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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과 ‘브렉시트’에 투영된 인간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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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과 ‘브렉시트’에 투영된 인간 심리는?

2016.06.29 10:52

지난 24일 영국이 브렉시트(Brexit) 국민 투표 결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탈퇴를 찬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여파로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직격탄을 맞고 우리나라 또한 증시와 환율이 휘청이며 혼란을 겪었는데요. 과연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정치 경제적인 문제들 이면에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합리적인 이성을 뛰어넘어 브렉시트를 이끌어낸 공포, 혐오와 같은 감정적인 요인들에 대해 분석해보겠습니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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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에 대한 공포 선동한 영국판 트럼피즘  


집단 간 인간 심리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하버드대 미나 시카라 신경과학 교수는 우리가 외부인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면 세계관이 바뀌고 배타적이 되며 공포를 선동하는 루머에 더욱 잘 속아넘어간다고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난데없는 트럼프 열풍을 들 수 있겠죠. 미국에 트럼프가 있다면 영국에는 나이젤 파라지가 있습니다. 그는 EU 탈퇴를 주장해온 극우파 독립당 대표로서 이번 브렉시트 결정을 선동하며 불을 지폈습니다.


영국은 지난 20년 간 EU를 통해 울타리를 열고 다수의 유럽 이민자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테러와 경제적인 이유로 반 이민 정서가 형성됐습니다. 유럽 이주자들이 복지와 공공 서비스를 받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영국인이 이민과 인종 정책을 국가적인 문제로 꼽았습니다. 또 이민 수준을 감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77%에 달했습니다.


심리적으로 보면 외부인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이 손상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매우 강력한 감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브렉시트 후폭풍으로 이민자에 대한 반감 폭발과 불안한 정세를 통해서도 나타납니다.

 

브렉시트 후 영국에 사는 한 폴란드 가족의 집에는 “폴란드 해충들은 꺼져라”는 카드가 붙었습니다. 인디펜던트 지에 따르면, 브렉시트 후 인종 학대나 이민자 증오로 인한 범죄가 100건 이상 발생했다고 합니다. - fencelt 트위터 제공
브렉시트 후 영국에 사는 한 폴란드 가족의 집에는 “폴란드 해충들은 꺼져라”는 카드가 붙었습니다. 인디펜던트 지에 따르면, 브렉시트 후 인종 학대나 이민자 증오로 인한 범죄가 100건 이상 발생했다고 합니다. - fencelt 트위터 제공

‘곡성’에서도 오버랩되는 기억   


지난 5월 개봉했다가 최근 IPTV로 서비스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영화 ‘곡성’에 대한 감상평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개성적인 연출과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여러 장치 때문에 스토리 해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요. 영화가 전달하는 여러 가지 메시지 중에 외부인에 대한 인간의 심리 표현이 이번 브렉시트 사태와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시골의 한 마을에 이방인(쿠니무라 준)이 들어온 뒤로 살인, 인신매매 등 흉흉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납니다. 마을 사람들은 술렁이며 외지인을 의심하죠. 실제로 그가 범인이든 아니든 간에,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낯선 외부인을 두려워하는 공포와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물론 우리가 아닌 ‘그(들)’를 함부로 믿지 않는 건 인간의 본능이나 다름없습니다. 선사시대에는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장치가 됐죠. 하지만 현대에는 이러한 본능이 우리를 편견으로 밀어넣기도 합니다.

 

영화 ‘곡성’의 한 장면. 외부인의 등장으로 마을 전체에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그 불행은 과연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요? - 곡성 제공
영화 ‘곡성’의 한 장면. 외부인의 등장으로 마을 전체에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그 불행은 과연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요? - ‘곡성’ 제공

외부인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오랜 본능  


외부인에 대한 두려움은 간단한 심리 실험에서 매우 쉽게 살펴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실험 참가자들에게 무작위로 빨강팀과 파랑팀으로 팀을 나눕니다. 그러면 사람들의 뇌도 그에 따라 관점이 재구성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죠.


