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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 줄어들수록 보수적이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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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6월 28일 15:00 프린트하기

세계적으로 난민 혐오, 외국인 혐오, 장애인 혐오 등의 이슈가 불거지며 정치적인 우경화에 대한 염려와 관심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어린 시절 교육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심리학적 이유에 대해 한 가지 힌트를 주는 연구가 있어 소개해본다.


노스이스턴 대학의 연구자 Maureen Craig에 의하면 한 사회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자신들의 지위가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위협을 받게 되면, 기존의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보수화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연구자들은 미국의 백인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실험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앞으로 히스패닉 인구가 급격히 늘어 그들이 주류 인종이 될 것이라는 글을 읽게 했다(지위 위협 조건). 반면 다른 집단에게는 인종과 상관없이 미국 사회의 이동성(mobility)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글을 읽게 했다(통제 조건).


그리고 나서 설문을 통해 현 체제를 정당화하는 정도(우리 사회 시스템에는 별 문제가 없으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기 탓이다), 미국 사회가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정도(기존의 미국인 다운 삶이 위협받고 있다), 백인 집단의 지위가 위기에 처했다고 느끼는 정도(소수인종의 지위 상승이 백인들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다) 등에 대해 물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인종정책과 관련된 질문들, 예컨대 외국인을 더 받아야 하는지, 이민자가 미국 시민이 되기 위해 걸리는 기간을 늘려야 하는지, 또 이민 정책과 상관 없는 국방비 지출과 건강보험 정책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 결과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앞으로 백인들의 지위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글을 읽은 백인들은 다른 종류의 사회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글을 읽은 백인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보수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인종문제와 관련된 정책뿐만 아니라(외국인을 더 이상 받으면 안 된다거나 시민권을 쉽게 주면 안 된다는 등의 태도를 보임) 다른 정책들, 국방비와 건강보험 정책 등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수화 되는 현상은 ‘소수인종의 지위 상승이 백인들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고 느끼는 정도와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의 지위가 다른 인종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의기감을 느끼게 되면, 그것이 애매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것이라도 우리는 준비되었다는 듯이 국경을 닫고 외국인을 배척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향후 히스패닉 등의 소수 인종이 미국 사회에서 다수 인종이 될 것이지만 여전히 부와 권력은 백인에게 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들은 사람들은, 이런 메시지를 듣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보수화 되는 경향이 비교적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회적 지위, 그동안 비교적 편히 누리던 ‘부와 권력’을 잃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런 위기감을 촉발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미국의 한 대선후보나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던지는 메시지들이 근본적으로는 이런 종류가 아닌가 한다. 당신들이 그동안 누리던 부와 권력을 약자들이 빼앗아 갈 수 있으니 그들의 세력이 더 크기 전에 배척하고 눌러버리라는 메시지 말이다. 이런 메시지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실존하는 위기’로 바뀌어 사람들 마음 속 공포로 깊이 피어가고 인종간, 계층간 대립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훨씬 진짜 문제는 사회 ‘내부’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불황이나 정치 불안의 근본적 문제 모두 그 원인이 내부에 있을 수 있는데, ‘공공의 적’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눈을 외부로 돌리고 그것만을 비난하게 만들며, 그러는 사이 정작 중요한 내부의 문제는 방치하도록 만들 수 있다.


관련해서 심리학자 Jost는 사람들은 위협이 존재하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낯선 적보다 익숙한 적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똑같이 나쁜 놈이라면 익숙한 나쁜 놈에게 당하는 것이 낫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각종 위협, 불확실성 등으로 '공포'를 느낄 때 평소 그러지 않던 사람들도 갑자기 국수주의/민족주의를 외치고 자기와 다른 사람과 외집단을 안 좋게 평가하고 배척하는 반면 자기가 속한 사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Jost & Hunyady, 2005).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고 싶을 때일수록 그게 정말 그런지, 외부인들을 배척하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지 재차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참고문헌
Craig, M. A., & Richeson, J. A. (2014). On the precipice of a “Majority-Minority” America perceived status threat from the racial demographic shift affects white Americans’ political ideology.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14527113.
Jost, J. T., & Hunyady, O. (2005). Antecedents and consequences of system-justifying ideologie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60-265.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시공사 제공

※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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