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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입 열다 - 라인 상장이 끝이 아니라 시작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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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16일 13:07 프린트하기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15일 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네이버 제공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15일 춘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네이버 제공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어제 자회사 라인의 뉴욕 증시 상장 기념식을 보다 잠을 설쳤다는 말이 사실인 듯 했습니다.

 

“어제 뉴욕 증시에 라인이 상장되는 모습을 TV로 봤습니다. 담담하게 보기 시작했는데, 등록이 되고 뉴욕 증시에서 실제 거래가 일어나는 것을 보니 뭉클했습니다.”

 

이해진 의장은 TV를 보다 일본에서 동고동락하며 오늘날 라인의 성공을 이끈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떨지 마라.”

 

신중호 CGO는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상장을 알리는 종을 치는 세레모니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영어 인터뷰 때문에 죽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우리나라 인터넷 업계의 숙원을 처음으로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뉴욕, 도쿄 동시 상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라인의 입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는 이벤트라 하겠습니다.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가 14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라인 상장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 BusinessWire 제공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가 14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라인 상장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 BusinessWire 제공

 

 

2011년 4월 도쿄 대지진 이후 네이버 일본 법인이 ‘소중한 사람과의 연결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1달만에 만들어 내놓은 앱이 라인이었습니다. 라인은 소통에 목마르던 일본 사람의 마음을 훔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가입자는 1년 만에 5000만명, 다시 6개월 만에 1억명으로 늘었고 2013년에는 3억명에 이르렀습니다. 일본과 대만, 태국 등에서 국민 메신저가 되었습니다. 라인 캐릭터 스티커는 새로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10년 이상 실패만 거듭하며 고생하던 일본 시장에서 극적인 성공을 거뒀고, 세계적 모바일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상장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순간 이 의장과 신 CGO의 마음 속에는 온갖 생각이 지나갔을 것입니다.

 

라인은  뉴욕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격 32.84달러보다 26.6% 오른 41.5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공모로 약 1조 5000억원의 자금을 모으며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올해 기술 기업 상장 중 최대 규모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확실히 존재감을 나타낸 이 날이 네이버로서는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라인은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위챗 등 미국과 중국의 쟁쟁한 메신저들 사이에서 사활을 건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왓츠앱은 10억명, 페이스북 메신저는 9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도 사용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왓츠앱은 페이스북에 인수돼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위챗은 6억명의 사용자,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텐센트라는 든든한 모기업을 가졌습니다. 반면 라인 사용자는 2억명을 조금 넘는 정도고 최근 사용자 증가 추세가 눈에 띄게 느려졌습니다.

 

 

 

라인 월간사용자(MAU) 증가 추이  - statistica.com 제공
라인 월간사용자(MAU) 증가 추이 (단위 백만명)  - statistica.com 제공

 

라인이 올해 최대 규모의 기술 기업 상장 사례이긴 하지만, 상장을 추진할 때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작년이나 재작년 상장설이 나올 당시에 비하면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라인 앞에 놓인 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15일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해진 의장은 고민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 텐센트처럼 압도적인 자금력과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네이버가 생존할 수 있을지 언제나 고뇌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국내서도 동영상은 유튜브에, SNS는 페이스북에,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시장을 잠식당했습니다. 인터넷 산업은 유난히 승자독식 현상이 심합니다. 이 의장 말대로 “세계적으로 인터넷 기업은 미국과 중국의 몇몇 회사 외에는 살아남은 곳이 없”습니다.

 

이는 라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고민입니다. 라인은 일본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본진’을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북미와 유럽 시장 확장은 벽에 부딫혔습니다. 페이스북이 이미 15억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고, 계속 빠르게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인프라가 없는 개발도상국 사람들도 페이스북을 할 수 있도록 인터넷 접속을 위한 드론을 띄우고 전용 안테나를 개발할 정도입니다. 위챗도 거대 중국 시장에서 쌓은 체력과 정부의 도움을 업고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라인은 페이스북의 세계 정복에 맞설 수 있느냐는 실존적 고민을 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은 워낙 구매력이 좋고, 선진국인 것에 비하면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은 편이 아니라 더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도 한창 크고 있는 유망한 시장입니다. 라인의 성장 여력이 여전합니다. 반면 이미 일등 기업이 자리잡은 다른 시장 진출은 쉽지 않습니다.

 

이 의장은 “현재 일등 시장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미와 유럽은 메신저로는 어려울 것 같고 새로운 서비스와 전략을 준비해 다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 캐릭터 라인 프렌즈 - 라인 공식 블로그 제공
모바일 메신저 라인 캐릭터 라인 프렌즈 - 라인 공식 블로그 제공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네이버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기술 확보입니다. 인터넷은 사용자가 한 순간에 다른 서비스로 떠날 수 있습니다. 늘 경쟁사 못지 않게 뛰어난 서비스와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PC나 모바일 외에 사람들이 접하는 다른 환경에서도 가치를 줄 수 있는 기술, 인공지능을 적용한 기술 등을 올해 하반기에 보여줄 수 있으리란 기대입니다.

 

이번 상장으로 라인은 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여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포커스를 잘 해서 집중력 있게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술력을 가진 국내외 기업에 적극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 의장은 “기술의 뿌리가 있는 사업을 좋아한다"며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이 좋은 아이디어를 만났을 때 타겟 시장을 잘 잡아서 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동영상 앱 V도 오랜 기간 다듬어 온 영상 처리 기술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네이버 메일 기술은 웍스모바일이란 기업용 솔루션 사업으로 발전했습니다. 웹툰도 10년을 이어온 사업입니다.

 

라인이 세계 시장에서 계속 싸움을 이어갈 동안 네이버는 제2, 제3의 라인을 찾아 북미와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입니다. 이 의장은 여기에 다시 10년 세월을 바쳐야 할 지 모릅니다. 네이버가 일본에 처음 가서 라인 성공을 일궈내기까지 10년의 시간과 말못할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브랜드도 미약했고, 돈도 부족했습니다. 절박함만 있엇습니다.

 

이 의장은 “너무 힘들어 직원들과 새벽까지 술 마시던 날도 많았다”며 "지금도 라인의 성공이 꿈이 아닐까, 깨어나면 다시 답답한 현실을 만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헀습니다.

 

웹툰, V 등 차별화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나가는 문화를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사업에 자율권을 주는 컴퍼니인컴퍼니(CIC)나 셀 조직을 도입한 이유입니다.

 

라인 사업에 기여한 신중호 CGO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은 1026만주(약 2500억원 규모)로 창업자인 이 의장보다 2배나 많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큰 도전에 나서고, 이를 크게 보상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기술을 가진 외부 스타트업, 창작자들도 네이버를 통해 해외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돕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같은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더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게 하고 싶다는 겁니다.

 

네이버는 한번도 힘들다는 인터넷 사업의 성공을 2번 이뤘습니다. 국내에서 검색 포털로 한번,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또 한번 성공을 일궜습니다. 과연 세번째 성공이 북미나 유럽에서 가능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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