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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113번 ‘니호늄’ 발견한 日 가속기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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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113번 ‘니호늄’ 발견한 日 가속기 현장 가보니

2016.06.24 07:00

 

일본 최대 중이온가속기 ‘RIBF’ 내부. RIBF는 113번 원소 니호늄을 발견하는 등 기초과학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산업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등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요시다 아쓰시 이화학연구소 니시나센터 산업협력팀장이 RIBF를 이용한 산업협력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와코=전승민 기자 제공
일본 최대 중이온가속기 ‘RIBF’ 내부. RIBF는 113번 원소 니호늄을 발견하는 등 기초과학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산업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등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요시다 아쓰시 이화학연구소 니시나센터 산업협력팀장이 RIBF를 이용한 산업협력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와코=전승민 기자

“방사성동위원소는 산업적 가치가 큽니다. 지금까지 주로 순수과학 연구에 치중했지만 점차 산업 연구 비중을 늘려 가고 있습니다.”

 

미로 같은 통로를 몇 번이나 통과해 도착한 일본 최대 중이온가속기 ‘RIBF’. 여기서 만난 요시다 아쓰시(吉田敦)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니시나센터 산업협력팀장은 중이온가속기를 통한 기초과학과 산업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최근 일본 과학계의 최대 화제는 113번 원소다. 이화학연구소 연구진이 발견한 이 원소는 8일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으로부터 ‘니호늄(nihonium)’이라는 공식 이름을 부여받았다. 원소 주기율표 113번 자리에 니호늄이 등재된 것이다. 일본은 이를 두고 ‘노벨상 수상에 필적하는 성과’라며 축제 분위기다. 21일 니호늄을 만들어낸 RIBF 속으로 직접 들어가 봤다.

 

● 기초과학 상징 ‘니호늄’ 발견

 

일본 핵물리학 연구의 상징으로 통하는 RIBF는 도쿄 시내에서 전철로 30여 분 떨어진 소도시 와코에 있는 이화학연구소 니시나센터에 있다. 이화학연구소 설립자인 니시나 요시오(仁科芳雄) 박사의 이름을 땄다. 일본은 1931년부터 이곳에서 원자핵, X선 등의 연구를 처음 시작했다. 

 

이화학연구소는 1990년대 고출력 입자가속장치를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장치를 계속 업그레이드해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RI)빔 가속기로 거듭났다. 대전 유성구에 짓고 있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과 비슷하다.

 

RI빔을 이용하면 원자번호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들어 새로운 원소를 탄생시킬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적으로 가치가 큰 새로운 원소가 나오기도 한다.

 

RIBF의 핵심 장치는 중이온 빔을 만들어내는 빔 발생장치(RILAC)다. 여기서 쏟아져 나온 이온이 여러 대의 직선과 원형 가속기를 거치면서 가속된다. 현재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소도 광속의 70%까지 가속할 수 있다. 속도를 높일수록 더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이화학연구소가 이 시설을 이용해 발견한 새로운 원소는 총 100여 개. 30번 원소와 83번 원소를 충돌시켜 니호늄처럼 새로운 원소도 만들었다. 젠스 윌킨슨 이화학연구소 국제홍보담당관은 니호늄 발견에 대해 “과학자들의 꾸준한 노력도 컸지만 가속기 성능이 뛰어나 강한 빔을 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식물, 자동차 엔진, 우주 반도체 칩에까지 활용

 

이화학연구소는 최근 RIBF의 산업적 활용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RIBF를 이용하면 동위원소를 입자 빔으로 만들어 발사할 수 있는데, 이 성질을 이용하면 식물의 유전자 성질을 바꾸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연구진은 빔 입자를 광속의 40%까지 가속한 뒤 여기서 나온 빛을 금속이나 식물에 직접 쬐여 형질변환을 유도하는 실험에 한창이다.

 

자동차나 항공기용 정밀 부품 개발에 필요한 마모 실험도 진행 중이다. 중이온 빔을 쬐여준 금속 부품은 동위원소가 흡착돼 방사능을 띤다. 방사성 물질을 추적하면 금속이 얼마나 닳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나 로켓 등에 들어가는 정밀 부품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에 요긴하다. 요시다 팀장은 “일본의 한 자동차 기업과 엔진부품의 마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위해 우주용 반도체 칩도 개발하고 있다. 일반 반도체 칩은 우주에 나가면 태양에서 쏟아져 나오는 우주선(線)을 맞아 회로가 파괴된다. 이를 견디는 칩을 개발하려면 실제로 우주에서 실험을 하는 게 최선이다. 다행히 RIBF를 이용하면 우주선과 성질이 비슷한 아르곤, 크립톤, 제논 빔을 만들어 지상에서 실험할 수 있다.

 

요시다 팀장은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인 라온 역시 RI빔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라온의 출력이 RIBF보다 높은 만큼 정밀공학, 항공우주 분야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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