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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흔 사진만 찍으면, 사망시각 10분 만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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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흔 사진만 찍으면, 사망시각 10분 만에 확인

2016.06.24 07:00
영화
영화 ‘연가시’의 한 장면. 국내 연구진이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면 사망 시각을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다음 달부터 실제 수사에 시범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 CJ E&M 제공

 

“약 29분 전에 피를 흘린 것으로 나오네요.”
 

종이에 묻은 혈흔을
종이에 묻은 혈흔을 ‘포렌식 스마트폰’ 앱으로 촬영하자 혈액이 노출된 지 추정되는 시간이 화면에 뜬다. - 대전=권예슬 기자 yskwon@donga.com 제공

20일 대전 유성구 과학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의 한 연구실. 연구원이 손가락을 주삿바늘로 살짝 찔러 흰 종이 위에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잠시 후 스마트폰으로 이 핏방울을 촬영하자 애플리케이션(앱) 화면에 ‘0h 29m’이라는 문구가 떴다. 혈액이 공기에 노출된 지 29분 됐다는 의미다.
 

이동기 KBSI 생물재난연구팀 연구원은 “선홍색이던 체내 혈액이 외부에 노출되면 점차 고동색으로 변한다”며 “‘포렌식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사진 촬영만으로 혈흔의 색 변화를 감지해 사후 경과 시간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정효일 연세대 교수팀의 신준철 박사과정 연구원이 주도적으로 개발해 현재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신 연구원은 5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16 바이오센서’ 학회에서 이 기술로 최우수 포스터상을 받았다. 
 

● 스마트폰 앱으로 96시간까지 사망 시각 추정
 

일반적으로 변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망 시각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시신의 직장(直腸) 온도로 계산하는 ‘직장 체온법(헨스게 법)’이 쓰인다. 하지만 사망 후 시간이 지날수록 시신의 체온이 점점 떨어지고, 24시간이 지나면 직장의 온도가 외부와 비슷해져 이 방법을 쓸 수 없다. 만 하루가 지나면 부검을 해야 한다.
 

연구진은 혈흔에 들어 있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실험 쥐를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질식사시킨 뒤 사망 시간에 따라 양이 일정하게 줄어드는 특수 단백질(GAPDH)을 찾아냈다.
 

진단 키트에 이 단백질 추출물을 넣으면 임신테스트기처럼 단백질 농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사망한 지 오래될수록 키트에 표시되는 선이 옅어진다. 키트에 나타난 선을 포렌식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단백질 농도가 자동으로 분석되고, 이 농도를 통해 사후 경과 시간을 추정한다.
 

이 연구원은 “현재 사후 96시간(4일)까지는 사망 시각을 추정할 수 있다”며 “10분이면 모든 분석을 완료할 수 있고 정확도도 98% 수준이어서 빠르고 간편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기관은 이르면 다음 달 이 시스템을 실제 범죄 수사에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측은 지난주 첫 회의도 진행했다. 최종순 KBSI 부원장은 “스마트폰 포렌식 앱에 실제 범죄 현장에서 수집된 실증 자료가 더해지면 과학수사의 정확도가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렌식 스마트폰 앱의 수사 적용.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제공
포렌식 스마트폰 앱의 과학수사 적용 과정을 나타낸 이미지. - 연세대 제공

● 깨진 유리 조각 하나로 차량 제조사까지 확인
 

연구진이 제작한 스트론튬 동위원소 비 지도. 서울 경기 쪽이 동위원소 비가 높고, 부산 경남쪽이 낮게 나타난다.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제공
연구진이 제작한 스트론튬 동위원소 비 지도. 서울 경기 쪽이 동위원소 비가 높고, 부산 경남쪽이 낮게 나타난다.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제공

연구진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도 범죄 수사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KBSI 오창센터는 토양에 함유된 스트론튬(Sr)의 동위원소 비를 분석해 전국의 지역별 스트론튬 지도를 만들었다. 시체나 유류품, 범인에게 묻은 흙의 동위원소 비를 분석해 이 지도와 비교하면 어느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
 

동위원소 비는 과학수사에서 일종의 ‘화학 지문’ 역할을 한다. 토양의 동위원소 비는 그 지역에서 자란 식물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이를 섭취한 동물과 사람의 동위원소 비도 모두 같다. 가령 머리카락의 부분별 동위원소 비를 분석하면, 그 사람이 어떤 지역을 거치며 살아왔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국과수의 수사 과정에서 요긴하게 활용된다. 최근 연구진은 국과수로부터 제주도산으로 알려진 돼지의 실제 생산지를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국과수에서 의뢰받은 시료를 분석한 결과 돼지의 스트론튬 동위원소 비가 제주도 지역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뺑소니 추적을 위해 각 차량의 유리 성분 데이터도 구축했다. 차량 유리의 납 동위원소와 희토류 동위원소 비가 제조사마다 다르다는 점을 이용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유리 조각을 분석하면 차량 제조사까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류종식 KBSI 책임연구원은 “국과수가 이들 데이터베이스를 시범 활용하고 있다”며 “과학수사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더 많은 표본을 모아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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