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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가 알려주는 축적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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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가 알려주는 축적된 혁신

2016.07.18 07:00

[기자의 눈] 더사이언스 전승민기자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친구 한 사람이 자녀들과 함께 강원 속초시로 휴가를 가겠다고 했다.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기술(AR)을 이용해 거리 곳곳에 나타난 작은 몬스터를 스마트폰 화면에서 포획해 훈련시키고 서로 싸움도 벌이는 게임이다.

 

한국은 아직 서비스 지역이 아니지만 일부 지역에선 몬스터 포획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낸 사람들이 너나없이 속초, 울릉도 등지로 몰려들고 있다. 잘 만든 게임 하나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때를 같이해 국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왜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을 만들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포켓몬 고를 만드는 데 쓰인 증강현실(AR) 기술의 파급력을 분석하는 글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국내 기술도 충분한데 시장에 미리 뛰어들질 못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무언가 크게 히트하면 유독 ‘왜 우리는 저런 걸 하지 못했느냐’며 뒤늦게 반성한다.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4-1로 승리를 거둘 때도 여지없이 ‘왜 AI 연구를 등한시했는가’와 같은 자성론이 돌았다. 이후 정부는 뒤늦은 AI 육성책을 내놓고 1조 원이 넘는 돈을 AI 연구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대에 이런 접근이 과연 옳은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미 세계적 성공작이 나온 다음 쏟아내는 뒷북 대응책이 통용되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9년 3차원(3D) 입체영상 기술을 내세운 영화 ‘아바타’가 크게 히트하자 영화 스토리와 연출력보다는 3D 기술 그 자체에 집착했다. ‘3D 산업을 육성하자’ ‘3D 기술 개발에 매진하자’는 얘기가 많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문화를 기술로 완성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본 탓이다.

 

포켓몬 고의 대박도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았다. 일본 닌텐도가 20년 이상 게임과 만화 캐릭터로 꾸준히 육성해 온 소재를 스마트폰 게임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AR 기술 하나로 승부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 축적된 문화가 녹아 있다. 여기에 거리를 뛰어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얹었다. 지금 와서 AR 기술에 집중한다고 포켓몬 고 같은 대박이 나올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런 뒷북 대응은 국내 과학계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독창적인 연구 주제를 내지 못하고 외국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 과학자들은 “유행하는 주제를 들고 가야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항변한다. 나랏돈을 풀어야 할 정부는 “세금을 쓰려면 검증된 분야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외국에서도 ‘노벨상 받기 어려운 나라’라는 낙인이 찍혔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6월 초 “한국은 연구의 필요성을 가슴으로 깨달으려 하기보다는 돈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경직된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예산이 세계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치욕적인 평가다.

 

포켓몬 고는 출시 10여 일 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석권하던 트위터보다 접속자 수가 많아졌다. 인터넷으로 순식간에 정보가 공유되는 세계시장은 이만큼 무섭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만의 문화와 독창성을 돌아볼 때다. 철학이 없는 과학과 기술은 그저 목표 없이 허공에 쏘아 올린 화살과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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