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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학술지 피인용지수 높이겠다고? 학회 덩치부터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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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학술지 피인용지수 높이겠다고? 학회 덩치부터 키워라!

2013.06.30 17:59

 

  세계 주요 학술지의 2012년도 피인용지수(임팩트팩터, IF)가 최근 공개됐다. 세계적인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 ‘톰슨로이터’가 83개국 1만 개가 넘는 학술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네이처’와 자매지 대부분이 피인용지수 30을 넘는 위엄을 과시하며 상위권을 점령했다.

 

  반면 국내 학술지의 피인용지수는 가장 높아야 2점대 중반에 그쳤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대한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가 공동으로 발행하는 ‘알레르기, 천식 및 면역연구(AAIR)’가 2.653, 생화학분자생물학회가 발행하는 ‘실험및분자의학(EMM)’이 2.573 수준이었다.

 

  그동안 국내 학술지는 피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학술지를 영문으로 출판하고 이름에서 ‘한국(Korean)’을 빼는 등 국제 학술지로 거듭나고자 했다. 반박의 여지는 있겠지만, 여전히 피인용지수는 학술지 경쟁력의 바로미터다. 더군다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피인용지수가 높은 학술지에 논문 게재를 마다할 과학자가 누가 있겠나.

 

  어떻게 해야 피인용지수가 높은, 영향력 있는 국제 학술지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우선 2010년부터 변화를 시도해 피인용지수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EMM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MM을 발행하는 생화학분자생물학회는 2010년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와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가 통합하며 회원수 8000명이 넘는 대형 학회로 재출범했다. 통합과 함께 경사가 이어졌다. EMM이 올해부터 네이처 출판그룹(NPG)이 출판하는 학술지가 된 것이다.

 

  NPG는 네이처와 자매지 외에 각국을 대표하는 학회의 학술지를 편입해 ‘아카데믹 저널’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EMM이 처음으로 선정됐다. NPG의 ‘아카데믹 저널’에 편입되면 피인용지수가 대폭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례로 중국의 학술지 ‘세포연구’가 2006년 NPG에 편입된 뒤, 2점 안팎이던 피인용지수가 10점을 넘어섰다. 

 

  학술지를 발행하는 학회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덩치를 키우려면 EMM 사례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쪼개진 학회를 통합해야 한다.

 

  학회 통합은 어찌보면 매우 단순한 처방처럼 보이지만, 국내 과학계의 속살을 살펴보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국내 학회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 등록된 학회는 371개, 이들이 펴내는 학술지는 총 445개다. 적지 않다. 동일한 분야가 ‘대한△△△학회’와 ‘한국△△△학회’ 등으로 나뉘어 저마다의 학술지를 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처음에는 분야별로 하나씩 출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수들 사이의 반목으로 둘로 쪼개졌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젊은 교수들도 출신 학교에 따라 참석해야 할 학회가 정해졌다거나 복수의 학회에 등록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

 

  문제는 한번 등을 돌린 학회들이 통합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 학회 설립 초기 멤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통합을 이끌 사람도, 통합을 논할 명분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미생물학 등 일부 분야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통합까지는 멀기만 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논문이 어디에 게재됐는지보다 논문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과학자에 대한 평가 기준에 피인용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자신의 논문이 실린, 또는 실리게 될 학술지의 피인용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내 학술지의 피인용지수를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해묵은 학회 간 갈등을 조정하고 연관 분야의 학회 통합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나 과총이 통합 학회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려하는 등 먼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 가령 학회 지원비를 제공할 때 통합을 유도하는 조항을 넣는 것도 방법이다. 

 

  과학기자가 쓰는 기사에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아닌 한국의 과학전문지 OOO가 자주 등장하기를 기대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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