피험자들은 곧바로 팀원에 대한 편애에 들어갑니다. 자신의 팀원을 더 좋아하고 그들의 얼굴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또 그들에 대한 정보를 더욱 쉽게 기억합니다. 이때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수로 팀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입을 반대로 하고, 새로운 팀에 다시 관심을 쏟게 됩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우리의 두뇌가 '그들' vs. '우리'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는 따로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오히려 편견을 줄일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도 하죠.

 

내편과 네편을 나누는 게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지만, 그 편가르기가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 publicdomainpictures.net 제공
내편과 네편을 나누는 게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지만, 그 편가르기가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 publicdomainpictures.net 제공

뇌의 변화 1 : ‘내 편’ 아닌 이들에 대한 비 인간화 


다른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그들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꿔놓곤 합니다. 일부 심리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낯선 외부인의 인간성을 과소 평가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에게 물질적인 자원을 덜 제공할 뿐더러, 정신적으로도 덜 공감하며 인간적으로 소외시키는 것이죠. 


뉴욕대의 사회심리학 교수 제이 반 바벨(Jay Van Bavel)의 공동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는데요. 실험 참가자에게 사람의 얼굴과 인형(마네킹)의 얼굴을 적절히 섞어서 보여주며 인간의 얼굴을 구별하게 했습니다. 인간의 얼굴에 인형 얼굴이 10~20% 정도 섞인 것까지는 인간처럼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과 인형이 거의 반반씩 섞인 모호한 얼굴은 당파적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실험에서는 미국인 피험자에게 미국인과 러시아인의 두 그룹으로 나눠서 얼굴을 보여줬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그룹, 즉 미국인에 속하는 얼굴에는 더 많은 인간성을 부여한 반면, 다른 그룹의 얼굴에는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MRI로 뇌를 스캔해 보니 다른 편 사람의 얼굴을 평가할 때는 감정을 공감하는 뇌의 영역이 비활성화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그룹에 대한 정체성을 높을수록 다른 그룹에 대한 인식의 왜곡이 더욱 심하게 발생했습니다. 나아가 다른 그룹에 대한 공격적인 성향으로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타자에 대한 비 인간화가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홀로코스트나 르완다 대학살 같은 역사적 비극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피부에 주름이 없고 만화처럼 큰 눈을 갖고 있는 인형 얼굴을 인간의 얼굴과 섞어 보여줄 경우, 뇌 속에서 이들을 인간의 얼굴로 인식하는지 여부는 당파적 관점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 뉴욕대 제공
플라스틱 피부에 주름이 없고 만화처럼 큰 눈을 갖고 있는 인형 얼굴을 인간의 얼굴과 섞어 보여줄 경우, 뇌 속에서 이들을 인간의 얼굴로 인식하는지 여부는 당파적 관점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 뉴욕대 제공

뇌의 변화 2 : ‘위협’을 더욱 과장하다


우리의 뇌는 위협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도록 내장돼 있는데요. 이민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국가에 충성하지 않은 사례들이 더욱 깊은 인상으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실험에서처럼 인간은 다른 그룹 사람들에게 공격적으로 대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실제보다 더욱 큰 위협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뉴욕대학의 같은 연구진의 실험인데요.


미국인 피험자들에게 미국 뉴욕에서 멕시코 멕시코시티까지의 직선거리를 예측해보라고 했습니다. 멕시코 이민자에게 적대감이 높았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두 도시가 수천km 더 가까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이 탄탄하며 검문 절차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 위협을 과장하는 심리도 누그러졌습니다.


요컨대 하버드대 미나 시카라 교수는 인간의 뇌가 많은 편견을 내장하고 있지만, 그러한 시스템에 굴복하지 않는 방법도 충분히 있다고 설명합니다. 나아가 그것을 유연하게 만든다면 ‘트럼피즘’과 ‘브렉시트’를 넘어 더욱 진화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 참고문헌
http://www.independent.co.uk/news/uk/home-news/brexit-eu-referendum-racial-racism-abuse-hate-crime-reported-latest-leave-immigration-a7104191.html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59505909_Group_membership_alters_the_threshold_for_mind_perception_The_role_of_social_identity_collective_identification_and_intergroup_threat
http://www.vox.com/2015/11/18/9757236/science-why-people-fear-refugees-syria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다. TV 예능 ‘용감한 기자들’에서 화제 연구 담당 기자로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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