 짜야 할 정도니까요.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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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입장에서 iOS가, 맥OS가 엄청나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플랫폼들의 잠재력은 결국 앱으로 연결됩니다. OS의 직접적인 변화보다도 앱이 달라지는 것으로 OS의 경험을 바꾸는 것이 이 플랫폼 전략이지요. 새 플랫폼들의 진짜 변화는 가을, 4가지 플랫폼이 정식으로 데뷔할 때 맛보게 될 겁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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